안세영 사태부터 검찰 조사까지… 이기흥 회장의 낙선은 예정된 결과였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 현 회장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했다. 지난해 안세영 사태, 문화체육관광부 직무정지,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으며 궁지에 몰리더니 결국 대한체육회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제42대 대한체육회장선거는 14일 오후 1시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대한체육회(회장 직무대행 김오영)가 주최하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운영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선거는 '국민체육진흥법' 및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한 의무위탁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 김용주 전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강태선 서울특별시체육회장,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명예교수 등 역대 최다 6명의 후보자가 후보 명단에 올랐다.
선거인단은 역대 최다 2244명으로 꾸려졌다. 올림픽공원엔 오후 12시경부터 17개 시도, 228개 시군구에서 상경한 체육인들이 운집했다. 오후 1시 후보자들의 소견발표가 진행됐고 오후 2시30분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개표는 오후 5시20분경부터 펼쳐졌다. 이어 오후 6시16분 개표 결과가 나왔다. 당선인은 유승민 후보였다. 총 417표를 획득한 유승민 후보는 이기흥 후보의 379표를 38표 차이로 따돌리고 3연임에 성공했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출발은 안세영 사태였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대한배드민턴협회을 향해 불만을 나타냈다. 대표팀을 떠나 개인자격으로 배드민턴을 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뭇매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기흥 회장은 안세영의 표현 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8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세영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 그 이후로 관계된 지도자들, 코치들 5명한테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부터의 부상 관련하고 훈련한 것을 메모로 다 받아봤다"며 "우리 안세영 선수가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있는데, 그 표현 방법이 좀 서투르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붓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해단식 당일 입국장에 수백명의 팬들과 취재진, 각 종목 단체 관계자들이 해단식을 위해 모여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기흥 회장은 약식 해단식을 한 뒤 일방적으로 선수단을 해산시켰다.
이기흥 회장의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가 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점검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기흥 회장에게 직무정지를 통보했다. 이기흥 회장 등 8명에 대해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기흥 회장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움직였다. 검찰은 대한체육회의 용역 비리 의혹과 관련해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더불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해 12월 이기흥 회장 주거지와 차량, 서울 중구 한진빌딩 내 한진관광 사무실, 송파구 방이동 체육회 사무실, 충북 진천선수촌 등에 수사관을 보내 이기흥 회장의 직원 부정채용(업무방해) 등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임기 연장에도 실패했다. 어느 때보다 이기흥 회장의 당선을 막아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물론 선거인단 내에 이기흥 회장의 지지 세력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역대 최다 후보자(6명)가 나온 상황에서 '반이기흥 연대'가 단일화에 실패했다.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이기흥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결과는 이기흥 회장의 낙선이었다. 유리한 선거 구도 속에서도 안세영 사태부터 이어져 온 수많은 악재를 견디지 못했다.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도전한 이기흥 회장. 3연임은 없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안세영 사태 당시 이기흥 회장의 발언, 해단식 강제 해산부터 이미 민심을 잃었다. 이기흥 회장의 낙선은 예정된 결과였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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