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국내 전기차 시장에 ‘충격파’…BYD도 공격적 투자 나선다
테슬라發 가격 경쟁에 BYD도 합류 예고…전기차 대중화 임박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지난해 테슬라가 국내 수입 자동차 3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작년 국내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화재로 인한 '포비아(공포증)'까지 겹치면서 위축된 가운데 테슬라만 홀로 성장하며 전기차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줬다. 테슬라 흥행을 이끈 것은 바로 가격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가격이 저렴한 모델Y와 모델3 후륜구동(RWD)을 출시하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테슬라 가격이 내려가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판매 증가로까지 연결됐다.
올해엔 전기차 선두 기업인 테슬라와 더불어 기아도 대중화 모델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1위 전기차 기업인 BYD도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 가격 경쟁력 앞세워 '빅3 수입차' 우뚝
작년 테슬라코리아는 3만 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코리아 판매량은 2만9750대로 BMW코리아(7만3754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6만6400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4위 볼보자동차코리아(1만5051대)보다 2배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다.
테슬라는 그동안 판매량 2만 대를 넘지 못하다가 작년 전기차 캐즘에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6883대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테슬라의 성공에는 모델3와 모델Y RWD 영향이 컸다. 두 차량은 5000만원 초반대 가격으로 나오면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또한 코로나19 당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가격이 폭등했던 롱레인지 차량들도 작년부터 가격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정상화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테슬라는 올해 모델Y 부분 변경(주니퍼)과 모델Q(가명)를 출시할 계획이다. 모델Y 주니퍼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해 비용 절감 효과를 통해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Q는 새로운 테슬라 저가형 차종으로 가격은 약 3만 달러대에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모델Q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차량 길이가 4m 미만인 소형 해치백 스타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500km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5년 상반기에 저가형 차량을 내놓는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며 모델Q 출시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올해 테슬라 판매량이 작년 대비 20~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같은 전망치는 모델Q 성공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전기차 선두 기업이자 국내에서도 인기가 가장 많은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가격대를 낮춘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지리라 예상된다. 업계에선 현재까진 전기차 시장 내 테슬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테슬라에 이어 기아도 본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지난해 출시한 EV3에 이어 올해 EV4와 EV5를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기아는 EV6, EV9 등 중형 이상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했으나, 작년 EV3를 시작으로 올해 EV4, EV5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선다. EV4는 세단, EV5는 준중형 SUV로 2023년 기아 EV데이에서 공개한 바 있다.
송호성 기아차 사장은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에 대해 "EV3 연간 국내 판매량이 3만 대 정도이기 때문에 EV4와 EV5도 그 정도 물량을 생각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각 모델당 10만 대는 국내에서 생산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BYD, 전기차 메기일까 찻잔 속 태풍일까
테슬라·기아와 함께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또 하나의 화두는 중국 BYD다. BYD는 올해 1월 국내에서 브랜드를 출범한 후 판매에 돌입할 계획이다. BYD는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브랜드지만, 중국에선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전기차 기업이다. 작년 BYD 전기차 판매량은 176만여 대로 전년 대비 약 12% 성장했다. 전 세계 1위인 테슬라(179만여 대)와의 격차도 2023년 24만 대에서 작년엔 3만 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BYD는 올해 브랜드 출범과 함께 전국 주요 거점에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15곳을 확충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아직 출시 차량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아토3, 씰, 돌핀 등 3000만원대 차량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3개 차량의 경우 이미 국내에 상표권을 출원했으며, 환경부 등 정부 부처에서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BYD는 향후 매년 1종 이상의 신차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브랜드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BYD의 국내시장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업계 내 의견이 갈리고 있다. BYD 성공에 회의적인 입장은 중국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오랜 기간 저품질 중국산 제품으로 몸살을 앓아온 한국인들이 중국산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품질 문제가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중국산을 외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한국은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 완성차 브랜드의 안방 시장이니만큼 굳이 중국산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결국 저렴한 중국산 공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동차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낮은 생산비용을 바탕으로 가격을 내리고 상품 경쟁력을 높인 중국산이 장악력을 키우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불신 때문에 중국산이 자리 잡기 쉽지 않겠으나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결국 중국차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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