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려고 방출 요청도 고민했는데…ML 포기 안 하길 잘했다, 2년 만에 880억 대박 '인생 대역전'
[OSEN=이상학 기자] 2년 전 일본에 갈까 고민하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남아 대박 계약을 따냈다. 애슬레틱스의 올스타 거포 외야수 브렌트 루커(31)에겐 인생 대역전이다.
루커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한 호텔에서 연장 계약 기자회견을 가졌다. 애슬레틱스는 지난 9일 루커와 연장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2025~2029년 5년 6000만 달러(약 880억원)가 보장된 조건으로 2030년 베스팅 옵션 실행시 6년 최대 82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계약. FA까지 3년 남은 루커는 일찌감치 연장 계약을 받아들였다.
‘뉴욕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에 따르면 계약금 1000만 달러로 연봉은 2025년 200만 달러, 2026년 600만 달러, 2027년 1200만 달러, 2028년 1300만 달러, 2029년 1700만 달러를 받는다. 2030년 2200만 달러 베스팅 옵션 조건은 2028~2029년 900타석, 2029년 500타석 또는 2027~2029년 MVP 투표 1~10위 안에 두 번 드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2030년 계약이 실행된다.
‘MLB.com’은 루커가 2년 전 이맘때 에이전트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에서 야구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했다고 전했다. 2022년 11월 캔자스시티 로열스에서 양도 지명(DFA) 처리된 뒤 오클랜드의 웨이버 클레임을 받고 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2017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5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지명된 우타 거포 유망주 루커는 2020년 빅리그 데뷔 후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컨택에 약점을 드러냈고, 2022년 4월 개막을 코앞에 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그해 8월 캔자스시티로 또 트레이드되는 등 16경기 출장에 그치며 시즌 대부분 시간을 트리플A에서 보냈다.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이 그에게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3년 오클랜드에서 받을 연봉(72만5000달러)보다 더 좋은 조건의 오퍼가 들어왔다. 20대 후반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금전적 대우가 좋은 일본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었다.
일본행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오클랜드에 남아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간 루커는 그해 137경기 타율 2할4푼6리(463타수 114안타) 30홈런 69타점 OPS .817로 잠재력을 터뜨리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145경기 타율 2할9푼3리(546타수 160안타) 39홈런 112타점 OPS .927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며 리그 정상급 타자로 우뚝 섰다. 아메리칸리그(AL) 지명타자 부문 실버슬러거를 받으며 MVP 투표 10위에도 올랐다.
불과 2년 만에 루커의 인생은 완전 바뀌었다. 지난해에도 연봉이 75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번 5년 연장 계약으로 최소 6000만 달러 목돈을 쥐었다. 루커느 “2년 전 에이전트에게 일본에 가기 위해 팀에 방출을 요청할지 여부를 두고 대화했다. 정말 현실적인 고려 사항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는 “정말 흥분된다. 2년 전 이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 꿈꿔왔던 것 이상이다. 나와 아내 앨리, 나머지 우리 가족들도 지난 2년간 내가 받은 모든 기회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애슬레틱스 마크 캇세이 감독과 데이비드 포스트 단장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이곳이 너무 좋다. 매일 같이 함께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앞으로 5년, 아니 6년간 이곳에서 뛰는 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트 단장은 “루커는 팀에 온 지 2년 만에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진정한 리더이자 타선의 얼굴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캇세이 감독도 “루커는 이런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루커는 그 노력의 본보기다. 힘든 과정을 견디는 끈기와 열린 마음으로 야구가 실패의 게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선수단을 이끌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다”고 칭찬했다.
루커는 “난 메이저리그에서 맡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역할을 경험해봤다. 이런 경험을 젊은 선수들에게 잘 전수해 앞으로 우리가 최고의 팀이 될 수 있게 하고 싶다. 젊은 선수들을 도울수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즐거움을 느낀다”며 선수단 리더로서 책임감을 드러냈다.
한편 지난해를 끝으로 오클랜드를 떠난 애슬레틱스는 2028년 새 연고지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신구장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새크라멘토 서터헬스파크에서 홈경기를 치른다. 라스베이거스 입성 전까지 사실상 임시 연고지이지만 새크라멘토의 새로운 팬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성적이 필요하다. FA 투수 루이스 세베리노를 3년 6700만 달러에 영입한 뒤 루커도 다른 팀들의 트레이드 문의를 뒤로한 채 연장 계약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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