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궤도수송선 만들겠다"…도전장 내민 인터그래비티
"우주 시대가 열리면 다양한 우주 탐사 미션이 이뤄질 겁니다. 쉽게 발사할 수 있는 소형 궤도 수송선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국내 최초 민간 궤도 수송선을 만드는 '패스파인더(Pathfinder)'가 되겠습니다. 우주 신기술이나 임무를 가장 먼저 시도하는 길잡이가 되고 싶습니다."
대전 유성구에서 7일 만난 이기주 '인터그래비티테크놀로지스(인터그래비티)' 대표가 국내 첫 민간 궤도 수송선 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인터그래비티는 지난해 4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출신들이 모여 창업한 신생 우주 기업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석박사를 받고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 올드도미디언대 조교수를 거쳐 항우연에서 12년 동안 일한 발사체·엔진 전문가다. 인터그래비티는 고추력 추진기관, 3D 프린팅 기술 등을 이용해 경제성 있는 궤도 수송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우주에서 A 궤도에서 B 궤도로 움직이는 우주선인 궤도 수송선의 엔진은 발사체, 운용 부분은 위성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궤도 수송선에는 탐사선, 착륙선, 킥스테이지(Kick Stage) 등이 있다. 킥스테이지란 우주공간에서 발사체의 2단 엔진을 분리한 후 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하게 배치하기 위해 사용되는 엔진 모듈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다채로운 우주 미션이 등장하며 궤도 수송선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본격적인 탐사에 앞서 저비용으로 탐사가 가능한지 시험해보는 '길잡이 탐사', 혁신기술을 신속하게 우주와 지구에서 실증하기 위한 시도, 정지궤도위성 연료 재충전 등을 위해 다양한 규모의 궤도 수송선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우주항공청(우주청)도 올해부터 궤도수송선과 재진입 비행체 기술 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특히 소형 궤도 수송선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전자레인지 크기인 무게 25kg의 초소형 달 탐사선 '캡스톤(CAPSTON)'이다. 캡스톤의 무게는 한국형 달탐사선 '다누리' 무게(678kg)의 27분의 1 수준이다. 작은 크기이지만 임무는 가볍지 않다.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으로 마련될 우주정거장이 위치할 가장 경제성 있고 적합한 달 궤도를 사전에 탐색하는 게 미션이다.
이 대표는 캡스톤 같은 소형·중형 궤도 수송선이 전 세계 우주 산업에서 한국이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 항우연에서 이 대표가 매진한 2단형소형발사체선행기술, 뉴스페이스시대우주수송기획, 재사용발사체정책 연구 경험을 토대로 한 판단이다. 한국이 보유한 추진 기관 기술, 위성 개발 기술을 합치면 고품질의 궤도 수송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는 기획부터 탐사선 발사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중간에 새로운 센서 등 신기술을 바로 탐사선에 적용하기 어렵지만 작은 규모의 탐사선은 언제든 신기술에 대응해 빠르게 장착할 수 있다"면서 소형 궤도 수송선의 장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궤도 수송선 개발까지 확보해야 할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궤도 수송선의 신속한 이동과 착륙에 필요한 고추력 추진기관이다. 추력 667뉴턴(N) 이상을 내는 고추력 추진기관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에 의해 수입할 수 없다. 다누리는 국내에서 개발한 30N의 추력기 4기를 달고 있다. 인터그래비티는 먼저 탄화수소의 일종인 에탄과 아산화질소 조합을 활용한 추진제를 활용해 고추력 추진기관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연소 시험 중이며 2027년 1월 스페이스X 로켓에 실어 우주에서 처음 실증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경제성 있는 궤도 수송선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3D 프린팅, 안전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드는 용접 기술을 활용한 탱크, 획기적인 항법 기술 등을 이용해 궤도 수송선의 제작 및 발사 비용을 기존에 비해 대폭 줄일 것"이라면서 "인터그래비티를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인터그래비티를 '우주 탐사 기업'으로도 소개하는 이유는?
"달이나 화성에 가는 것만 탐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주로 향하는 것 자체가 탐사입니다. '광의의 탐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인터그래비티를 우주 탐사 전문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도 공식 회사명이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입니다."
Q. 인터그래비티가 개발하는 궤도 수송선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장성이 높은 무독성 추진제를 사용하는 궤도 수송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장성이란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우주환경에서 쉽게 증발하지 않는 특성을 말해요. 문제는 보통 저장성이 높으면 연료의 독성도 높아집니다. 독성이 높은 연료는 운용비가 매우 높기도 해요. 연료를 다룰 때 작업공간 출입통제, 작업자 방호복 착용 등에 많은 비용이 듭니다. 인터그래비티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독성이 낮으면서도 저장성이 높은 추진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Q. 개발하는 궤도 수송선을 2027년에 우주로 발사할 계획이다.
"맞습니다. 제품명은 'iGRVT-50'입니다. 이륙할 때 비행체의 무게인 '이륙질량'이 50kg인 궤도 수송선입니다. 앞으로 이륙질량을 500kg, 1000kg, 3000kg 등으로 만들어 다양한 우주 탐사 미션에 대응할 예정입니다. 현재 궤도 수송선의 연소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서대 태안캠퍼스에 자체 시험 시설을 구축 중입니다. 시설이 완공되면 시험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Q. 우주 산업에서 경제성이 중요하다고 느낀 계기는?
"스페이스X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계기입니다. 2008년 메릴랜드대에서 연구원을 했을 당시 동료들이 스페이스X에 입사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때 스페이스X는 불과 50명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그러다 항우연에서 일할 때 2017년에 스페이스X 공장에 견학을 갔는데 공장이 로켓 1단 조립 시설로 꽉 차 있더라고요. 5년 뒤인 2022년에 다시 같은 공장을 방문했어요. 공장에는 이제 1단 조립 시설이 거의 없었어요. 경제성을 위해 1단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확립하는 데 집중했고 성공했기 때문이었죠. 줄곧 경제성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지금의 스페이스X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그래비티를 포함해 어떤 우주기업이든 성장하려면 경제성을 놓치면 안 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일단 2027년 궤도 수송선 발사를 성공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는 기존에 비해 10분의 1 가격의 궤도 수송선을 만들고 싶습니다.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차세대 로켓 '스타십'이 상용화 되면 발사 비용이 현재보다 훨씬 저렴해집니다. 여기서 더 비용을 낮추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인터그래비티의 궤도 수송선을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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