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주범은 지방일까, 탄수화물일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5. 1. 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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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비만 관련 음식 문제를 다룰 때 지방의 악명이 높았다.

이런 맥락에서 탄수화물, 특히 정제 탄수화물(설탕, 고과당 시럽, 밀가루) 섭취 증가가 비만 형성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고지방 음식보다 더 위험한 것이 식습관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면이 있다.

전통적으로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된 고지방 음식과 비교했을 때, 정제 탄수화물에 의한 중독적 행태와 인슐린 폭증, 혈당 변동이 가져오는 대사적 혼란 문제는 비만 형성 및 건강 악화에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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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이 비만과 건강 악화에 직접적 영향 미쳐

(시사저널=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과거에는 비만 관련 음식 문제를 다룰 때 지방의 악명이 높았다. 지방 1g당 약 9kcal 열량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다 섭취하면 체중 증가 위험이 크다는 단순한 명제 때문이다. 따라서 저지방 식단이 비만 예방과 관리의 핵심 전략이 되었으나, 실제로 저지방 식단이 체중 조절에 언제나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체중 관리 실패나 대사증후군 증가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아직 논의할 여지는 있지만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은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에 긍정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탄수화물, 특히 정제 탄수화물(설탕, 고과당 시럽, 밀가루) 섭취 증가가 비만 형성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며, 고지방 음식보다 더 위험한 것이 식습관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면이 있다.  

정제 탄수화물은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 방출을 유도하고, 이는 음식 섭취 행동을 강화하는 중독적 과정을 유발한다. 고지방 식품도 유사하지만, 단순당에 비해 지속적이고 강력한 도파민 반응을 야기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시사저널 사진자료

또 고당질 식품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고 인슐린 분비를 폭발적으로 늘린다. 이는 이후 혈당 급락을 야기해 다시 탄수화물 섭취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반면 지방은 혈당과 인슐린 반응에 큰 변동을 일으키지 않아 단기적으로 식욕을 유발하는 게 상대적으로 덜하다. 

반복적으로 설탕류를 섭취하면 점차 더 많은 양을 찾게 하는 내성이 형성된다. 고지방 식품 섭취도 쾌감을 제공하지만, 단맛을 통한 즉각적 보상에 비하면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고지방 음식보다 고당질 음식이 더 심각하게 중독적인 비만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탄수화물 중독으로 인한 과도한 당분 섭취는 비만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 매우 광범위한 악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은 대사질환 위험 증가다. 고당질 음식은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대사증후군 형성을 촉진하며, 결국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고지방 음식에서도 포화지방 섭취 과잉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키울 수 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적절한 양질의 지방 섭취는 오히려 혈당 조절 개선, 포만감 증가, 특정 심혈관 위험 인자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다만, 극단적인 '저탄고지' 음식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칼로리 계산보다 당류 제한이 더 필요해

과도한 정제 탄수화물 섭취는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입자의 변형, 혈관 내피세포 손상, 만성적 염증 유발로 인한 장기적인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위험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당을 통한 인슐린 과량 분비로 인한 대사 불균형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으로 비만이나 심혈관질환 관리 전략은 저지방 음식 섭취를 강조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저탄수화물, 특히 저당질 접근이 재조명되고 있다. 탄수화물 중독으로 음식 조절에 실패한 사람에겐 단순히 칼로리를 계산해 음식 섭취를 조절하는 것보다 당류 섭취 제한 방식이나 행동중독 치료법(인지행동치료·동기강화면담)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수화물 중독은 단순한 칼로리 초과 문제를 넘어 비만과 다양한 대사, 심혈관,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하는 복합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된 고지방 음식과 비교했을 때, 정제 탄수화물에 의한 중독적 행태와 인슐린 폭증, 혈당 변동이 가져오는 대사적 혼란 문제는 비만 형성 및 건강 악화에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비만 관리 전략이 단순 저지방 식단을 넘어 저당질 식단, 탄수화물 중독 관리, 공공 정책 개선을 통한 좀 더 정교하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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