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장 해임 취소’ 항소한 윤석열…최상목 패싱했나
‘피고 소송대리인’ 명의 10일 항소장 제출
최상목 권한대행 쪽 “항소 관여한 바 없어”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최근 법률 대리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쪽에서는 항소 여부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어서, 직무정지 상태인 윤 대통령이 ‘권한 남용’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4일 남 전 이사장 사건과 관련된 법원 제출서류 접수내용을 보면,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8일 ‘피고 대통령비서실’ 이름으로 항소장을 제출한 데 이어 10일 ‘피고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8월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 등을 이유로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제청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즉시 재가했다. 그러자 남 전 이사장은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약 1년4개월 만인 지난달 19일 1심 재판에서 이겼다. 애초 제기된 법인카드 부정 사용, 방만 경영 책임 등의 해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이 이런 1심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는 것은 평시라면 통상적인 진행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윤석열’이 지난달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대통령을 상대로 한 재판과 관련해 항소를 제기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뒤따른다. 특히 대통령실이나 윤 대통령 변호인 쪽에서 최상목 권한대행한테 이를 보고하거나 승인받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항소장을 냈다면, 이는 당연히 월권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이희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변호사)은 직무정지 상태인 윤 대통령의 항소 제기는 그 자체로 ‘각하 사유’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남 전 이사장의 해임처분 취소 소송은 ‘자연인 윤석열’이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의 직무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다퉈보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면 (항소 제기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서 1심 재판 결과에 따른 항소 제기 여부를 직무정지 이전에 미리 결정해둔 것이라는 식으로 항변할 수도 있으나, 그런 경우라 할지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의 최종 판단이 반영되지 않은 항소 제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홍석 변호사는 “항소장 제출 권한이 형식적으로는 소송대리인에게 있지만, 일반적으로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소송 당사자와 상의하기 마련”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어떠한 판단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이) 항소장을 제출한 것이라면, 원고 쪽에서는 무권대리(대리권이 없는 자가 대리한 것)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항소와 관련해 대통령 권한대행 쪽은 대통령비서실이 나선 첫번째 항소장 제출은 물론, 윤 대통령 법률 대리인을 통한 두번째 항소장 제출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통령실에서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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