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멧돼지 날뛰고, 외식물가 치솟고

권혁범 기자 2025. 1. 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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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부산도시철도 1호선 구서역~두실역 선로에 출몰한 멧돼지. 부산교통공사 제공


멧돼지가 부산에서 또 출몰했습니다. 이번엔 도시철도 선로에서입니다. 시민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집니다. 멧돼지가 공포의 대상이자 골칫덩어리가 된 지 꽤 오래됐죠. 도대체 녀석들은 어디서 자꾸 나타나는 걸까요.

벌써 4년여 전이네요. 당시 부산에 멧돼지가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습니다. 일고여덟 마리가 무리 지어 다니기도 해 시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됐죠. 이에 국제신문은 2016년 1월~2019년 10월 부산에서 신고된 멧돼지 출현 지점 327곳을 전수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지번을 구해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정밀하게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가 제법 흥미로웠습니다.

취재팀은 GIS 분석을 통해 멧돼지가 부산 도심으로 진입하는 주요 루트 3곳을 찾았습니다. 각각의 루트 중심엔 부산어린이대공원(부산진구 초읍동) 금강공원(동래구 온천동) 신라대학교(사상구 괘법동)가 있었습니다. 이곳 반경 5㎞(위 지도의 옅은 파란색 원 3개)에서 전체 멧돼지 출현 신고 327건의 56%인 183건이 접수됐는데요. 빨간 점 327개가 멧돼지 출현 장소입니다.

3개 루트의 특징은 같았습니다. 부산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 신라대가 자연(백양산·금정산)에 ‘구멍’을 뚫어 건설됐다는 건데요. 이에 따라 길 잃은 멧돼지가 도심으로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그리고 이 3개 루트는 멧돼지의 개체수 급증, 먹이 부족 등과 맞물려 점점 주위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번에 도시철도 선로에 출몰한 멧돼지는 어떨까요. 지난 12일 밤 9시20분께 1호선 구서역~두실역 선로를 여러 차례 오가다가 발견됐는데요. 이곳은 국제신문이 찾았던 3개 루트 중 금강공원 쪽과 멀지 않습니다. 금강공원 루트 주변을 확대한 지도를 보실까요. 구서역은 반경 5㎞에서 살짝 벗어나 있죠. 초록색 길쭉한 사각형으로 표시된 곳이 구서역~두실역 선로입니다. 이미 4년여 전에도 주위에 빨간 점이 여럿 찍혀 있는 게 보이네요. 역시 사람이 뚫어 놓은 아스팔트 길을 따라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13일 부산 부산진구청 구내식당을 찾은 직원과 민원인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이제 화제를 바꿔 외식물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1980년대 초반 짜장면은 450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달콤한 소스 위에 메추리알 하나와 채 썬 오이가 올라갔죠. 1000원짜리 한 장 손에 쥔 날이면, 친구랑 둘이서 짜장면을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 50원짜리 ‘쭈쭈바’도 하나씩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누리집에서 화폐 가치를 환산해 보니, 그때의 450원은 지금(2024년 말 기준) 1885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즘 1885원으로는 짜장면을 먹을 수 없죠. 짜장라면이라면 모를까요. 외식물가가 화폐 가치보다 훨씬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부산지역 외식물가를 구성하는 39개 품목 중 지난해 물가지수가 전년보다 오른 품목이 34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내식당 식사비를 비롯해 직장인이 애용하는 품목의 물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올랐는데요. 품목별로 칼국수(9.0%) 구내식당 식사비(6.0%) 도시락(5.9%) 햄버거(5.4%) 해장국(5.1%) 오리고기(4.5%) 치킨(3.7%) 설렁탕(3.6%) 순입니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런 현상엔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식재료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국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5.9%. 이 역시 소비자물가 상승률(2.3%)보다 배 이상 높습니다.

멧돼지가 도심에 날뛰는 거나, 외식 물가가 올라 직장인이 점심 먹기 겁나는 거나… 전혀 반길 일이 아니죠. 불안하고 걱정되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책임도 있습니다. 자연 훼손으로 멧돼지 서식지와 도심의 경계를 허물고, 무분별한 개발과 자원 사용으로 기후 변화를 자극한 원인이 일부 작용했으니까요. 함께 사는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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