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정말 비트코인을 '황금'으로 만들까 [시크한 분석]
트럼프 취임 앞두고 있지만
횡보세 기록 중인 비트코인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공략
현실화에 붙은 의문부호들
# 엔화‧유로화 등 외국 통화와 금, 원유,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이는 미 달러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경제 위기 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쌓아두는 자산이다.
#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여기에 '비트코인'을 넣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의 말이 현실화하면 비트코인은 금에 버금가는 지위를 갖는다.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가능성이 가상화폐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문제는 트럼프가 공약을 실천하느냐댜.
천정부지로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이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 급등세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미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2024년 11월 5일 9726만1000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 만인 12월 5일 1억4510만원으로 49.1% 급등했다. 스스로를 가상화폐 친화적인 대통령이라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투자자가 열광한 결과였다.
하지만 추가 상승세엔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일(20일‧현지시간)을 앞두고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이전과 같은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억407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자극할 요인이 숱해서다. 그중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이슈는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 가능성이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말이 현실화하면 이는 비트코인 가격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커다란 고래(대규모 투자자)가 생기는 데다 주요국의 비트코인 보유 경쟁에도 불씨를 붙일 수 있어서다.[※참고: 전략적 비축이란 미 정부가 경제 위기 시에 사용하기 위해 금‧원유 등을 쌓아두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트럼프가 공약을 실천하느냐다.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부정론을 살펴보자.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024년 12월 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비축을 위한 법안 마련은 의회의 사안으로 연준은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의 의견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곳곳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다.
이에 따라 미국에 전세계의 자본이 쏠리면서 발생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트럼프 랠리' 등의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달러화 가치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2024년 9월 100.1이던 달러인덱스 지수는 9일 109.0으로 치솟았다. 달러인덱스 지수가 109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참고: 미국 달러 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일본 엔화‧영국 파운드‧캐나다 달러‧스웨덴 크로나‧스위스 프랑)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는 건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선 달러 패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비트코인의 전략적 자산 비축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론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또 있다.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24년 7월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발의한 '비트코인 전략보유고 법안(BITCOIN Act)'은 12월 31일 미 의회의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규제 일변도였던 미국의 가상화폐 정책에 변화가 일긴 하겠지만, 그 폭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전략적 보유가 현실화하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아직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미 의원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는 2024년 12월 12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전략적 비축을 위한 기금을 만들 계획이 있다"며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최근엔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열린 취임식에서 비트코인의 정책을 가늠할 중대 발표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연 트럼프 당선인은 가상화폐론자가 기다리는 희소식을 전할까. 아직은 불확실하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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