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만지면 절정에 달한다?···그럼에도 슬픈 이들의 사랑법[생색(生色)]
[생색-40] ‘목을 건다’. 목숨이나 직을 내놓을 만큼 결연한 인간의 의지를 비유합니다만, 이들에겐 그저 메타포에 그치지 않습니다. 목을 거는 것이 삶 그 자체여서입니다. 싸울 때도, 화해할 때도, 사랑을 나눌 때조차 목을 사용합니다. 목에 살고 목에 죽는 이 존재, 목의 대명사 기린의 이야기입니다.
출산은 또 어찌나 힘이 드는지. 다른 동물에 비해 교미가 적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퍽퍽한 삶에 지쳐 사랑도 번식도 포기해 버린 기린. 어쩐지 남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기린의 이불을 들춰봅니다.
그들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모든 초식동물은 땅 위의 풀을 두고 경쟁합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먹고 싶어하는 개체에 비해 언제나 먹이는 부족한 법이지요. 임팔라, 쿠두와 같은 동물들과 땅위 식물을 두고 싸우기 일쑤입니다.
기린의 조상 중 목이 긴 개체들이 돌연변이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유독 잘 살아남아 지금의 기린이 형성됐다는 설명입니다. 라이벌 초식동물은 커봐야 2m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기린은 4m 위의 식물까지 거뜬히 먹어 치웠습니다.
긴 목을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잘 먹고 잘산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수컷 공작새가 천적으로부터 노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화사한 꼬리를 갖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셈입니다.
기린 녀석들은 실제로 목에 죽고 목에 삽니다. 암컷을 차지할 때조차 수컷 놈들끼리는 목씨름인 ‘넥킹’(Necking)을 주고받습니다. 치열한 목힘겨루기가 끝난 뒤 승자는 당당히 암컷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 수컷 두 마리가 있습니다. 녀석들은 서로의 목을 휘두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암컷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때와 다른 분위기입니다. 목을 감으면서 서로의 등을 핥아주기도 하고, 생식기의 냄새까지 맡습니다. 사타구니 쪽을 바라보니 녀석들의 주요부위는 팽팽해져 있습니다.
기린의 세계에서 동성 교미는 매우 흔하게 관측됩니다. 이성 교미보다 더욱더 많이 포착될 정도입니다. 학계가 관측한 교미 중 94%가 수컷간 일어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이 “기린의 90% 이상은 게이”라고 과학적(?) 농담을 던졌을 정도였습니다.
치열한 경쟁에 지친 탓인지, 평생 짝짓기 없이 혼자 사는 수컷들도 종종 관찰됩니다. 혼기가 차도 변변한 직장 없어 결혼을 미루는 우리네 모습과 똑 닮은 셈입니다.
다 큰 기린은 그나마 맹수에 저항이 가능하지만, 새끼 기린은 사자·하이에나·표범·들개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성체 기린 암컷 중 약 4분의 1 미만만이 새끼를 낳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엄청나게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셈이지요.
사랑도 육아도 어렵지만 아둥바둥 해내는 모습이 어찌나 눈물겨운지. 이대로 사라지기에 그들의 목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ㅇ기린은 동성 교미가 많이 일어나는 종으로 통한다.
ㅇ일부 개체군에선 암컷의 4분의 1만 출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ㅇ교미와 출산이 매우 어려운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는데, 결혼을 포기해버린 오늘날 인간의 모습이 교차한다.
<참고문헌>
ㅇ브루스 배게밀, 생물학적 풍요, 히포크라테스,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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