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모든 것 바꿔놓은 명장 시메오네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2025. 1.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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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해축] 영원할 것 같던 스페인 라리가 ‘양강 체제’를 ‘3강 체제’로 바꿔

2011년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부임이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 역사를 이토록 크게 바꿀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0년 이후 임시 감독을 포함하면 15번째 감독 교체였다. 그렇게 AT 마드리드에 부임한 감독은 길어야 두 시즌 남짓을 보내고 성적 부진 등 이유로 자리에서 내려오기 일쑤였다. 시메오네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뉴시스]

‘현대판 앨릭스 퍼거슨' 시메오네 감독

‘현대판 앨릭스 퍼거슨'으로 불리는 시메오네 감독은 AT 마드리드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리그, 국왕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리그, UEFA 슈퍼컵에서 잇달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구단 체급을 키웠다. 시메오네호(號) AT 마드리드는 2014년에는 1996년 이후 28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도 2번이나 올랐다. 무엇보다 스페인 축구에서 영원할 것 같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양강 체제를 끝내고 '3강 체제'라는 새로운 라이벌 구도를 만든 게 시메오네 감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구단의 상업화가 심해진 현대 축구에서 '오일 머니' 같은 외부 자본 없이 오롯이 감독 능력만으로 성적을 끌어올리고 흥행에도 성공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큰 업적을 일궜음에도 시메오네 감독은 끊임없이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팬들은 더 많은 승리와 우승 트로피를 원했다. 때때로 "시메오네 특유의 스타일이 이제 통하지 않는다"며 그를 깎아내리는 여론도 있었다. 덮어놓고 변화만 추구하면 구단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커졌다. AT 마드리드와 슈퍼 클럽 사이에 엄존하는 예산 격차는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었다.

시메오네 감독의 리더십은 2020∼2021시즌 우승 이후 내리 3→3→4위에 머물며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시메오네 감독과 AT 마드리드는 2024∼2025시즌을 작정하고 준비했다. 지난해 여름 이적 시장에 1억8500만 유로(약 2790억 원)를 쏟아부으며 전력 보강에 나선 것이다. 원래 AT 마드리드가 돈을 적게 쓰는 클럽은 아니지만 지난 몇 시즌 동안에는 전력을 덧대는 정도에 그쳤다. 이조차 핵심 선수의 이탈에 따라 결과적으로 전력이 감소하는 때가 많았다. 그랬던 구단이 이번에는 이적료에 돈을 아끼지 않는 등 시메오네 감독을 확실히 지원하고 나섰다.

AT 마드리드의 전력 보강은 당장 팀에 필요한 센터 라인(스트라이커,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골키퍼)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스트라이커 훌리안 알바레스, 힘과 높이를 겸비한 공격수 알렉산데르 쇠를로트, 에너지 넘치는 중앙 미드필더 코너 갤러거, 차세대 중앙 수비수 로빈 르 노르망, 백업 수비수 클레망 랑글레가 영입됐다. 지난해 여름 AT 마드리드에 새 둥지를 튼 이적생은 모두 신기하리만치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새 피 수혈이 팀에 미친 긍정적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당장 스쿼드 보강 덕에 선수들의 피로도가 낮아졌다. 최근 유럽축구에서 이슈는 많이 늘어난 경기 수 탓에 선수들의 피로가 높아진 것이다. 비단 이번 시즌만의 문제는 아니다. 벌써 수년째 각 구단과 리그의 경제적 동기로 경기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에 따른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빈번한 부상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로테이션이 답이다. 경기 중 선수를 5명까지 교체할 수 있는 제도 변경도 전략적으로 중요 포인트다. 가령 이번 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부진은 선수 컨디션 관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더블 스쿼드로 선수 컨디션 관리

지난해 11월 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4차전에서 AT 마드리드 앙헬 코레아가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GETTYIMAGES]
시메오네 감독은 이미 몇 시즌 전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했다. 주전과 비(非)주전의 차이가 크지 않은 더블 스쿼드 구성을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어느 선수, 어떤 조합이 나서도 경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시즌 AT 마드리드의 더블 스쿼드 구성이 돋보이는 것은 이적 시장을 성공적으로 보낸 데다, '도련님' 줄리아노 시메오네(시메오네 감독의 셋째 아들)가 성장한 덕이다. 강력한 더블 스쿼드에 힘입은 AT 마드리드는 지난해 10월부터 13연승을 거뒀다(1월 7일 기준). 확실한 로테이션과 교체 카드는 '한 발씩 더 뛰는' 시메오네 축구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선수들은 경기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 이번 시즌 AT 마드리드는 15경기에서 85분 이후 득점에 성공했다. 챔피언스리그 파리 생제르맹과의 원정전 승리도 93분에 터진 조커 앙헬 코레아의 골 덕분이었다. 당시 승리가 이번 시즌 AT 마드리드에는 터닝 포인트였다. 로테이션 체계가 확실히 뿌리내리고 앙투안 그리에즈만 등 일부 부진했던 선수가 일제히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AT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비교해보면 더블 스쿼드의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리그에서 1경기 덜 치른 점을 감안해도 AT 마드리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경쟁 팀들에 비해 확연히 적다. AT 마드리드에서 리그 기준 출전 시간이 가장 긴 선수는 1327분을 뛴 그리에즈만이다. 그를 포함해 필드 플레이어 중 출전 시간이 1000분을 넘긴 선수는 5명밖에 없다. 이들 5명의 평균 출전 시간은 1179분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출전 시간 1000분을 넘긴 선수가 7명이나 되고, 그중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안토니오 뤼디거는 1600분을 넘어섰다. 1000분 이상 뛴 선수들의 평균 출전 시간은 1351분이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9명이 출전 시간 1000분을 넘겼다(9명 평균 출전 시간 1427분). 2007년생 동갑내기 라민 야말과 파우 쿠바르시는 각각 1300분, 1488분이나 뛰었을 정도다(이상 1월 7일 기준).

물론 AT 마드리드의 연승 행진이 언제까지고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방심했다가는 하위권 팀에도 뜻밖의 패배를 당할 수 있는 게 축구다. 다만 확실한 것은 AT 마드리드의 상승세가 우연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반기부터 비축한 힘이 이번 시즌 AT 마드리드를 더 강하게 이끌 동력임은 자명하다. 이번 시즌 AT 마드리드의 행보는 거침없다. 원정 경기에서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던 징크스를 깨고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19년 만에 승리했을 정도다. 지금 모습을 이어간다면 AT 마드리드의 유럽 정상 도전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박찬하 스포티비·KBS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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