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본초여담] 중완에 뜸을 많이 뜨면 〇〇〇이 생긴다?

정명진 2025. 1.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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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영조는 중년에 넘어 건망증이 심해졌는데, 이전에 산증으로 인해서 중완에 뜸을 많이 뜬 것을 원인으로 여겼다. (그림: ChatGPT에 의한 AI 생성)

영조는 중년이 되면서 건망증이 심했다. 그런데 영조는 건망증이 심해진 원인을 중완에 뜸을 너무 많이 떠서 생긴 것으로 여겼다. 실제로 당시에는 ‘중완에 뜸을 뜨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라는 소문도 돌았다.

영조는 젊어서 산증(疝症)으로 인해서 중완에 직접구를 많이 떴는데, 이때 중완에는 흉터가 남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했다. 그래서 훗날 어깨가 아파서 고생을 하면서도 의관들이 어깨에 뜸을 뜨려고 하면 거부하기도 했다.

영조의 건망증은 30대 후반부터 생겼다. 의관들이 약을 올려도 약 먹는 것을 자주 잊기도 해서 약이 남아서 여러 처방이 겹치기 일쑤였다.

한번은 신하가 “지난번 올린 환약을 잘 드시고 계십니까?”하고 묻자 영조는 “짐은 근래에 모든 일을 잊어버린다. 조금 전에 경이 일깨워 주었기 때문에 내일부터 다시 먹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다 또다시 먹는 것을 잊었다. 그사이 새로운 처방이 올라왔다. 이러한 영조의 건망증은 40대 후반이 되면서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조는 당시 자신에게 건망증인 심해진 것을 예전에 200장이나 직접구로 떴던 중완의 뜸을 의심했다. 직접구란 살을 태우는 뜸을 말한다.

영조는 신하들에게 “나는 어릴 때 잘 걸어 다녔다. 궁궐 후원에도 가파른 고개와 바위 벼랑이 많은데 내가 걷는 연습을 하려고 늘 걸어서 오른 적이 많았으나 피곤한 줄을 몰랐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만 예를 행해도 피로감이 심하니 이것은 늙어가는 탓일 것이다.”라고 하자, 신하 중 김재로가 “성상의 근력이 전보다 못합니다. 더구나 연세가 이미 많아져 반드시 기운을 보충하는 약제를 쓴 뒤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완에 뜸을 뜨시면 도움이 되길 것입니다.”라고 했다.

중완에 뜸을 떠야 한다는 신하의 말을 듣고 영조는 말을 돌렸다.

영조는 딴청을 피우면서 “내가 평소에 손에 늘 차가운 기운이 있어 글자를 쓸 때 번번이 손이 떨려 붓을 떨어트리니, 이는 모두 담(痰)으로 인한 것인가?”하고 묻자, 허신은 “손에 차가운 기운이 있는 것과 글자를 쓸 때 손이 떨리는 증세는 모두 담으로 인한 것입니다. 인삼(人蔘)과 복령(茯苓)은 또한 오래도록 드실 약제가 아니고 경옥고(瓊玉膏)는 드실 수 있습니다. 다음 달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 중완(中脘)에 뜸을 뜨는 것 역시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신하들은 영조에게 담이 경락에 쉽게 뭉치는 것이라고 하면서 다시 한번 중완에 뜸을 뜬 뒤라야 뚜렷한 효험을 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영조는 “나는 예전에 중완에 뜸을 뜨고서 난 상처 때문에 그 상처를 볼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프도다.”라고 하였다.

신하 중 오지철은 다시 “성상의 증상은 전적으로 담이 뭉쳐서 그런 것입니다. 비위(脾胃)에 생생한 기운이 두루 돌지 않으면 담이 반드시 뭉치니,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하교에서 매번 뜸을 뜬 자국을 걱정하시니, 의관이 황공하여 감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중완에 뜸을 떠 보시길 간절하게 바랍니다.”라고 했다.

김수규 또한 “손의 마비나 현기증과 같은 증상은 모두 담이 원인이 된 것입니다. 약을 써서 보충하고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라고 했고, 정이주도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했다.

영조는 또다시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추운 날 응대한 뒤로 번번이 두세 번 설사를 하였는데 발이 차가우면 또 그러하니, 이는 모두 기운이 약해지고 나이가 많아서일 것이다.”라고 하자, 김응삼은 “설사 증세가 과연 성상의 하교대로라면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처럼 모두들 중완의 뜸을 강조하지만 영조는 신하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과장이 심하다. 의관들의 말이 그러하다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의관들이 모두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이 담을 치료하는 데 더욱 좋다고 하나 정녕 다른 방법은 없다는 말이냐? 담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뜸을 뜬다면 온몸에 성한 곳이 없을 것이다. 내 나이가 들어 고목에 다시 꽃이 필 리가 없으니 비록 날마다 중완에 100장이나 뜸을 뜬다 한들 필시 도움이 없고 그저 신체만 훼손할 뿐이다.”라고 했다. 영조는 뜸의 효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영조는 요즘 심해지는 건망증의 원인으로 중완에 자주 뜸을 뜬 것을 의심했다.

