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은 형제복지원 실사판이다"...재소환된 비극, 어떤게 닮았나

서윤경 2025. 1. 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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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활동하던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소
강제노역에 구타, 성폭행... 500명 넘게 사망
해외 매체·SNS, '오징어게임'과 유사성 보도
/사진=넷플릭스

[파이낸셜뉴스] 길거리에서 배회하는 무연고자, 장애인, 고아부터 가족이 있는 일반 시민까지 가리지 않고 폐쇄된 공간에 끌려왔다. 지역도 제각각이었지만,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나이도 다양했다.

어느 날 한 공간에 있던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사라졌다. 어딘가로 끌려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숨죽이며 침묵했다. 가혹한 폭행으로 또다시 누군가가 숨졌다는 걸 알게 되자 탈출을 결심했다. 35명의 목숨을 건 탈출이 성공하면서 비로소 갇혀 있던 곳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26일 시즌2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이 내용은 약 3000명을 수용한 전국에서 가장 큰 부랑인 수용 시설 '형제복지원' 얘기다.

'오징어게임 시즌2'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1980년대 한국에서 발생한 'Brother's Home' 즉 '형제복지원 사건'이 해당 시리즈의 모티브가 됐다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팩트체킹' 사이트인 스노프스는 9일(현지시간) '오징어게임'에 영감을 준 '실제' 사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형제복지원과 오징어게임의 연관성을 보도했다.

SNS가 떠올린 '형제복지원'... 500명 넘게 사라진 그 곳

아델 나자리안의 X계정에 올라온 오징어게임과 형제복지원 /사진=X

부산 소재 형제복지원은 무차별적으로 끌고 온 이들을 가둔 뒤 강제 노역은 물론 구타, 성폭행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500여 명이 사망하고 이들의 시신은 암매장되거나 일부 대학에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렸다.

1987년 탈출한 35명이 세상에 알린 '형제복지원'의 인권 유린 실태를 2020년 출범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조사에 들어가 2022년 결과를 발표했다. 1975∼1987년 발생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는 ‘국가에 의한 총체적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팟캐스트 '아더뷰' 진행자인 아델 나자리안은 지난 3일(현지시간) '형제복지원'과 오징어게임의 연관성에 대해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장문으로 설명했다.

나자리안이 설명한 공통점은 세 가지다. 먼저 형제복지원 수감자들은 완곡하게 말하면 '게임'이라 불리는 잔혹한 처벌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다. 수감자들은 눈에 멍이 들 때까지 맞거나 거꾸로 매달리는 폭력적인 게임에 참여해야 했다. 학대에 나선 이들은 모두 오징어게임 속 인물들처럼 사회적,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실과 연출된 드라마 속 사망자 수도 비슷하다. 오징어게임엔 456명의 참가자 중 454명이 사망했다. 형제복지원에선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 수가 551명이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오징어게임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는 점도 꼽았다. 나자리안은 "실제 사건이나 드라마 모두 사회 안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을 착취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노출했다"고 분석했다.

닮은 점과 다른 점, 해외 매체들의 꼼꼼한 비교분석

여러 SNS에 올라온 오징어게임과 형제복지원 사건의 연관성 /사진=X, 인스타그램

SNS에 관련 내용들이 나오면서 해외 매체들도 주목했다.

스페인의 스포츠·연예 매체인 마르카는 8일(현지시간) "'오징어게임 시즌2'가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 2주가 지났지만, 플랫폼 역사상 가장 많이 시청된 쇼 중 하나가 됐다"며 "사람들은 황동혁 감독이 어떻게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해 줄거리를 전개하는지 궁금해 한다. 그는 여러 차례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한 뒤 '형제복지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이 매체는 "그곳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다양한 증언을 통해 폐쇄된 장벽 뒤에선 학대와 고문, 강제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서 "그럼에도 복지원을 운영한 사람은 정부로부터 여러 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오징어게임'과의 유사점은 공간에 모인 사람들에 대해 복지원 담당자들이 대하는 방식에서 찾았다.

이 매체는 "폐쇄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복지원의 감시자들은 이름 대신 할당된 번호로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스노프스는 SNS에서 '형제복지원'과 오징어게임의 유사성을 이야기하는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걸 바로잡기도 했다. 가령 형제복지원이 있던 곳이 비무장지대(DMZ)에 있다는 내용이다.

스노프스는 "SNS엔 무인지대의 지하 벙커에 잡혀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여러 게임을 완료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듯 하다"며 "여기서 무인지대는 DMZ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남한과 북한 사이 비무장지대"라고 수정했다.

유사한 부분도 짚어냈다.

스노프스는 "한국전쟁의 참화에서 회복하던 한국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부상하는 국가 이미지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당시 쿠데타로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이 '거리 청소'를 명분으로 전국에 복지센터를 세웠다"며 "복지센터는 사람들을 잡아 들이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구금자에게는 고문, 강간, 잔혹한 죽음을 초래한 강제 수용소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수감자들은 '게임'이라 불리는 고문에 참여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것이 일부 사람에게 오징어게임과 연관시키는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SNS #전두환 #오징어게임 #형제복지원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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