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우거지 된장국 한입 뜨면… 구수한 정에 반하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낙원상가 인근 국밥집 60년 한자리
한 그릇 3000원… 송해 선생 단골집
부드럽게 익은 우거지와 하얀 두부
밥 말아 깍두기와 먹으면 추억 ‘솔솔’
튀기 듯 익힌 계란프라이와 환상 궁합
무청 등 말린 시래기 건강에도 최고

날씨가 추워지기 전 대한민국 명장전 전시회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인사동을 들렀다. 나라에서 인정하는 ‘명장’은 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예술인, 기술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직위이다. 그런 명장들이 1년에 한 번씩 전시회를 여는데 이번엔 인사동에서 그 전시회가 열렸다. 도자기, 칠기, 한복뿐만 아니라 음식까지 현역 명장들의 기백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었던 명장 전시회는 오랜만에 인사동을 찾기에 좋은 명분이었다.


소문난집의 추가 메뉴인 계란프라이는 2개에 2000원이라 국밥과 함께 계란프라이를 안 시킬 수 없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입구에서 본 큰 솥에서 몽글몽글 끓이던 국을 그릇에 바로 담아 상에 내주었다. 멀겋게 담긴 우거지탕 그릇에서 옛날 할머니가 끓여주던 우거지 된장국의 냄새가 났다. 그릇을 한 번 휘휘 저어보았다. 부드럽게 익은 우거지 사이에 하얀 두부가 두 개 들어 있었다.
3000원짜리 국밥에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이 맛은 뭐지 싶은 감칠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일단 내가 아는 인공 조미료의 맛은 아니었다. 푹 끓여낸 부드러운 우거지는 이 국물 맛을 한층 더 깊게 우려내는 듯했다. 국물을 몇 번 더 떠먹어본 뒤 국에 밥을 말았다. 따뜻하게 적당한 온도의 국밥은 옛날 어머니가 한 솥 끓여 놓은 우거지 된장국에 뜨거운 밥을 금방 말아 먹는 느낌이 났다. 국밥보다 늦게 나온 계란프라이는 센 기름에 튀긴 듯 익혀 밥반찬으로 딱 맞다. 곁들여준 양념 색이 많지 않은 깍두기는 이곳 우거지 국밥에 맞게 양념이나 간이 세지 않았다. 새콤한 맛이 강해 우거짓국의 진한 맛을 개운하게 해주기엔 안성맞춤이다. 나도 모르게 비워버린 빈 그릇을 보며 한 그릇을 더 먹어야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술을 먹지 않는다면 식사는 15분이면 가능할 정도로 음식이 빨리 나오고 간편하며 또 멈출 수 없게 맛이 좋았다. 언젠가 나중엔 가격이 오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대에 3000원이라니 정말 집 근처에 있다면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방문하지 않을까 하는 곳이었다.
◆우거지와 시래기
우거지는 푸성귀를 다듬고 남은 겉대를 뜻한다. 푸성귀 중 배추를 가장 많이 먹기에 흔히 배추의 겉대를 손질한 것을 우거지라고 하고, 무청을 말려 낸 것을 시래기라 하지만 배춧잎 같은 푸성귀나 무청 말린 것을 모두 시래기라고도 할 수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시골 마을을 걷다 보면 집집마다 이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리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나의 시골집도 겨울이면 어머니가 푸성귀나 무청을 소금물에 데쳐 물기를 뺀 후 처마 아래 빨랫줄을 걸어 시래기를 널었다. 새벽녘 이슬에 얼어 고드름이 맺혀 있는 시래기와 굴뚝 위 모락모락 올라오는 연기는 겨울 아침에만 볼 수 있는 명화다. 시래깃국을 끓이는 날에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 된장 조금 풀어 멀겋게 끓여낸 시래깃국 한 그릇이면 된다.
시래기는 여러 요리에 활용된다. 시래기 자체가 주인공인 시래기밥이나 시래기 된장국부터 코다리찜 같은 매콤한 요리, 감자탕 같은 해장국에 감초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또 고등어나 꽁치 조림 같은 생선 요리에서는 비린 맛을 제거해준다. 시래기에는 비타민 A, C, K와 같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며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 기능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재료>
우거지 80g, 밥 150g, 된장 30g, 소고기 부챗살 80g, 새송이버섯 30g, 마늘 30g, 닭육수 300mL, 그라나 파다노 치즈 20g, 생크림 30mL, 버터 3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팬에 버터를 두르고 다진 우거지와 슬라이스한 마늘, 손질한 버섯, 부챗살을 순서대로 볶아준다. ② 소금간을 한 뒤 밥을 넣어준다. ③ 닭육수를 넣고 끓으면 된장을 풀어준다. ④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넣고 버무리다 생크림을 넣어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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