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치 오겜보다 드라마틱 하다는데”…국민소득은 10% 줄어든다 [노영우의 스톡피시]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5. 1. 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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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징어 게임보다 한국 정치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

외신들이 논평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그만큼 한국 정치는 위기 상황이다. 국민들을 두 편으로 나눠 서로를 적대시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양상이다. 표퓰리즘 정치는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통해 미래를 전망해본다.

국민을 둘로 나누고 갈등 조장하는 포퓰리즘
네덜란드 정치학자인 카스 무데는 포퓰리즘을 ‘국민을 일반 대중과 기득권층으로 나누고 양자 간의 갈등을 조장해 통치하는 정치 스타일’로 정의했다. 여기서 기득권층은 부도덕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된다. 포퓰리스트들은 이 같은 정치적 젠다를 내세우며 자신들은 일반 대중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고 포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야당이 헌정질서를 짓밟고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반국가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을 나누고 갈등을 조장해 이를 통치의 기반으로 삼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계엄은 실패했지만 이후 대통령 탄핵과 체포를 둘러싼 대립과 분열로 정치권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한층 심해지고 있다. 여야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포퓰리즘은 짙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커진다.

마누엘 펑케 키엘 세계경제연구소 박사 등은 190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60개국 정부의 리더 중 포퓰리스트를 구분하고 이들의 경제적 성과를 측정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120년의 기간 중 총1482명의 정치 리더들이 집권했다. 이들 중 51명(3.4%)이 포퓰리스트 정치 리더로 분류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이 모두 포퓰리스트에 포함됐다.

정치인의 연임을 포함할 때 이들 국가의 총 1853개 집권 임기 중 72개(3.9%)의 임기가 포퓰리스트에 의해 통치됐다. 국가별로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에콰도르 인도네시아 등 20여 개국이 포퓰리스트의 통치를 받았다. 포퓰리즘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역사상 포퓰리즘이 가장 득세했던 시기는 2018년으로 이때는 세계 20개 국가의 리더가 모두 포퓰리스트였다.

펑케 박사 추정 방식을 한국에 적용
1인당 GDP 10% 하락
포퓰리즘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에 큰 해악을 미친다. 말과 정책 효과가 정 반대인 셈이다. 특히 포퓰리스트의 경제적 해악은 그들이 통치할 당시가 아닌 미래에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포퓰리스트들이 등장했을 때 국민들을 속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펑케 박사는 데이터 분석 결과 포퓰리스트 등장 이후 처음 3년간은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3년 이후부터 나타난다.

부정적 영향은 갈수록 커져 포퓰리스트 통치 후 15년이 경과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정상적인 통치가 이뤄졌을 때보다 10%이상 감소한다고 평가했다. 평균적으로 1년간 성장률을 0.7%포인트 정도 하락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수행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매년 2%씩 성장한다고 했을 때 포퓰리스트 정책이 시행되면 이 성장률이 매년 1.3%이하로 떨어진다는 계산이다.

가뜩이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경제에서 포퓰리스트의 등장은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포퓰리즘은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좌파 포퓰리즘은 주로 자본가·부유층과 일반 서민으로 국민을 나누고 부유층을 적대시하면서 빈부 갈등을 조장해 통치 기반으로 삼는다. 반면 우파 포퓰리즘은 민족·인종 문제와 종교적 이슈를 들고 나와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부추긴다.

1900년 이후 포퓰리스트들이 집권한 72개의 임기 중 좌파가 35개, 우파가 37개의 임기를 집권했다. 좌우 모두 엇비슷하게 집권한 셈이다. 남미국가들은 좌파 포퓰리즘이, 유럽 국가들은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했다. 좌우 포퓰리즘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들고 나왔지만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비슷했다.

포퓰리즘 정권이 한번 들어서면 장기간 득세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포퓰리스트의 평균 집권 기간은 좌파의 경우 5.8년, 우파는 5.1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포퓰리스트가 아닌 정권의 경우 집권 기간이 평균 3.3년이었다.

포퓰리즘 해악은 좌우 구분 없어
포퓰리스트가 국가에 미치는 해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좌파 포퓰리스트들은 대표적인 공약으로 소득 분배의 개선을 얘기한다. 하지만 펑케 교수의 분석 결과 실증적인 데이터 상으로는 소득분배가 거의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을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누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내걸지만 집권 기간 중 노동소득 분배율의 변화도 없었다.

우파 포퓰리스트가 집권하면 다른 나라와의 갈등을 조장한다. 이들은 대외 무역에서 관세를 올리고 국내외 투자를 축소시키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한 국가의 경제 개방 도는 줄어들고 경제는 고립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좌우 포퓰리스트 모두 정부 돈을 물 쓰듯 쓰면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포퓰리즘 국가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물가상승률도 비교적 높았다. 아울러 민주주의는 한층 위축되고 일부 국가는 권위주의 국가로 가는 경향을 보였다.

포퓰리스트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분석 대상이 된 포퓰리즘 리더의 임기 58개중 선거에 의해 정치 리더가 평화롭게 물러난 경우는 20개에 불과했다. 18개의 임기는 탄핵과 쿠데타 등으로 리더가 자리에서 내려왔다.

아울러 3개의 임기는 리더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고 2번은 자살로 임기가 마무리됐다. 15개의 임기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리더의 사임을 통해 끝났다.

포퓰리즘은 포퓰리스트 본인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역사에서 포퓰리스트의 등장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아무리 끊어내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는 독버섯 같다. 2025년 한국도 포퓰리즘의 덫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스톡피시(stockfish)] 중세시대에는 대구와 청어 등 생선을 잡아 오랫동안 저장하는 방법이 국력의 상징이었습니다. 말리는 것부터 시작해 소금에 절이는 것까지 생선을 잘 저장해 파는 나라가 세계경제 패권을 장악했습니다. 저장된 생선을 의미하는 ‘스톡피쉬’는 당시 기술과 경제력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21세기에도 국가간 기술·무역 경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스톡피쉬’는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혜안을 제시하는 칼럼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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