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인에 보답하려 범행"… 캄보디아 야당 정치인 살해 훈센 정부 연루 의혹 확산

허경주 2025. 1. 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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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도심에서 벌어진 캄보디아 야권 정치인 피살 사건 용의자가 붙잡혔다.

대부분의 정황이 40년간 캄보디아를 철권 통치한 훈센 전 총리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많은 야권 정치인과 활동가가 구속되거나 해외 망명에 나섰지만, 림 전 의원은 '결코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캄보디아에 남아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캄보디아에서는 현재 훈센 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대를 이어 총리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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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도심 살인 태국인 용의자 체포
대가 받고 범행 후 캄보디아로 도주
공범은 여권 성향 정치인 동생 추정
림 킴야 전 캄보디아 야당 의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태국인 에칼락 파에노이(앞줄 왼쪽 두 번째)가 13일 태국 방콕 송크란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방콕=EPA 연합뉴스

태국 방콕 도심에서 벌어진 캄보디아 야권 정치인 피살 사건 용의자가 붙잡혔다. 대부분의 정황이 40년간 캄보디아를 철권 통치한 훈센 전 총리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태국 국적 남성 에칼락 파에노이(41)를 전날 캄보디아 국경 인근에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방콕 도심에서 림 킴야(73) 전 캄보디아 의원을 총기로 살해한 뒤 캄보디아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칼락은 퇴직 후 힘든 시기에 자신을 도와준 은인에게 진 빚을 갚으려 림 전 의원을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은인’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까오솟 등 태국 매체는 그가 범행 착수금으로 미상의 인물에게 6만 밧(약 255만 원)을 수령했고, 피해자의 동선과 범행 후 캄보디아로의 탈출 경로 등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캄보디아·프랑스 이중국적자인 림 전 의원은 2013년 총선에서 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 소속으로 당선됐다. 4년 뒤인 2017년 11월 선거에선 CNRP가 전체 의석 125석 중 55석을 얻으며 제1당에 올랐지만, 훈센 정권은 반역죄를 적용해 당을 강제 해산시켰다.

7일 태국 방콕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캄보디아 림 킴야 전 의원의 생전 모습. AFP통신 캡처

림 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의 정치 활동도 금지됐다. 당시 많은 야권 정치인과 활동가가 구속되거나 해외 망명에 나섰지만, 림 전 의원은 ‘결코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캄보디아에 남아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후 지난 7일 프랑스인 부인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를 출발해 태국에 도착했다가 피살됐다.

이에 국제 인권단체는 훈센 전 총리를 배후로 지목했다. ‘눈엣가시’ 정적이 캄보디아 땅을 벗어나자 발 빠르게 제거했다는 지적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현재 훈센 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대를 이어 총리직을 맡고 있다. 다만 여전히 훈센 전 총리가 ‘상왕’으로 실질적 통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캄보디아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심증은 더 커지고 있다. 태국 경찰은 12일 도주한 공범 피치 킴스린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공범이 CNRP를 해체하는 데 앞장선 캄보디아 친여권 성향 정당 캄보디아청년당 소속 정치인 피치 스로스의 동생으로, 에칼락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의혹 제기에도 캄보디아 정부는 자국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캄보디아 내 야당 탄압 고삐를 더욱 조이는 모양새다. 훈센 전 총리는 지난 7일 의회에 훈마넷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새 법안을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말에는 야당 국민권력당(NPP) 대표가 사회 혼란 선동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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