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규제와 대한민국 혁신

2025. 1. 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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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욱 KAIST 경영대학 교수
다니엘 소콜 美USC 법대 교수

최근 한미 양국의 정치적 변화는 양국 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어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혁신과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기술 정책 측면에서는 상호 이익을 도모할 여지가 크며, 이는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책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글로벌 경제에서 혁신적 변화를 주도해왔으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디지털 플랫폼은 비즈니스, 소비자, 그리고 다양한 기업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중소기업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곤 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중소기업은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더 넓은 시장에 접근하며, 대기업과 경쟁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이점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초기 시장 진입, 고객 확보, 사업 확장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저렴한 마케팅 도구, 고객 관리 솔루션, 비즈니스 운영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비용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보다 쉽게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은 중소기업이 소비자 행동, 시장 동향, 성과 지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와 분석 도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선보이고, 해외 고객과 소통하며, 국경을 초월한 거래와 물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과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가 플랫폼 운영에 적용될 경우,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활용해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벤처캐피탈 투자가 둔화되고, 그간 플랫폼을 중심으로 번성해온 창업 생태계가 위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을 왜곡하고, 때로는 기존 대기업 및 기득권층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일반정보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도입 사례를 분석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소규모 광고업체들이 대기업과 경쟁하기 더 어려워졌으며,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규제가 의도와 달리 중소기업과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찬가지로 과도한 플랫폼 규제는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거대 플랫폼을 활용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입법 의도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규제 도입 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달리,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과 쿠팡,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토종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기술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적 환경은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명확한 인센티브와 건전한 규제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불확실성이 커져 신규 창업과 벤처캐피탈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혁신이 저해될 것이다.

현재 논의 중인 온플법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유사한 사전 지정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이어서 해당 플랫폼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및 창업 생태계 모두에 시장 왜곡 및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국내 토종 디지털 플랫폼에 불리하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입법 의도와 달리 중국을 포함한 해외 빅테크 기업이나 기존 전통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로 인해 제한될 경우, 혁신의 질이 저하되고 신규 벤처의 성공률이 감소할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AI 기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서는 자체 데이터 기반의 신속한 학습과 기술 적용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다.

현재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체계는 디지털 경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체계는 경쟁법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법, 불공정 거래 관행 규제,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와 같은법체계도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경쟁법을 집행해온 이력도 있다. 따라서 기존 체계를 잘 활용하는 것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혁신과 기업가정신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과 경제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창업 생태계의 혁신과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과도한 플랫폼 규제를 도입하기보다는,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정교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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