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준 MBC 사장 "계엄 당시 회사로…'그냥 잡혀갑시다' 했다"

정민경 기자 2025. 1.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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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 "계엄 유지됐다면 MBC 보도 어땠을까"
계엄 관련 '뉴스데스크'는 호평, 그 외 시간대 뉴스 아쉽다는 지적
대통령 담화 '국민 여러분과 싸울 것' 자막 오기엔 "굳이 시비거리"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 안형준 MBC 대표이사.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한 보도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서는 호평이 이어졌지만 '뉴스데스크'가 끝난 시간 속보가 늦어졌다는 점, 특보에서의 자막 오기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MBC 뉴스룸국장은 “'뉴스데스크' 이후 시간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 밝혔다. 또한 시청자위원회 회의 중 한 위원이 “만약 계엄이 지속됐다면 MBC 보도는 어떻게 됐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안형준 MBC 사장이 회사로 들어오면서 임원들과 나눈 이야기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18일 진행된 12월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전진한 위원(알권리 연구소 소장)은 “MBC는 만약 계엄이 유지가 되었더라면 계엄 사태의 지시에 따를 것인지, 아니면 MBC의 보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 해주시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범수 뉴스룸 국장은 “계엄이 계속 유지됐을 때 보도에 대해서 기자들이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빨리 회사에 들어가야 된다'라는 것”이라며 “왜냐면 회사가 봉쇄될 수 있기 때문이고 계엄 상황이 지속이 되고 MBC가 방송을 못하는 순간까지 방송할 수 밖에 없고,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말했다.

안형준 MBC 사장은 “물리적으로 계엄군에 대응 할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계엄속보가 알려지자마자 14층 경영 임원들 층에도 사장실로 임원들이 들어왔다”며 “회사로 오는 중에 정치인들, 국방부를 출입한 기자들이 '회사로 들어 가지 말고 근처 호텔로 숨어라'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그럴 순 없었고 모인 임원들이 '우리 그냥 잡혀갑시다'했던 상황”이라 말했다.

계엄 관련 '뉴스데스크'는 호평, 그 외 시간대 뉴스 아쉽다는 지적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12월8일 리포트 <질서있는 퇴진이 불법인 이유?>와 관련해 전진한 위원(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질서있는 퇴진'이라는 말 속에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는 뉘앙스가 보이고 합법적인 절차인 것처럼 호도하는 힘이 있다”며 “중요한 해설 보도이고 국민에게 수습 방향을 알려준 뉴스”라 공감했다.

▲2024년 12월8일 MBC 뉴스데스크 '헌법·법률 어디에도 없는 질서 있는 퇴진' 리포트 가운데 갈무리.

홍원식 의원(동덕여대 교양대학 교수)는 “무엇보다 MBC가 타겟이 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계엄 선포 직후부터 긴장을 놓지 않고 충실한 보도를 이어오고 있는 MBC 보도본부의 모든 분들에게 시청자로서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계엄 선포 이후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보여주듯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가 위기에 대한 우려와 정국에 대한 불안이 그동안 정권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았던 MBC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한층 더욱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청자위원들은 뉴스데스크 외 뉴스와 속보 등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홍원식 위원은 “뉴스데스크의 성과와 비교해 오후 시간대의 뉴스 특보는 속보 전달과 단조로운 논평으로, 같은 시간 타 방송사에서 국회 연결과 다양한 패널 출연 등 적극적인 모습과 비교해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뉴스데스크가 시청률 11%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언급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거둔 결실”이라 말한 후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밝혔다. 신 위원은 정규 보도 프로 외 뉴스 특보의 경우 대담이 미숙하거나 현장 연결이 늦거나 해설이 부족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대통령의 1차 담화 후 커뮤니티에 “MBC 앵커랑 기자 둘이 시간 끌려고 하는데 안쓰럽다”, “대통령 담화가 2분도 안될 거라 예상 못했나 봄”, “속보 반영 느려서 좀 답답하네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12월 7일 윤석열 탄핵 소추 표결 시 MBC 유튜브 방송에 “안철수 혼자 돋보이려고 그랬는데 안됐네 예지 누나가…”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나온 사고도 지적했다. 다만 MBC 뉴스룸 국장은 해당 영상은 방송사 간 풀(POOL)로 받은 영상이고 MBC 취재진은 해당 자리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심미선 위원장(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12월3일 계엄 선포 당시 TV조선과 JTBC에서 먼저 속보가 나가고 MBC가 그보다 늦게 속보가 나온 것을 지적했다.

MBC 시청자위원들, 대통령 담화 '국민 여러분과 싸울 것' 자막 오기 지적

신미희 위원은 12월12일 윤석열 대통령 2차 대국민담화 특보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의 자막을 MBC가 “국민 여러분과 싸울 것”이라고 내보낸 부분도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위원(법무법인 도영 변호사) 역시 '국민과 싸울 것'이라는 자막이 나온 것을 두고 “MBC의 스탠스를 갖는 어떤 고정관념 때문에 MBC가 고의로 자막을 내보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훌륭하게 방송을 잘하고 계시는데 굳이 시비거리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팩트는 팩트대로 전달하고, 비평이나 의견은 논평이나 다른 방식을 통해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안타까운 마음에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 12월12일 윤석열 대통령 2차 대국민담화 특보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의 자막. 사진출처=MBC.

박범수 MBC 뉴스룸국장 “'뉴스데스크' 이후 시간 뉴스 취약한 점 분명”

이런 시청자위원회의 의견에 박범수 MBC 뉴스룸 국장은 “보도를 할 때 기자가 목격한 것이 있고 직접 목격은 못 했지만, 사건으로 전해 들은 것이 있는데 이 사건은 전 국민이 목격한 사건”이라며 “수사 기관의 판단이나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목격한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란이라고 하는 규정도 명백하게 규정할 수 있었던 것이라 큰 틀에서 양보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해나가자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보 진행 미숙과 사고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 박범수 국장은 “MBC에서 일하고 있는 기자들로서는 처음 겪는 헌정사상 초유의 내란 사태 이후 육체적, 정신적 한계 상황까지 몰리는 가운데에서도 필사적으로 보도에 임했다고 자평한다”며 “스포츠 기자들, 탄핵 당일과 전날에는 지역 MBC의 기자들까지 일손을 보태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지만 부족한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사보다 특보가 늦었다는 지적에 박범수 국장은 “'뉴스데스크'가 끝난 이후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에 취약하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타사와 달리 마감뉴스가 편성돼있지 않다. 최대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법제화로 인해 야근 담당도 5명에서 3명으로 축소해 당직 아나운서와 급하게 회사로 복귀한 기자들이 특보를 맡는 것은 큰 차이가 있고, 상시 특보 체제로 전환 후 비교적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국민 여러분과 싸울 것' 자막과 관련해서 박 국장은 “잠시 부주의했던 일이 맞다”며 “대통령의 담화 음성이 나가는 상황이었으므로 '함께'라는 단어를 빼더라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유튜브 등 다시 보기에는 '함께'를 포함해 수정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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