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 제한적” 말했던 최상목, 선택적 권한 행사로 국정 혼란 가중
‘헌법재판관 임명’ 제외하면 윤 측·국민의힘 전략에 동조
탄핵 위협 줄어 ‘자신감’ 분석…특검 후보 추천도 모르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자의적이고 선택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빚어진 국정 혼란을 조속하게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무는 외면하면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은 적극 행사하는 식이다.
최 권한대행은 14일 세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의 34번째 법안 거부다. 앞서 ‘윤석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로 돌려보낸 최 권한대행은 이날 “여야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공포도 거부했다. 권한대행직을 맡은 지난해 12월27일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반면 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서도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도록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최 권한대행은 “물리적 충돌이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며 권한 행사를 거부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10일 박종준 경호처장의 사직서는 즉각 수리했다. 박 전 처장은 물리력 사용은 막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진 온건파로,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막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을 때도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지를 주위에 밝힌 인물이다. 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격렬하게 저지하려는 대통령실 전략에 최 권한대행이 동조한 셈이다.
결국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 건만 제외하면 모든 사안에서 사실상 윤 대통령과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과 같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해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여당의 강력한 반발에 못 이긴 최 권한대행이 이후 여권에 순응하는 자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 절차가 마무리된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도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의 탄핵 위협이 줄어든 데서 최 권한대행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소추한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밀어붙이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이 역설적으로 최 권한대행 운신의 폭을 넓혀준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최 권한대행이 한편으로 여야의 타협을 요구하며 책임을 방기하고 다른 한편으론 선별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서 국정 혼란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 권한대행이 겉으로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 등 내란 세력을 비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이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것,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는 것으로 적당히 면피하겠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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