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땐 국민의당‧바른정당 있었지만”…여야 지지율 격차 좁아진 이유 보니
“양당 구도 속 치고 나오는 제3세력 없어…이재명이냐 아니냐 뿐”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 격차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원인 분석을 두고 논란이 많다.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흐름은 맞지만 수치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건 여론과 괴리가 있다는 게 상당수 정치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기계음을 들려주며 설문을 진행하는 ARS 조사의 오류, 적극 지지층이 과다 표집될 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격차가 16주 만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3.0%p 낮아진 42.2%로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4주 연속 상승세인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6.4%p 오르며 지난해 7월 3주 이후 6개월 만에 40%대를 넘어섰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1.4%로 오차범위 내 격차는 지난해 9월 3주 이후 16주만이다. 같은 주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국힘 지지율은 34%, 민주당 36%로 양당 격차가 2%p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 및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은 뚜렷한 흐름이다. 내란 초기의 충격을 수습한 보수층이 '정권 상실'을 막기 위해 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성향을 살펴보면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가 276명에서 328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강도 이상의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조사에서 갈수록 적극적인 응답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분이 그대로 중도‧무당층의 지지로 나타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유도성 질문을 하는 등 조사방식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데다, 여론조사 과정에 보수층 응답자 과표집됐을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때도 같은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지금의 추세는) 착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론조사가 조기대선 국면으로 흐르면서 보수층 결집 흐름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양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70% 정도 나오는데 나머지 30%는 누굴 찍겠나. 결국 내란이냐 아니냐, 계엄이 옳으냐 그르냐의 여론으로 가게된다. 그 비율이 3:7"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지지율 상승을 그간 숨죽였던 지지층의 결집 또는 민주당의 강공 일변도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지율 상승 흐름에 대해 "우리가 잘한 것이 아니다"라며 겸손한 자세를 요청했음에도 의원들 사이에서 고무된 분위기가 읽힌다는 분석이다. 당 소속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수괴 피의자가 돼 있는 상황에서도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고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압박하는 등 다수 의원이 극단적인 강경파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 등이 그 예다. 김민전 의원의 '백골단 논란' 또한 여론조사 오독에 따른 판단이 아니었겠냐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당히 고무돼 있다. 전광훈 목사나 보수 유튜버 등 윤 대통령을 구하자고 하는 사람들의 (유튜브) 썸네일을 보면 윤 대통령이 복귀하고 우리가 대선에서 이긴다,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는 등의 주장을 과감없이 하고 있다. 매우 흥분 상태"라고 진단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묘한 긴장감 속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일시적인 보수층 결집 현상'이라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기류가 읽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1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큰 틀에서 보수가 결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과표집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부정선거, 정당한 계엄, 탄핵은 사기, 영장은 불법이라는 가짜뉴스 논리 구조가 그들을 뭉치고 버티게 하는 이념적 근거가 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자 당 내부에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을 분석하고 대응해야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 위기를 질서 있게 수습하려는 노력보다 대선 셈법에만 몰두하는 듯한 태도로 중도층이 돌아설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는 다른 정치지형도 여야 지지율 격차가 좁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김수민 평론가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야권이 다원화돼 있었다. 민주당, 정의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빠져나갈 곳이 여러 곳이었지만 지금은 양당 구도가 워낙 강하고 제3세력 중에서도 치고 나오는 세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이냐, 아니냐 전선으로 가다보니 나온 여론조사 결과"라며 "국민의힘 지지율 같은 경우 '탄핵 찬성'보다 국민의힘 지지층 외연이 더 넓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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