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번 ‘쇼핑’ 유도하는 “실손보험 있으세요?” 질문 금지법 [데스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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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이상한 마트'가 있다.
도저히 남는 게 없을 것 같은데도 수십 년째 성업중인 이 마트, 알고보니 없어도 되는 물건들을 62.5배, 많게는 수백 배 뻥튀기해 팔고 있었다.
이 이상한 마트는 대한민국 의료시장이다.
지금 당장 필수의료에 제값을 매기고 쓸데없는 과잉진료를 단속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대한민국 의료마트는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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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진료 관리한다지만
한국 의료는 ‘중환자’ 신세
‘나쁜 의사들’ 사기 행각에
제동 걸 사람은 환자들 뿐

도저히 남는 게 없을 것 같은데도 수십 년째 성업중인 이 마트, 알고보니 없어도 되는 물건들을 62.5배, 많게는 수백 배 뻥튀기해 팔고 있었다. 중간에서 이를 알선하는 브로커도 있고, 고객들은 대부분 내 돈이 아닌 ‘공금’과 ‘법카’를 들고 와서 가격표도 보지 않고 사갔다. 일부 단골 손님들은 ‘뽀찌(페이백)’까지 받아갔다고 한다.
이 이상한 마트는 대한민국 의료시장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생필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항목이고, 공금과 법인카드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쯤으로 보면 된다.
전국민이 알면서도 외면해왔지만, 우리 의료시스템은 자체적으로 유지될 수 없는 적자 구조다. 그동안 의료계는 실손으로 적자를 메우고, 한의학계는 차보험으로 적자를 메웠다. 실손이나 차보험이나 사실상 전국민이 가입자이니,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구조라 할 만 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과 일부 고객들의 과잉진료가 도를 넘었다. 환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1년에 수백 번씩 병원을 들락거리는 동안, 나쁜 의사들은 ‘실손보험금 빼먹기’로 떼돈을 벌었다. 업계에서 어느 병원은 골프장을 샀다더라, 다른 병원은 강남에 건물을 몇 개 올렸다더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 정도였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됐다. 실손보험료 인상 청구서는 ‘보험금 못 타먹으면 바보’라면서 보험사 걱정말라 코웃음치던 사람들한테까지 날아들었다. 나쁜 의사들이 득세하니 좋은 의사들이 급감했고, 필수의료의 질은 떨어져 갔다.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병은 어느 새 말기가 된 지 오래다.
‘의료쇼핑’이라는 용어가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 의료는 너무 비싸서, 한 번 이상 진료받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도 좋았던 시절은 끝났다. 지금 당장 필수의료에 제값을 매기고 쓸데없는 과잉진료를 단속하지 않는다면 이상한 대한민국 의료마트는 폐업 수순을 밟아야 할 판이다. 작년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 대책을 들고 나온 것은 늦었지만 가장 빠를 때였는데, 의대 정원 이슈와 계엄에 묻혀 제대로 시행될 지가 걱정이다.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주 비급여 관리 강화와 5세대 실손보험 카드를 추가로 꺼냈다. 아직 초안이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의료계와 일부 환자단체는 의료개혁이 아닌 보험개혁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전가의 보도인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도 벌써 등장했다. 지금으로선 어찌어찌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병원들은 그동안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발달지연 센터, 무릎주사 등 뻥튀기 판매 품목을 바꿔가며 사기 스케일을 키웠다. 브로커들은 점점 더 대담해져서, 이제는 개원 컨설팅 단계부터 ‘과잉진료 플랜’을 짜준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치료계획이 완전히 달라지는 나라, 아무리 막아도 꾼들은 또 다른 ‘구멍’을 찾아낼 것이다. 아예 “실손 있으세요?”라는 질문 자체를 금지하는 법부터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의료는 사재기할 수 없다. 언젠가 누구나 이 구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국민이 인질이자 공동정범인 이 이상한 나라의 의료시스템을 뿌리부터 바꿀 때다. 백약이 무효라 해도, 아무것도 안하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순 없지 않은가.
[신찬옥 과학기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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