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까지"…고려아연vsMBK, 소액주주 `영끌` 전쟁

양호연 2025. 1. 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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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닫는 위임장 경쟁…집중투표제 도입 관건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 사 제공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표심 얻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소액주주 비율은 10%에 불과하지만 만약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이들의 경영권 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임시 주총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은 개인과 기관투자자 등 소수주주들이 보유한 의결권을 한 표라도 더 가져오기 위한 위임장 경쟁(프록시 파이트)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은 최근 주주들을 대상으로 '왜 자신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하는지' 등의 이유가 담긴 총 10장 분량의 서류를 등기우편으로 각각 발송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려아연 주주 A씨는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와 MBK·영풍 지지를 호소하며 의결권 위임장에 서명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본지에 "어제 낮에 MBK측 관계자 두 명이 집에 방문해 명함을 건넸다"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측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의 잘못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를 방문해 의결권 위탁을 받으려하는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

특정 세력이 주주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종종 있는 일이다. 특히나 경영권 분쟁이 박빙의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수백주 차이로 승패가 갈릴 수 있어서다.

과거 2003년 SK그룹과 소버린자산운용 간의 경영권 분쟁이나 2006년 KT&G와 칼 아이칸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여기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액 주주들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열리는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 제1-1호)를 상정했는데, 이는 주주에게 1주당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이 100주이고 선임할 이사가 5명일 경우 총 500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사회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보통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로 인식된다. 다만 집중투표제 도입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집중투표제 관련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일명 '3%룰'이 적용돼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도 최대 3%에 해당하는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현재 MBK·영풍 연합 측 지분은 총 40.9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은 약 33~34%로 추산된다. 이 밖에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4.51%, 고려아연 자사주를 제외하면 소액주주 지분은 10% 수준이다.

현행 상법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최대 3%로 제한하고 있다. 지분에서 밀리더라도 주주총회 이사 선출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이사 수 상한제 등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단일 최대 주주인 MBK·영풍 연합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정관 변경의 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표 대결에서 불리한 최윤범 회장이 주주간 분쟁 상황을 지속시키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악용하려 한다"며 "최 회장 측 집중투표제 관련 주주제안은 상법상 3%룰을 활용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연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임시주총을 앞두고 머로우소달리코리아, 위스컴퍼니웍스, 씨지트러스트, 제이스에스에스 등 4곳을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머로우소달리코리아는 외국인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와 자문을 진행한다. 나머지 3곳은 소액주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무를 수행한다. 씨지트러스트를 제외한 3곳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당시에도 의결권 대리행사 수탁법인으로 기용된 바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측도 조지슨, 리앤모어그룹, 케이디엠홀딩스 등 3곳을 의결권 대리행사 수탁법인으로 두고 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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