그래서 넌지시 물어보기를 “나는 요즘 거행하는 모든 일을 문득 잊어버릴 때가 많으니 혹시 중완의 뜸이 건망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재로가 “항간에 ‘중완에 뜸을 뜨면 건망증이 몹시 심하다.’라고 하는데, 이는 근거 없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영조는 “내가 평소 건망증이 많았는데, 아마 중완의 뜸 때문인 듯하다. 중완은 참으로 이른바 ‘방패와 도끼를 들고 추는 춤’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핑계 대는 말이 아니라 효과가 없는 뜸으로 살갗에 쑥을 태우는 것은 긴요치 않으니, 그대들은 물러나 약을 논의하고 기운을 보하는 약제를 가감하여 올리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영조는 그 이후로 중완에 뜸을 뜨지 않았다.

83세까지 장수했던 영조는 70대 이후 건망증이 매우 심해져 종종 자신의 지시나 언행을 잊고, 다시 물어보거나 다른 지시를 내리기도 하고, 자신이 방금 먹었던 음식을 잊어버리고 다시 찾으면서 신하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심지어 치매증상까지 있었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라면 건망증은 오래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치매는 방금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건망증이 과거의 경험에 있어 한 부분을 잊어버린다고 한다면 치매는 기 경험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중완에 뜸을 뜨면 건망증이 심해진다’라는 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실제로 중완의 뜸은 건망증을 유발하는 것일까. 사실 중완에 뜸을 뜬다고 해서 건망증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고민해본다면 일부 열체질의 경우 중완의 너무 과도한 열자극은 심(心)과 비(脾, 췌장)에 열을 조장할 수도 있다. 심에 깃든 정신은 신(神)으로 정신, 감정, 기억을 담당하고, 비(脾)는 의(意)로 주의력과 기억력, 사고를 돕고 중완은 특히 비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혈자리이므로 뜸을 잘못 뜨면 심비(心脾)의 조화가 깨져 건망증이 생긴다고 볼 수도 있다.

영조는 중완의 뜸이 부작용을 나타날 정도로 열이 많은 체질이었을까? 영조는 신하들이 걱정할 정도로 평소 옷을 얇게 입었다고 하지만 항상 손에 차가운 기운이 있었다. 또한 영조가 인삼을 즐겨 먹은 것을 보더라도 체질적으로 열이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영조가 평소 옷을 얇게 입었던 것은 단순히 체질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관리 철학, 절제와 검소함, 그리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태도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대체로 몸이 차고 위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은 오히려 건망증에도 이롭다. 또한 속이 불편하면서 불면증이 있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중완 양쪽으로 0.5촌이 떨어져 있는 음도(陰都)혈은 중완혈과 함께 뜸을 뜨면 실제로 불면증에 사용되기도 한다.

중완에 뜸을 뜬다고 해서 건망증이 생기지는 않는다.

* 제목의 〇〇〇은 ‘건망증’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승정원일기> 〇 영조 7년, 1731년 11월 11일. 上曰, 近來凡事遺忘, 俄者卿提醒, 故明日欲進御矣. 諸醫姑觀十餘日云, 而停服已過十餘日, 似不無功效, 過數日後當進御矣. (상이 이르기를 “근래에 모든 일을 잊어버린다. 조금 전에 경이 일깨워 주었기 때문에 내일 먹으려 한 것이다. 의관들이 우선 10여 일을 지켜보자고 하였으나 복용을 중지한 지 이미 10여 일이 지났는데 공효가 없지 않은 듯하다. 며칠 지난 뒤에 먹어야겠다.”하였다. )
〇 영조 17년 1741년 1월 8일. 上曰, 凡百擧行之事, 輒多遺忘之時, 此亦由於痰, 而中脘之受灸, 亦或有補於遺忘之症耶? 在魯曰, 俚語, 灸中脘則遺忘忒甚云, 而此乃無稽之言, 何足信也? 上曰, 予素多遺忘之病, 竊恐因此而尤甚也. 在魯曰, 中脘之受灸, 姑待日氣之向暖, 更當稟定, 而瓊玉膏則先爲製入, 何如? 上曰, 依所達製入, 可也, 而中脘受灸, 當量敎之矣. (상이 이르기를 “거행하는 모든 일을 문득 잊어버릴 때가 많으니 이 역시 담이 원인이다.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이 또한 건망증에 도움이 되는가?”하니, 김재로가 아뢰기를 “항간에 ‘중완에 뜸을 뜨면 건망증이 몹시 심하다.’라고 하는데, 이는 근거 없는 말이니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하자, 상이 이르기를 “내가 평소 건망증이 많았는데 아마 이 때문에 더욱 심한 듯하다.”하였다. 김재로 아뢰기를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은 우선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여쭈어 정하겠습니다만, 경옥고는 먼저 지어 올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옥고는 아뢴 대로 지어 올려도 되나 중완에 뜸을 뜨는 것은 헤아려서 하교하겠다.”하였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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