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방탄’ 반대한 죄? 고조되는 與 ‘친윤횡재·비윤횡사’ 논란

박성의 기자 2025. 1. 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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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후 ‘尹 탄핵+특검 동의’ 주장한 친한계 향해
친윤계 “탈당하라” “정치 잘못 배워” 조직적 압박
친한계 ‘불만 가중’…“이러면서 민주당 욕할 자격 있나”
시간은 친한계 편? ‘尹 탄핵-대선 정국’ 오면 상황 반전 가능성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12·3 비상계엄'을 기점으로 국민의힘 친한(親한동훈)계의 당내 입지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내란 특검' 등에 찬성하자, 당내 다수파인 친윤(親윤석열)계가 친한계의 탈당과 제명 등을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사실상 여당이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친한계 일각에선 "친윤횡재·비윤횡사"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월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 후 당 장악한 친윤…코너로 내몰리는 친한계

비상계엄 전에도 여당 내 주류 세력은 친윤계였다. 한동훈 전 대표가 60% 이상의 당심을 업고 당권을 쥐었으나, 원내에선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 전 대표가 추진한 이른바 '채상병 제3자 특검'과 '특별감찰관 임명' 등을 친윤계 복심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건건이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윤심'을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세력 면에서도 친한계는 친윤계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한 전 대표를 따르는 친한계가 최대 30명 안팎으로 추산됐으나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됐다. 반면 40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친윤계에는 권성동·권영세·윤상현·이철규 의원 등 중진들이 다수 포진하면서, 친한계와의 '당권 시소게임'에서 줄곧 우위를 점했다.

'당심'을 업은 친한계와 '윤심'을 업은 친윤계의 팽팽한 긴장관계는,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무너졌다. 당장 친한계의 구심점이던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잃었다. 친한계로 지도부에 입성했던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탄핵 표결 직전 한 전 대표에게 등을 돌리면서다. 이후 당권은 권성동 원내대표·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친윤 투톱'에게 넘어갔고, 최대 30명 내외까지 세를 넓혔던 친한계는 현재 10여 명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는 곧바로 코너에 몰렸다. 당내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인 김상욱 의원과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 등은 권성동 원내대표로부터 공개적인 '탈당 압박'을 받았다. 이들이 당론을 따르지 않고 윤 대통령의 탄핵과 '내란 특검' 등에 찬성표를 던진 게 화근이 됐다.

급기야 의원총회에서 친한계와 친윤계 의원들 간의 원색적인 비난전까지 전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국민의힘은 야당의 '내란 특검법' 재추진에 맞서 자체 특검법안 발의를 논의하기 위해 의총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욱 의원이 특검법 발의에 찬성 입장을 밝히며 계엄·탄핵 등을 언급하자, 친윤계 의원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 의원이 "지금이라도 자체 내란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며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서는 안 된다"고 말하자, 이철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의원들을 계엄 찬성으로 몰고 가지 말라. 여기 계엄에 찬성한 사람들 없다"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원내수석대변인인 김대식 의원은 연단에 나와 "우리가 전두환 추종세력인가, 우리가 히틀러, 김상욱은 유대인인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어 "당이 정한 당론을 따르는 게 당인"이라며 "김상욱 의원은 정치를 잘못 배웠다. 앞으로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격노하자,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 등이 "인신 모독"이라며 반발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김상욱 의원은 의총 도중 회의장을 떠났고 정 의원과 고동진·한지아 의원 등이 줄줄이 항의 차원에서 함께 의총장 밖으로 나갔다.

지난해 12월7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조경태 의원 ⓒ연합뉴스

"한동훈 돌아오면"…'권토중래' 벼르는 친한계

여권에선 국민의힘이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 친한계와 친윤계 의원들은 공식성상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서로 인사를 나누지 않는 등 반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 의원들은 또 텔레그램에 별개의 단체 대화방을 따로 개설한 뒤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 등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대표와 갈라선 장동혁·진종오 의원은 이 방에서 배제됐다는 후문이다.

코너에 몰린 친한계는 친윤계를 향한 분노·불만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친명 일극체제'를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고 '거야의 횡포'를 지적했던 여당이, 계엄 후 '친윤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친한계를 몰아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친한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의 '친명횡재·비명횡사'(친이재명계만 공천을 받고, 비이재명계는 축출된다는 주장)을 말하고, '힘으로 찍어 누르는 입법'을 비판했던 게 여당인데,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라고 반문한 뒤 "비대위가 쇄신과 통합을 말하지만, 오히려 쇠퇴하고 분열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가 복귀할 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친윤계가 그 책임론에 직면하게 되면, 당내 탄핵 찬성파인 한 전 대표와 친한계가 '보수의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의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초청을 받았으나 고사한 뒤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측근들과만 소통하며 재기 시점 등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최다선(6선) 중진이자 친한계의 좌장격으로 평가되는 조경태 의원은 7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당의 절대다수, 3분의 2 이상이 친윤으로 뒤덮여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시점이 되면 한 전 대표의 발언권도 높아질 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가야 할 방향은 지극히 상식적인 방향이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말끔히 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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