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줄기세포의 가까운 미래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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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처음 확립된 이후 뛰어난 세포 분화 능력을 지닌 '만능 줄기세포'는 재생의학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그런 중에 2007년 체세포의 분화 시계를 되돌려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iPS·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등장하면서 배아 파괴 없는 줄기세포 재생의학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세계 각지에서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재생의학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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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1998년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처음 확립된 이후 뛰어난 세포 분화 능력을 지닌 ‘만능 줄기세포’는 재생의학의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상상해보라. 냉동고에서 꺼낸 배양 세포에 성장 인자를 처리해 인체의 거의 모든 조직을 만들어낸다면.”(사이언스, 1998) 한편에서 미래 상상은 현실의 기술 수준을 과대평가하고 희망과 기대를 부풀려놓았다. 인간 배아를 이용하는 데 뒤따르는 생명윤리 논란과 섣부른 기술의 안전성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 중에 2007년 체세포의 분화 시계를 되돌려 만든 역분화 줄기세포(iPS·유도 만능 줄기세포)가 등장하면서 배아 파괴 없는 줄기세포 재생의학의 가능성도 제시됐다.
상상은 조금씩 현실에 반영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재생의학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 초 학술지 ‘셀 스템 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으로 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재생의학 임상시험은 10여개 나라에서 116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 일본이 각각 38%(52건)와 15%(21건), 12%(17건)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내 임상시험은 6건(4%)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임상시험 치료를 받은 1200명 이상의 환자에게서 종양 생성 같은 안전성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모든 임상시험을 전수 조사한 건 아니지만 이런 조사 결과는 연구실에 머물러 있던 만능 줄기세포가 병원에서 난치병 치료에 실제로 쓰이는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처’는 최근 보도에서 이런 흐름을 “줄기세포 치료술의 전환점”으로 주목했다.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만능 줄기세포 임상시험의 성적은 질병마다 다르다. 한때 원하는 장기나 조직을 척척 재생하는 만능의 미래 치료술을 상상했던 적도 있지만, 현실에선 만만찮은 일이다. 파킨슨병처럼 면역 거부 반응이 약한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황반변성 같은 안구질환 치료 분야에서 임상시험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췌장, 심장, 신장, 간과 관련한 질병도 임상시험에서 다뤄진다. ‘네이처’는 일부 치료술이 5~10년 안에 일반 의료에 포함될 수 있으리라는 전문가 전망을 전한다.
남은 과제는 있다. 인간배아 줄기세포와 역분화 줄기세포 가운데 무엇이 어떤 치료술에 더 적합한지는 계속 논란거리이다. 인간배아 줄기세포는 배아 파괴로 인해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역분화 줄기세포에서는 암 발병 같은 위험의 우려가 다 가시지 않았다. 특히 기성품으로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를 쓸 때 환자한테 일어날 수 있는 면역 거부 반응을 줄이려는 연구가 중요해졌다고 논문 저자들은 진단한다.
난치병 환자를 위한 희망의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다만 경계할 점도 있다. 제한된 환자들에게 제한된 요법으로 적용해야 하는 줄기세포 치료술이 과거에 그랬듯이 만능의 치료술로 과장되거나 갖가지 줄기세포 치료술과 제품의 과대선전 도구로 둔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전한 치료술이 현실에 자리잡게 하는 데에는 과장된 기대와 선전을 걸러내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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