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전으로 돌아간 여야 지지율 격차 [여의도가 왜 그럴까]
여론조사가 여의도 정가를 뒤흔든 한 주였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로 집계됐다는 아시아투데이·한국여론평판연구소 조사 결과가 발단이었다.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돼 국정운영 평가 조사가 불가능해지자 윤 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지지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것, 조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불법 체포영장’, ‘강제 연행’ 등 표현을 담고 ‘부정선거 의혹’을 연거푸 언급한 것 등을 놓고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동응답(ARS) 방식이 아닌 휴대전화 면접 조사 결과가 9, 10일 잇따라 나왔다. 9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와 10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 결과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갤럽이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34%)과 더불어민주당(36%)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팽팽한 양상이었다.
계엄·탄핵 사태를 겪으며 2배(12월 셋째주 민주당 48%-국민의힘 24%)로 벌어졌던 지지율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갤럽은 “탄핵안 가결 직후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두드러졌던 민주당 지지세가 다소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81%까지 올랐던 진보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3주 만에 73%로 줄었고,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6%에서 35%로 감소한 것이다.
반면 보수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2월 셋째주 63%에서 이번에 73%로 상승했다.
정례 여론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던 3주 사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 수사권 혼선, 민주당이 주도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불발,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 논란 등이 이어지며 보수층이 강하게 결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로는 서울(국민의힘 40%-민주당 33%), 대구·경북(국민의힘 52%-민주당 19%), 부산·울산·경남(국민의힘 38%-민주당 34%)에서 국민의힘이 앞선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이 12월 셋째주 당시 국민의힘 21%, 민주당 46%에서 급격한 변동을 보인 것이 특징인데, 응답자 규모가 187명으로 많지 않아 향후 몇 주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수층이 결집했다는 것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 주자 중 선두로 치고 올라온 것에서도 확인된다.
갤럽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은지’를 물은 결과 야권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32%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반면, 여권에서는 크게 출렁거렸다.
김 장관이 8%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 오세훈 서울시장(3%) 등을 꼽은 응답자보다 많았다.
이를 두고는 김 장관을 차기 대권주자로 바라보는 여론이 윤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긴급현안질문 때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일어나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을 때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던 국무위원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국무회의에서도 김 장관은 최 대행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날 통화에서 “자유 응답 조사를 했더니 김 장관을 언급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은 최근 김 장관의 모습이 보수 유튜브에서 회자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나 국민의힘 지지층에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조사 결과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보수 과표집”, “일시적 현상”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보수층이 여당에 결집한 것으로 볼 수는 있어도 보수가 과표집됐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한다.
숫자가 정해져 있는 연령대별·지역별 인구와 달리 이념 성향은 상대적·가변적이기 때문에 보수가 잘하면 자신을 보수라고 답하는 응답자가 늘고, 반대로 진보가 잘하면 진보 성향 응답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빠진 점을 민주당은 뼈아프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통령 탄핵 분위기가 주도했던 정국 상황이 지나가고 나서 위기상황 수습과 경제·민생의 안정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커졌는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강행 등 민주당이 보인 행태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도 “다수당인 민주당이 현 국면을 해결하고 국정 안정과 경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정성호 의원), “권한대행 탄핵 등 과도하게 나가는 것은 절제하면서 국민 목소리를 잘 듣는 것도 필요한 시점”(김영진 의원)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가 여당이 반색할 만한 결과도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중도 보수나 합리적 보수가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강경 보수, 유튜브 여론에 끌려가는 양상이 나타났다”며 “보수가 총결집해 나타난 30% 수준의 탄핵 반대 여론을 토대로 윤 대통령은 방어선을 치고 버틸 수 있겠지만,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정권 유지가 목표일 텐데 30%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 장관의 약진이 국민의힘에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상태로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된다면, 중도 공략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17년 조기대선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더 많이 겨냥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여당이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조정훈 특위 위원장은 “내부 고름을 아프지만 짜내야 한다. 그곳에서 새살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회의 뒤에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저희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며 “여론조사와 빅데이터 등을 통해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스스로 지지율을 올리는 ‘자강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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