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곧은 소리] 효력 잃은 ‘5년 단임 대통령제’ 6공화국 헌법 손볼 때 됐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5. 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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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도 문제지만 ‘국회 해산권 폐지’ 등 의회 권력 비대칭적으로 커져
‘29차례 탄핵안 남발’ ‘다수결 폭정’ 막을 방법 없어…‘국회 양원제’가 도움 될 것

(시사저널=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계기로 개헌론이 확산하고 있다. 연초 언론사들이 내놓은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개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는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6공화국 헌법의 시효가 다됐음을 보여준다.

국민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그 핵심에는 이재명 대표의 입법독주와 탄핵에 맞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심정이 있을 것이다. 국민은 개헌을 하지 않는 한, 향후에도 대통령과 야당이 다수인 국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불신하고 있다.

6공화국 헌법은 29회에 걸친 탄핵안 제출, 입법폭주 등 '다수결의 폭정'이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위협해도 이를 막지 못했다. 국회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탄용 탄핵'을 29회나 남발하는 막장의 모습을 보여도 이를 저지할 국회 해산권도 없었다.

이번 계엄 사태는 거시적 차원에서 정치권의 정치 양극화와 연결된 정당 공천 제도, 국회 다수결 제도가 견제와 균형 없이 어떻게 권력구조와 정치체제의 위기로 연결되었는지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러나 6공화국 헌법은 이런 위기 구조를 해소하는 데 무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사과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권분립' ' 견제와 균형' 제대로 작동 안 해

6공화국 헌법은 계엄 사태의 거시적 원인이 되고 있는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현 권력구조와 정치체제의 폐해를 막지 못했다. 특히 권력분립, 견제와 균형, 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을 지키지 않으면서 숙의민주주의와 대화정치에 무능한 정치 지도자가 등장해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권력을 남용해 국정을 붕괴시킬 가능성을 예방하지 못하는 허점을 보였다.

물론 개헌에 성공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개헌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으레 따라오는 토론 사항이 있다. 첫째는 헌법 개정이 되지 않아서 한국 정치가 문제인가라는 반문이고, 둘째는 지금이 개헌할 때인가라는 질문이다. 즉,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이슈를 덮기 위한 '물타기용' 아니냐는 비판이다.

그동안의 개헌 논의는 정당의 당리당략과 대권주자들의 이해득실이 크게 작용해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비상계엄 때문에 '현 헌법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진 만큼, 개헌의 적기로 보인다.

왜냐하면, 계엄 발생의 거시적 구조가 대통령과 의회 관계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측면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 후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계엄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우리 헌법 자체가 문제인가, 아니면 현행 헌법에 맞지 않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적 행태가 문제인가. 우리 헌법이 요구하는 대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자질이 없는 후보를 정당이 잘못 공천한 문제인가? 아니면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보다는 정치의 사법화 등 다른 수단의 정치를 사용하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의 정쟁문화 때문인가? 어느 것이 더 적절한지 대답하기가 어렵다.

계엄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재명 대표의 불체포 특권을 둘러싼 논쟁, 김건희 여사 특검을 둘러싼 대결, 정치 양극화의 심화, 국회의 입법독주에 따른 탄핵 남발과 대통령 거부권의 충돌, 정치의 사법화의 만연, 입법부와 행정의 협치 부재, '다수결의 폭정'에 따른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위협 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물론 계엄이 있기까지 정치권의 극한 대결과 정쟁이 현행 6공화국 헌법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여야의 무한정쟁과 극한대결을 중재하고 대권주자들의 무분별한 권력 욕망을 공공선의 관점에서 자제시키는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작동시키는 데 6공화국 헌법이 무기력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여소야대의 분점정부 아래에서 야당의 입법과 탄핵 독주의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회 해산 제도가 없는 것은 문제다. 다시 말해 의회 권력이 대통령 권력에 비해 비대칭적으로 커진 것이다.

건설적인 국회 해산 제도 없이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계엄령을 무모하게 발동해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하고 헌정 중단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것은 6공화국 헌법의 제도적 취약점이다. 프랑스는 대통령에게 하원 해산권을 부여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6월9일 의회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회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이 최종 기각될 경우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6공화국 헌법이 5공화국 헌법에 있었던 국회 해산권을 삭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을 반영한 6공화국 헌법이, 독재정권이 제멋대로 국회를 해산해 자신의 독재를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숙의민주주의로 이를 대신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상 '4년 중임 대통령제'가 바람직

하지만 국회 해산권 폐지가 시기상조였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대화와 타협의 숙의민주주의를 모르거나 정치 양극화를 막을 방법을 훈련받지 못한 정치가가 등장해 국정을 망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한 순진함 때문이다. 이런 순진함은 이번 기회에 수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6공화국 헌법은 민주화 이후 세계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물질주의, 탈냉전이라는 21세기 전환기적 시대 상황이 도래하면서 이익정치와 팬덤정치가 대세가 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 및 숙의민주주의 구현이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

21세기 전환기적 시대 상황으로 사회이익이 파편화·원자화되어 불신, 불만, 불안정,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회와 대통령이 더 이상 정치 양극화가 극대화되는 상황을 제어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국회의원과 국회가 사회이익을 조정하거나 국민 통합을 추구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정치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내다보지 못한 채 국회 해산권이 폐지된 만큼, 이번 기회에 부활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또한 정치 양극화를 막기 위한 국회 양원 제도도 부활해야 한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이익을 통합할 수 있는 절차적 제도인 양원 제도는 2공화국 헌법에는 있었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로 3공화국을 연 박정희 정권이 양원 제도를 폐지했다. 만약 현행 헌법에 양원 제도가 있었더라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극한 대결의 정치를 막고, 결국 계엄도 막았을 것이다.

국민 정서상 대통령제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만큼, 개헌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되 대통령의 권한 축소와 함께 견제·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 대폭 축소,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포함돼야 한다. 국회에는 내각 불신임권,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권을 부여해 일방의 폭주를 막고 상호 견제와 협치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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