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협상 결렬에 한남동 전운… 경호처 "매뉴얼대로 대응"
체포인력 1천명 투입준비 끝내
與의원 28명 관저앞 집결키로
정진석 "남미 갱단 다루듯해
제3장소·방문조사 검토해야"
민주당 "내란죄 놓고 물타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로 이루어진 공조수사본부가 이르면 1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휘몰아치고 있다.
14일 대통령 경호처와 3자 회동마저 빈손으로 끝나면서 양측은 이제 루비콘강을 건넌 분위기다. 공수처와 경찰이 1000명을 웃도는 대규모 체포 인력을 투입하려고 준비 중인 가운데 경호처는 끝까지 막겠다는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은 어떻게든 영장 집행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윤 대통령 체포 여부에 기관의 명운이 걸린 공수처·경찰의 명분을 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까지도 경호처는 공수처·경찰과 3자 회동에 나섰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새벽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실은 경찰·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며 사실상 협상을 제안했다. 정 비서실장은 "직무가 중지됐다고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날 정 비서실장 호소문은 윤 대통령이나 변호인 측과 사전 협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수처와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3자 회동에 대해 "의견을 듣기만 했다"며 "평화적인 영장 집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오갔고, 어떤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논의 내용이 집행 계획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호처는 회동 뒤 입장문에서 "대통령 관저를 포함한 특정경비지구는 경호구역이자 국가보안시설, 국가중요시설,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출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책임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며 "사전 승인 없이 강제로 출입하는 것은 위법이며, 이후 불법적인 집행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에 따라 기존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체포영장 집행 시점은 이르면 15일 새벽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경찰은 특별수사단과 수도권 광역수사단 등 1000명 안팎의 인원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작전이 시작되면 우선 김성훈 경호처 차장(경호처장 직무대행) 신병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차장에 대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10일과 13일에 이어 이날 오전 3차 작전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청 형사기동대장 등 수도권 광역수사단 지휘부가 모두 참석했다. 공수처 역시 40~50명에 달하는 검사와 수사관 등 가용 인원을 전부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경찰은 이날 오후께 "55경비단이 관저 출입을 허가했다"고 주장했으나 윤 대통령 변호인단·경호처·국방부 등에 잇달아 반박 당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55경비단이 공수처에 보낸 회신 공문을 공개하며 "국가기관이 거짓말과 허위 사실 유포까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방부에서도 '경호처 출입 승인 담당 부서에 추가 출입 승인이 필요함을 안내드린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경호처 역시 "출입 허가 절차를 진행한 바가 없으며, 55경비단이 출입을 승인한 바도 결코 없다"고 일축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수처는 "금일 오후 2시 5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체포영장 관련 대상 지역 출입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수신했으며, 오후 4시 24분쯤 '경호처 출입 승인 담당 부서에 추가적인 출입 승인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수신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여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장기전에 대비해 기저귀를 차라는 경찰 지휘부 지시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를 거론하며 "불법영장 집행을 막는 경호처의 권한 행사는 정당하다. 경찰은 기저귀를 떼고 법을 준수하라"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전날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들을 모아놓고 "경호관이 경찰을 체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불구속 임의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28명은 15일 새벽 5시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관저 앞에 집결할 계획이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호처 간부 오찬에서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쓰라고 지시했다'는데 남미 마약 갱단 두목이냐"고 질타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정 비서실장의 제안에 대해 "내란죄를 저질러 놓고서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정훈 기자 / 권선우 기자 / 문광민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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