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거절 수단" vs "과잉진료 방지"… 논란의 중심에 선 '의료자문'

안하늘 2025. 1.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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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치료를 받는 A씨는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청구에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때 보험사가 또 다른 전문의에게 치료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보험사마다 의료자문 이후 보험금 부지급률에 차이가 나는 데다 정보 공개가 없다는 이유에서 보험금 청구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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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손보사 의료자문 후 부지급률 10% ↑
소비자 "보험사 입맛에 맞는 자문 후 거절"
보험사 "과잉진료 막아 선량한 가입자 보호"
금융당국, 객관적 자문의 풀 마련 검토
게티이미지뱅크

유방암 치료를 받는 A씨는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로부터 의료자문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의료자문은 보험금 청구에 의학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때 보험사가 또 다른 전문의에게 치료가 적절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A씨가 이를 거절하자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려왔다. A씨가 어쩔 수 없이 의료자문에 동의하자, 결국 보험사는 고주파·온열치료 등 A씨가 받은 치료 대부분의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통원비만 지급했다. A씨는 "치료비만 1,000만 원이 넘었다"며 "보험금 못 받을 걱정에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험업계가 의료자문을 거쳐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과잉 의료, 보험 사기 등을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금융소비자들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손해·생명보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KB손해보험은 고객의 보험금 청구 건 중 4,162건에 대해 의료자문을 진행해 이 가운데 533건에 대해 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부지급률은 12.8%에 달해 5대 손해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메리츠화재(10.72%), 현대해상(10.2%)과 DB손해보험(8.9%) 순이었다. 삼성화재는 5대 보험사 중 가장 많은 8,307건의 의료자문을 진행했지만 부지급한 건수는 153건(1.8%)에 그쳤다.

주요 생명보험 3사의 경우 손보사보다 의료자문 건수가 적었으나 더 높은 부지급률을 기록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109건의 의료자문을 진행했고, 이 중 276건(24.9%)에 대해 부지급을 결정했다. 한화생명은 23.9%, 삼성생명은 19%의 부지급률을 기록했다.

보험사마다 의료자문 이후 보험금 부지급률에 차이가 나는 데다 정보 공개가 없다는 이유에서 보험금 청구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환자 주치의의 처방을 거부하고, 보험사 입맛에 맞는 자문의를 거쳐 보험금을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환자가 진료받은 의료 기관보다 상급 의료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보장 내용을 대폭 축소한 5세대 실손까지 내놓는 등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하면서 보험사가 더욱 깐깐하게 심사에 나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는 전체 보험금 청구 건 대비 의료자문을 진행하는 건 극소수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손보사와 생보사에 청구된 보험금 중 의료자문으로 이어진 건 각각 0.07%와 0.09%에 그친다. 게다가 전체 보험금 청구 건으로 확대해 보면 부지급률은 1% 미만 수준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 사기 등으로 전체 보험금이 줄줄 새는 것을 막아 선량한 가입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별도의 중립적 전문의로 구성된 의료자문 풀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누구나 봤을 때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문의 명단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공정한 의료자문 체계를 갖추기 위해 의료계 및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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