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전기차 캐즘 쇼크…동반 적자 현실

박한나 2025. 1. 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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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국내 배터리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캐즘 여파에 3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삼성SDI와 SK온를 비롯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모두 적자 전환이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동반 적자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과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2021년 3분기 볼트 전기차 리콜에 따른 충당금(6200억원)으로 적자를 낸 이후 3년 만의 분기 적자입니다.

지난해 4분기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보조금(AMPC)으로 수령한 금액은 3773억원입니다. 이를 제외하면 적자 규모는 사실상 6028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연간 전체 매출로는 25조6196억원과 영업이익 575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2023년 대비 24.1% 줄었고, 영업이익은 73.4% 감소했습니다.

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전기차 캐즘의 직격탄을 맞은 영향입니다. 북미 주요 고객사인 GM의 물량 감소에 따라 고수익성 제품 출하 비중이 줄은 데다 고정비 부담 증가와 연말 불용 재고 처리라는 일회성 요인까지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했으며, 일부 신사업 분야 외에는 당분간 신규 증원보다는 내부 인력 재배치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 역시 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246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전망됩니다. 고객사인 BMW와 볼보의 유럽 지역 수요 감소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3분기 창사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SK온 역시 다시 적자 전환이 유력합니다. 유안타증권은 배터리 부문의 약 10%의 판가 하락과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2715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은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 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 2조8692억원, 영업손실 39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3604억원의 적자를 내며 2023년 연간 영업손실 2201억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4분기는 942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379억원에서 2분기 27억원, 3분기 14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에는 영업손실 40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배터리 소재사들의 실적 한파는 캐즘에 따른 수요 부진에 더해 광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입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당 72.0위안입니다.

리튬은 2021년 전기차 바람이 불면서 수요가 급증해 2022년 11월 581.5위안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캐즘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하락세입니다.

문제는 올해 전기차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내 기업의 주력 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완화 등 친환경 정책이 후퇴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중국 로컬업체들의 공격적인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국내 업계 전반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제품은 물론 메탈, 설비 등 밸류체인 전반에서 원가 경쟁을 심화시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올해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주력 해외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의 수요 약세와 정책 불확실성 확대, 중국업체의 점유율 상승 등은 생산, 판매량 회복에 지속적인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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