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냥이들의 ‘고질병’…힘들다, 음식 알레르기
말 못하는 작은 가족 반려동물, 어떻게 하면 잘 보살필 수 있을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국내 여러 동물병원에서 멍냥이를 만나온 권혁호 수의사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생활, 영양에 대해 묻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권혁호 수의사의 반려랩과 댕기자의 애피랩이 번갈아 연재됩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Q. 저희 집 강아지가 요새 귀 뒤쪽을 긁고 불편해 보이더니 탈모 증상까지 보이더라고요. 동물병원에 갔더니 알레르기로 인한 피부병이라고 하셨어요. 이런 알레르기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동물 환자’의 가장 흔한 질병이 바로 피부질환입니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3년 발간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국내 반려인들이 반려동물 치료비로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질환이 바로 피부병이었습니다.
치료비도 치료비지만 반려동물이 온종일 간지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참 안타깝습니다. 피부질환의 고약한 점은 한 번 질병이 나타난 반려동물에게 재발 비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불편한 증상만 치료하고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나 생활습관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에게 피부병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알레르기입니다. 알레르기는 특정 물질에 체내 면역이 과도하게 반응해서 생기는 반응으로, 이렇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알러젠’(Allergen)이라고 부릅니다. 알러젠은 형태와 출처에 따라 다양합니다. 음식이나 먼지, 화학물질, 아토피 등이 알러젠이 되기도 하고, 접촉성·계절성·스트레스성 알러젠이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가 참 까다롭습니다. 정확한 진단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알레르기가 나타난 동물들의 일반적인 증상은 피부 발진, 가려움증, 발·항문 등 특정 부위 핥기, 귀·피부 염증, 털 빠짐, 구토, 설사, 만성적 위장질환 등입니다. 눈물이 많이 나거나 눈 주위가 퉁퉁 붓는 것도 알레르기 증상입니다. 알레르기가 다른 질환과 비교되는 특이한 점은 대부분 증상이 한쪽이 아닌 양쪽에서 대칭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양쪽 귀나 허벅지를 간지러워하거나, 한쪽 눈이 아닌 양쪽 눈이 붓고 눈물이 난다면 단순한 피부질환이나 눈병이 아닌 알레르기 반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가장 유력하고 잡아내기 쉬운 범인은 바로 음식입니다. 반려동물 알레르기·피부병을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동물의 알레르기 요인을 설명한 그림을 보면, 왜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가 나타납니다. 일정한 환경적 자극(연두색)에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노란색)가 중첩될 때 음식으로 인한 요인이 늘어나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역치(붉은 선)를 쉽게 넘어버릴 수 있습니다. 평소에 괜찮다가도 갑자기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사례는 이처럼 음식·환경으로 인한 자극들이 어느 순간 역치를 넘어서며 나타나는 반응들입니다.
음식 가운데서도 다양한 알레르기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단백질입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를 종합했을 때, 개·고양이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는 소고기, 유제품, 밀 순이었고, 고양이는 소고기, 유제품, 어류 순으로 비율이 높았습니다. 소고기와 유제품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반려동물용 사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원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더 많은 동물에게 노출되면서 알레르기 비율도 높게 나타난 것이죠.
소고기에는 다른 고기보다 더 많은 알러젠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소고기 도축장에서 다른 고기들도 함께 도축했기 때문에, 이때 다른 동물의 단백질원이 같이 섞일 가능성이 생기고 그럼으로써 반려동물이 이를 같이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고기가 아닌 다른 단백질원에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반려동물이 이런 소고기로 만들어진 사료를 먹으면서 소고기에 대한 알레르기도 함께 나타나게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는 다른 피부병들과 특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보통 음식 알레르기의 경우 귀 끝, 발끝, 입 주변, 눈 주위, 꼬리와 항문 부분과 같이 사지말단에 피부 증상이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양쪽 귀에 귓병이 자주 생긴다거나 양쪽 발을 많이 핥는다면 음식 알레르기를 의심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이 제거’(diet elimination)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 식이 제거란, 동물에게 급여하는 사료·간식·영양제 등 여러 음식의 전체 혹은 일부를 제한하면서 각 음식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먼저 4~8주간 주식 사료만 급여하면서 간식, 영양제, 치약 및 덴탈껌, 사람이 먹는 음식 등을 일절 주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어떤 단백질이나 성분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알아보는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이때 사료는 지금까지 급여했던 단백질원(소고기, 닭고기, 어류 등)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거나 강도가 낮은 자극을 유발하는 단백질원을 찾아서 주는 것이 이 테스트의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저알레르기 사료나 가수분해 사료 등 기능성 사료도 종류에 따라서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수분해란, 단백질을 물·효소를 이용해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한 사료로 단백질을 더 작게 만들어 신체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 것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백질을 균일하게 분해하긴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식이 제거를 통해 어떤 음식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천천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물론 혈액이나 타액을 통한 알레르기 검사나 대장 내시경도 활용할 수는 있지만 진단이 아닌 참고 목적으로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알러젠을 검사하고 수치화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최근 노출된 알러젠 위주로만 검사 결과가 나오며 다양한 음식 재료에 대한 반응을 살피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멍냥이들은 대부분 털이 복슬복슬합니다. 귀엽긴 하지만, 이런 털은 피부 상태를 확인하기 힘들게 하죠. 멍냥이가 어딘가를 가려워하고 긁기 시작하면 이미 피부질환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 집사님들은 평소 멍냥이들의 피부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피부병이 자주 재발한다면 음식 알레르기가 아닌지 주의하면서 살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음식 알레르기가 발생하더라도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 올바른 치료 계획을 세워나가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시는 마시고요!
권혁호 수의사 hyeokhoeq@gmail.com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경호처·경찰·공수처 3자 회동…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논의
- 정진석 “윤 대통령, 제3장소·방문조사 가능…방어권 보장해야”
- ‘외환죄’ 담긴 내란 특검법 법사위 통과…야, 협상문은 열어놔
- 포고령에 없던 “한겨레 단전·단수”…윤석열 ‘사전 지시’였나
- 현직 경호관 아내 “중화기 무장 지시 내려와…지옥 같은 마음”
- 위헌·위법·특혜 요구 가득한, 정진석 호소문의 ‘10대 왜곡’
- ”윤석열 체포 협조하면 선처”…경호처 설득 나선 공수처·경찰
- 최상목 대행 ‘고교 무상교육 국비 연장’ 거부권
- 개집사 윤씨의 ‘요구’ [그림판]
- 김이 ‘검은 반도체’라고?…미국서 ‘K김밥’ 인기에 김도 ‘금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