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독립운동’ 폄훼 고교 퀴즈쇼에 사과한 학교···울산·광주서도 유사 사례

최근 일부 고등학교 축제에서 퀴즈쇼를 진행하면서 여성인권과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항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면 경기도 부천북고등학교는 지난 8일 학교 축제 퀴즈쇼에서 ‘가장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운동을 고르시오’라는 문제를 내고 3·1운동과 흑인인권운동, 페미니즘 운동, 촛불시위운동과 함께 동덕여대 공학 반대 시위 운동 등 5개를 선택지로 세웠다.
부천북고의 퀴즈쇼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나락퀴즈쇼’를 패러디했다고 알려졌다. 나락퀴즈쇼는 출연자에게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고 난감해하는 모습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패러디임을 고려해도 특정 집단을 꼬집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학교 축제에서 진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터넷 커뮤니티 ‘더쿠’의 한 이용자는 “낄낄댈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뭘 위한 거야”라면서 비판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남녀공학인 부천북고의 여학생들이 고생이 많다는 반응을 남겼다. “수준이 처참하다. 그냥 외면하고 내버려 뒀다가는 나중에 더 큰 해악으로 돌아올 텐데 어디서부터 고쳐야하냐 막막하다”는 의견도 보인다.
이에 경기도 부천북고등학교는 “본교 축제 행사 중 일부 퀴즈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과 동덕여대 학생 여러분께 유감을 밝힙니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축제 준비과정에서 담당 교사가 해당 코너에 대해 사전 검토를 하려 했으나 해당 코너의 특성상 질문이 사전에 알려질 경우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유를 존중해 사전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담당 교사가 사회적·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는 다루지 말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면서 “그럼에도 발생한 사안은 학교에서도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을 포함한 학교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 혐오 표현 금지 교육 등 필요한 모든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 및 특별 교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부천북고 외에도 퀴즈쇼로 물의를 일으킨 학교들이 있다. 울산 신정고는 지난달 20일 열린 축제에서 나락퀴즈쇼를 진행했는데 ‘다음 중 가장 싫어하는 운동을 고르시오’라는 질문과 함께 ‘대한독립운동’, ‘여성인권운동’, ‘민주화운동’, ‘학생인권운동’ 등의 선택지를 내걸었다.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 맛터는 당시 사진과 함께 “학생들이고 선생이고 다 같이 2번을 외치면서 환호성을 터트렸다고 한다”는 글을 남겼다.
광주 전남대 사대부고도 축제에서 나락퀴즈쇼를 진행하면서 ‘다음 중 가장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운동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서 ‘3·1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5·18민주화운동’ ‘여성운동’을 선택지로 내걸었다.
학교에서 이런 행사가 있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경기도와 울산·광주광역시 교육청에 관련 민원이 쇄도하기도 했다. 유감의 뜻을 밝힌 부천북고와 달리 울산 신정고와 광주 전남대사대부고는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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