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고층빌딩 자랑하면서 ‘빌딩풍’ 대책 없는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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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신종 도시재난이라 불리는 빌딩풍 위험에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부산시는 지난 2021~2023년 부산대 연구팀에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이라는 명칭의 용역을 맡겨 해운대 마린시티와 엘시티 일대에 태풍이 불면 내륙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바람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부산시가 최초 빌딩풍 용역이 제시한 방풍펜스 설치에 미온적인 건 조망권 훼손이나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민원 때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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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안다면 연구 아닌 예방책 먼저
부산이 신종 도시재난이라 불리는 빌딩풍 위험에 여전히 무방비 상태다. 부산시가 관련 용역을 통해 심각성을 이미 파악하고도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는 소극적이어서다. 부산시는 지난 2021~2023년 부산대 연구팀에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이라는 명칭의 용역을 맡겨 해운대 마린시티와 엘시티 일대에 태풍이 불면 내륙에 비해 최대 4배 이상 바람이 강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팀은 실시간 관측 시스템과 방풍펜스를 설치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1년 뒤 비슷한 내용의 행정안전부 용역 공모에 다시 응모했고, 결과적으로는 탈락했다. 피해 예방이나 최소화를 위한 대책 수립은 외면한 채 자꾸 연구만 해서 뭐하나 하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산에서 빌딩풍 문제가 수면에 떠오른 건 10년 가깝다. 지난 2018년 가을 태풍 때 엘시티 외벽 유리창이 깨지고 파편이 상가로 쏟아지면서 본격화한 것이다. 이후 고층 빌딩이 주변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증적인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 결과가 부산대 빌딩풍 용역이다. 이로써 빌딩풍의 강도와 위험에 관한 자료는 어느 정도 축적됐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단계에 진입하고도 여전히 비슷한 내용의 용역만 반복하려는 부산시 행정에 의문을 표하게 된다.
부산은 전국에서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로 이미 이름 높다. 전국 고층 건축물 상위 20위 가운데 13개, 50층 이상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의 40%가 부산에 있다. 이런 빌딩이 그동안에는 주로 해운대에 몰려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새 송도해수욕장, 북항 재개발 지역 등 바다가 보이는 곳이면 어디나 가리지 않는다. 앞으로 계획된 고층 빌딩은 더 많다. 수영구 남천동에는 99층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고 부산시민공원 일대를 둘러싼 재개발 지역도 최고 60층이 즐비하다. 고층 빌딩 주변은 태풍이 불어올 때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요즘은 맑은 날인데도 때아닌 돌풍이 휘몰아쳐 길 가던 행인이 쓰러지거나 유리창 같은 시설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흔하다. 빌딩풍은 해당 건물 입주민에게 1차 피해를 주지만 인근 주민도 예기치 못한 위험에 빠트리는 원인이 된다.
부산시가 최초 빌딩풍 용역이 제시한 방풍펜스 설치에 미온적인 건 조망권 훼손이나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민원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수의 반대가 다수 주민의 안전을 외면하는 이유가 되어선 곤란하다. 일부 주민과 상인의 거부로 방파제 설치를 미루던 마린시티 일대가 태풍 때마다 입는 시설물 피해를 목격한다면 그런 주장이 나올 수 없다. 빌딩풍은 일조권이나 빛공해 못지 않게 주위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기존 건물 뿐만 아니라 신축 예정인 건물에도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 앞으로 태풍을 비롯한 기상이변은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결코 약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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