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안 하고 숨지 않겠다"던 대통령, 지금 어디 있습니까?
[이한림 기자]
저는 지난해 11월 수능을 마친 고3 학생입니다. 연일 나오는 뉴스를 보다 지금의 상황이 어이가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이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공수처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체포하려고 하는데 대통령 측이 거부하고 있는 사실을 말합니다. 한 마디로 이는 법치 국가인 대한민국의 수장이 적법한 절차의 이행을 방해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준법'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 지난 2021년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주자. |
ⓒ SBS |
▲ 지난 2021년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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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 선서 내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헌법을 준수하고" 입니다. 또한 헌법 제 66조 2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수호하고 받들어야 하는 의무를 가집니다.
그리고 헌법 제 12조 3항에는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는 서술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번 구속영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되었기에 해당 헌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률 중 형사소송법 제 200조의 2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제200조의 규정에 의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관할지방법원판사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체포를 거부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변호를 하면 될 일 아닌가요?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타의 모범이 되셔야 할 분께서 왜 법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 극우단체 및 대통령이 주장하시는 것처럼 억울하신 게 있다면 당당하게 나서시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해서 위헌과 위법 그리고 비호세력들의 뒤에 숨어서 편지와 같은 비겁한 수단을 통한 선동을 통해 국민들끼리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일국의 국가 원수가 할 행동은 아닌 것 같습니다. 상술한 헌법 제 66조에서 규정하는 대통령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계신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때 말한 대로만 해도 좋겠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9월 대선 후보 당시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자신의 정치 철학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때 했던 발언들을 다시 되짚어 볼까요?
'본격 집사부 청문회'에서 당시 윤석열 대선 주자는 "청문회 받은 게 내 전공이니까"라며 "청문회 받는 거로는 대한민국에서 아마 나보다 청문회 많이 받아본 사람을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어떤 질문이라도 (답변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윤석열 대선 주자는 "소신대로 말하면 되는 거니까, 정답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집사부 청문회 첫 번째 키워드는 2013년 10월 21일 국정원 댓글 관련 국정 검사에서 한 발언, "사람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이었는데요.
윤석열 대선 주자는 말의 배경에 대해 "내가 원래 후배들한테 검사는 사람에 충성하면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람은 인사권자, 나의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사, 그런 사람들에게 충성하면 안 되고... 신입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뭘 모르고 검사장이 폭탄주 한 잔 주니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래 가지고 나한테 많이 혼났지. (그 자리에서요? 뭐라고 하셨어요?) 검사장에게는 충성 하는 게 아니야. 검사장은 존경하면 되는 거야. 충성하는 건 아니야. (중략) 원래 충성이라는 것은, 충이라는 것은 그 대상이 국가와 국민이지. 그 외의 나머지는 충성의 대상이 아냐. (중략) 충이라는 것은 그런 데 쓰는 말이 아냐. 우리가 말하는 충성은 국가에 대한 충성이지"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도 하셨습니다. 역대 대통령 관련 사건(김대중 대통령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 구속,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최측근 안희정 지사 금품수수 조사, 이명박 대통령 당시 BBK 사건 조사, 박근혜 대통령 당시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조사,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최순실 게이트 조사)을 맡은 일에 대해 "대통령하고 싸우고 대통령한테 도전하는 게 아니고 맡게 된 사건을 법에 따라 처리한 거고 내가 대통령하고 도전할 그럴 이유도 없고, 대통령도 국가적으로 대사가 얼마나 많은데 일개 검사와 싸울 시간도 없고 그런 문제는 아니에요. 권력의 편보다 법의 편이 되는 게 훨씬 든든하고. 국민들한테 똑같이 이 법을 지키라고 해야 하잖아. 그런데 권력자가 법을 어긴 게 드러났을 때 그거를 제대로 처리를 안 하면 국민들한테 법을 지키라고 할 수가 없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요. 그러기 때문에 힘이 있는 사람에 대한 사건을 얼마나 원칙대로 제대로 하느냐에, 국민이 검찰을 어떻게 보는가는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이거는 뭐 겁이 나고 안 나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원칙대로 해야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야. 내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데 싸우는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고, 이거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 2021년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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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년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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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1년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했던 윤석열 당시 대선 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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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남동 관저에 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이때 하신 말씀들을 지키시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 앞에서 당당하십니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혼란과 갈등을 일으킨 책임을 지시고 내려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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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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