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사람 돕는 센터? 민생 정책인가 포퓰리즘인가 [질문+]

김하나 기자 2025. 1. 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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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취객 보호하는 ‘주취해소센터’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예산 문제로 보류
부산·제주에서 이미 시행 중
긍정적 효과 드러나고 있어
다만 ‘주취자’ 보호하는 일에
혈세 들이냐는 시선도 존재해
서울시 주취해소센터를 두고 찬반양론이 부딪히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에 취한 사람을 보호하는 '주취해소센터'. 얼마 전 종로구 무악동에 '주취해소센터'를 건립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시는 이후에도 주취해소버스 등 '술 취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있다. 문제는 주취해소센터를 만드는 게 시 차원에서 검토할 만큼 중요한 민생 이슈냐는 거다.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2024년 서울시는 흥미로운 '조례' 한개를 제정했다. '주취자酒臭者(술 취한 사람)'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조례였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주취해소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주취해소센터는 보호자에게 인계가 어려운 취객과 응급치료 후 일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보호하는 임시구호시설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시유市有 재산인 종로구 무악동 새마을금고 건물에 주취해소센터를 만들기로 발표하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주민들은 곧바로 "주민 동의 없는 주취해소센터 설치에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반기를 들었다. 예산 문제도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역시 "유흥가가 아닌 조용한 주거지 한가운데 주취해소센터를 설치하면 (주취자의) 이송에 따른 기동력 저하, 행정력 낭비는 물론 주민 치안 불안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계획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무악동 주취해소센터'의 설립이 불발하자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는 이동형 '주취해소버스'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스에 의료장비를 싣고 움직이는 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거다. 물론 아직은 결정된 게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취해소버스는)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면서 나온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 긍정론 : 민생의 일환 = 다만, 이 지점에서 논의해야 할 건 있다. 주취해소센터(또는 버스) 설립이 시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만큼 절실한 민생 이슈냐는 거다. 긍정론부터 살펴보자. 무엇보다 주취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취자 관련 112 신고 건수'는 2021년 79만1905건에서 2023년 98만4411건으로 24.3% 증가했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하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할 곳이 마땅치 않다. 현행법(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주취자를 보호·조치할 의무가 있는 경찰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호자와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엔 지구대에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취자가 지나치게 많거나 행여 난동이라도 피우면, 경찰의 '치안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취해소센터를 운용 중인 지자체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부산시다. 제주경찰청은 2024년 1월 한라병원에 주취해소센터를 열었다. 부산시는 2023년 4월부터 부산의료원 일부 공간을 활용해 주취해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가 제법 알차다.

2023년 개소 이후 997명의 주취자를 평균 4.6시간 보호했다. 그중 대부분은 밤 9시 이후 주취해소센터에 인계됐는데, 술이 깬 다음 혼자 또는 보호자와 함께 귀가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주취해소센터는 지구대에서 보호해야 하는 주취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구대 등 현장경찰의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 부정론 : 극단적인 포퓰리즘 =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사실상 '술 취한 사람'을 보호하는 주취해소센터에 시민의 혈세를 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거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9월 주취자 보호시설을 임차하고 환자용 침대 등을 구매하는 데 5년간 17억493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주취해소센터를 운영하는 데 꽤 많은 예산이 필요하단 거다.

문제는 서울시가 2025년도 민생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취약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하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출연 예산을 2024년 228억원에서 올해 140억2500만원으로 38.5% 줄였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로컬브랜드상권생태계조성 예산과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지원예산도 각각 19.0%(102억7900만원→83억2800만원), 26.8%(138억2200만원→101억1200만원) 삭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취해소센터를 밀어붙이면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취해소센터를 도입하기 전에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갈현숙 한신대(사회복지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주취해소센터를 설립하는 것 자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 주취해소센터가 주취자만을 위한 공간인 것도 아니다. 주취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취객으로부터 안전을 위협받던 시민과 경찰도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제주와 부산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공론화의 장을 열어젖힐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취해소센터 도입 과정은 소통이 현저히 부족하다. 강남과 홍대처럼 주취자가 많은 지역이 아닌 종로구 무악동의 거주지에 주취해소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추진한 것 자체가 오류였다.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시민을 설득하는 일이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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