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영 가슴만 깠다? 연기 못했으면 ‘원경’은 짤만 돌았다 [TV와치]

[뉴스엔 이해정 기자]

여배우의 노출이란 과연 무엇일까.

안 하면 몸 사린다고 욕먹고 하면 이미지 갉아먹는다고 욕먹는다. 이쯤 되면 노출이 아니라 배우를 작품 속 인물이 아닌 '여'배우로 떼어놓고 보는 구시대적 시각이 문제다.

이러한 시선에서 요즘 가장 문제적 인물로 포착된 건 배우 차주영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내세울 거라곤 성형한 외모밖에 없는 학교 폭력 가해자 역을 맡았던 차주영은 극 중 수술한 가슴을 드러내면서 임지연과 대립하는 장면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에도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주영의 '극 중 가슴'에 쏠려서 진짜니 대역이니, 대역이면 누구니 하는 소란이 일었고 엉뚱한 모델이 대역으로 지목돼 해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6일 tvN에서 첫 방송된 tvN, 티빙 드라마 '원경' 역시 1회 초입부터 등장한 강렬한 베드신으로 시선을 모았다. 15세 관람가인 tvN 본 방송에서는 베드신이 일부 생략됐으나 19금 청소년 관람불가로 공개되는 티빙에서는 차주영의 신체 일부 등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해당 장면을 두고도 '더 글로리' 때와 마찬가지로 '진짜 가슴'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확인 결과 일부 신체 부위를 CG로 보완했다고 한다.

파격적인 정사신이 불러온 의문은 단순히 가슴만을 향한 건 아니었다. '더 글로리'에서 신체 노출을 감행했던 차주영이 또 한 번 몸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면서 과도한 이미지 소비, 연기력 논란 등을 야기했다는 시선이 있다. 한마디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으면 연기력으로 승부를 볼 것이지 왜 또 벗었냐는 이야기다. 난데없는 노출이라면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원경' 속 정사신은 부부의 관계가 추후 정치적 관계로 변질됐다는 걸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이방원(이현욱 분)이 원경(차주영 분)이 아끼는 몸종들과 합궁하는 것도 정서적 교감과 신뢰를 중요시하는 원경을 타격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원경을 향한 사랑이든 공격이든 어쨌든 함축된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는 신인데 원앙 한 쌍을 비추는 것으로 대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얼마나 사랑했고 그래서 얼마나 미워하게 됐는지 그 미묘한 신경전이 '원경'의 전부인데 '얼마나'를 묘사하지 말라는 건 극의 재미를 일부러 떨어뜨리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게다가 지금처럼 15금, 19금 투트랙 채널을 운영한다면 더 더욱 그럴 필요 없다.

여전히 세간에는 차주영이 '벗어서' 문제라는 불편한 목소리가 떠돈다. 그렇지만 '벗기만' 한 거라면 '원경'이 1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4.9%, 2회 5.5%, 3회 4.9%로 순항할 수 있었을까. 차라리 차주영 노출신이 '짤'(짧은 영상)로 돌거나 '몇 분 몇 초' 좌표만 공유됐을 거다. 노출신이 초반 화제성을 견인한 것도 분명 있겠으나 노출신이 없어도 본다는 건 결국 '원경'이 재밌단 이야기. 그 재미에 차주영이 가슴으로만 기여했다는 건 오직 여배우라서 주어지는 너무 가혹한 평가 아닐까.

뉴스엔 이해정 ha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