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절반 주주환원해도 배당성향 22%…"자사주 표시 개선해야"

박수현 기자, 김창현 기자 2025. 1. 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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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이 올해로 2년차를 맞는다.

자사주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개선해 '주주환원 착시 효과'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T, SK텔레콤, 신한지주, KB금융 등도 배당 성향에 자사주 매입 금액을 더하면 총 주주환원 성향이 적게는 11.1%포인트에서 많게는 33.6%포인트까지 차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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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 밸류업, 회계부터 고치자③
[편집자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 정책이 올해로 2년차를 맞는다.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두가지 개선한다고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 다방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회계 문제다. 밸류업 발목을 잡는 회계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 배당성향 및 주주환원 성향/그래픽=이지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사용했지만 배당 성향이 22%에 불과하다. 배당 성향에서 4483억원의 현금배당만 고려하고, 자사주 매입금 6400억원은 반영하지 않아서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53.3%에 달한다.

자사주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개선해 '주주환원 착시 효과'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표기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자사주 매입이 배당률 계산에 포함되지 않고, 재무제표상에서도 확인하기 어려워 투자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자사주 취득 및 소각에 따른 이익이 주주들에게 돌아가 배당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자사주 취득 절차와 재원이 배당과 동일하고, 매입 한도도 상법 제461조 제1항의 배당가능이익 범위 이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경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선호하는 기업들도 있다. 최근 밸류업 기조에 따라 자사주 소각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자사주 매입은 재무제표상에서는 배당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기재된다. 기업이 배당을 하면 이익잉여금이 차감되지만 자사주를 매입하면 이익잉여금 차감 없이 기타자본항목에만 표시된다. 자사주 보유 규모가 재무제표가 아닌 주석에 기재된 탓에 주주 입장에서는 파악이 어렵다.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할 때 불편을 겪기도 한다. 자사주 소각은 이익소각과 감자소각으로 나뉘는데, 이익소각의 경우에는 소각금액만큼 이익잉여금이 차감된다. 이 때문에 기업의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했더라도 추후 소각 시에 이익잉여금이 없다면 소각이 어려울 수 있다.

2023년 주요 기업 배당성향 및 주주환원 성향. /그래픽=윤선정

자사주 매입을 기타자본항목에 표시하는 회계처리가 이익잉여금을 과대계상하고 주주환원 규모를 실제보다 작게 보이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자사주를 매입하는 다수 상장사는 배당성향에 자사주 매입이 포함되지 않아 배당률만 봐서는 주주환원 규모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일례로 KT&G은 2023년 당기순이익이 9027억원, 현금배당금액이 5908억원으로 배당 성향이 65.4%로 집계됐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금액인 3026억원을 포함하면 총 주주환원 성향은 99%에 이른다. KT, SK텔레콤, 신한지주, KB금융 등도 배당 성향에 자사주 매입 금액을 더하면 총 주주환원 성향이 적게는 11.1%포인트에서 많게는 33.6%포인트까지 차이 났다.

자사주 매입을 배당과 같이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표기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그만큼 배당이 제한된다는 정보를 투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잉여금 명세서에 기록해야 한다"며 "자사주를 이익잉여금 명세서 하단에 별도로 반영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취득 시 준비금을 설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황 교수는 "자사주 취득을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했다면 소각 시점에 배당가능이익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라며 "자사주 취득 시 준비금을 설정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익 소각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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