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차게 시작된 KB스타즈 나가타 모에의 한국 도전기
[점프볼=홍성한 기자] 통역은 나가타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쉬는 날에 혼자서도 정말 잘 돌아다녀요. 아마 제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 정도로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시즌 시작과 동시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더 큰 목표를 그리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뷰는 2024년 12월 10일에 진행됐습니다.
먼저 한국 생활이 어떤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생활하는 데 있어서 언어적인 부분이 가장 크다. 많이 부딪힌다. 특히 경기할 때 순간적으로 많이 놓치는 점이 있다. 그래도 통역을 통해서 내가 생각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전달하고 있다. 그 외 생활은 정말 만족한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밥도 정말 맛있다(웃음).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도 마찬가지다. 숙소 생활도 베스트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꼽아본다면?
일단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웃음). 매운 것을 원래 잘 먹는다. 전체적으로 맛있게 먹고 있다. 몇 개 선택해 보자면 최애는 삼겹살이다. 그다음은 칼국수인 것 같다.
쉴 때는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일본에 있을 때부터 혼자 나가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통역 없이도 한국을 잘 돌아다닌다. 유명하고 귀여운 카페 같은 곳을 많이 찾아보고 직접 가본다. 카페 다니는 것을 옛날부터 참 좋아했다. 참! 혼자 사우나 하는 것도 너무 좋다(웃음).
혹시 K팝에는 관심이 있는지?
당연히 있다. 트와이스랑 블랙핑크를 제일 좋아한다. 노래 중에는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을 많이 듣는다.
가족과 떨어져 타국 생활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했다 보니까 어느 정도 적응은 된 상태다. 당연히 많은 신경을 써주셔서 연락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나도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 오신 적은 없는지?
지난번에 부산에서 BNK썸과 경기할 때 한 번 오셨다. 구단에서 경기 종료 후 하루 쉬는 날을 주셨다. 배려 해주신 거다. 그때 부산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여러 추억을 쌓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좋은 시간이었다.
농구 이야기로 넘어가서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가족 중에 아버지와 오빠가 있는데 프로 선수까지는 아니었지만, 둘 다 농구를 했다. 어릴 때 그 영향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농구공을 잡게 됐다.
3x3 경험이 많던데, 접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다닐 때 감독님이 3x3를 추천해 주셔서 접하게 됐다. 한 번 접하니까 어쩌다 보니 쭉 이어졌다.
그 경험이 본인의 농구 스타일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지?
어느 정도 있다. 3x3는 포지션 변화가 거의 없는 편이다. 예를 들면 스크린 거는 것은 물론이고 볼 핸들러 등 여러 가지를 다 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이 지금까지 오는데 도움이 컸다.
여러 포지션 소화하는 것도 인상적인데?
모든 지도자가 비슷하겠지만, 고등학교 때 지도해주신 감독님이 가드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때 가드 플레이를 배웠다. 대학교 시절에도 여러 스타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하다 보니까 이렇게 올어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것 같다.
한국 무대를 선택한 건 출전 시간에 대한 배고픔 때문일 것 같다.
맞다. 출전 시간과 함께 내 농구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해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새 무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전혀 없었다(웃음).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느낌은 어땠나?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똑같은 감정을 받았다. 선수들도 그렇고 구단 스태프들까지 하나하나 너무 잘 챙겨주신다. 감사할 따름이다.
김완수 감독의 첫인상이 기억나나?
일단 목소리가 높으신 스타일인 것 같았다. 약간의 화도 내셨다(웃음). 첫인상과 많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너무 좋으신 분이었다. 선수가 잘할 수 있게끔 지도해주신다.
어느덧 시간이 좀 흘렀다. 의지하는 선수가 있다면?
음…. 다 친한데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잘 통하다 보니까 시다 모에, 이여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뛰면서 느낀 WKBL은 어떤가?
크게 체감되는 건 일정이다. 정말 빡빡했다. 몸싸움도 일본보다는 확실히 강하다. 그렇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 그래도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잘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까지 기록만 놓고 본다면 적응이 빠른 것 같이 느껴지는데?
사실 개인적인 기록은 잘 보지 않는다. 팀이 이겼을 때만 챙겨본다. 앞으로 팀이 많은 경기에 이길 수 있게 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다.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코트에서 일본 선수들끼리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건 솔직하게 말하겠다. 한국이 운동량이 많다. 일본 선수들이 다 느끼고 있다(웃음). 서로 일본에서 뛸 때보다 한국이 훨씬 힘들지 않냐? 이런식의 대화를 나눈다. 즉, 너도? 나도! 라며 웃으며 장난친다. 농구 외적인 이야기는 거의 안 한다.
2019년 3x3 U-23 월드컵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인가?
굉장히 인상 깊은 날이었다. 그것 말고도 많다. 일본은 대학 농구 리그가 크게 열린다. 거기서 우승한 것도 기억에 남아있고, 프로와서 우승한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혹시 남자 농구도 보나(웃음)?
NBA 하이라이트는 많이 본다. 내 롤모델이 매직 존슨이다. 처음 농구 시작했을 때 너무 인상 깊게 봤다. 좋아하는 번호도 그래서 32번이다. 일본에 있을 때는 B.리그도 많이 본 것 같다.
조금 아쉬운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제도는 소속팀과 재계약이 불가능한데?
알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느끼려고 한다. 팀이랑 계약되어 있는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고 다음 시즌에 또 기회가 있으면 다시 도전할지 고민할 것이다.
현재 농구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먼 목표는 없다. 다만, KB스타즈가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게 가장 먼저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내가 코트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따지자면 이게 현재 내 개인 목표인 것 같다.
‘나이도, 생일도 같다고?’
함승호 통역과 나가타의 인연
KB스타즈에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합류한 통역이 있다. 바로 함승호 통역이다. “뜨, 뜨, 뜨리! 뜨리 포인트!”라는 코멘트로 유명한 배우이자 과거 전자랜드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한 함석훈 씨의 아들이다. 전주 KCC(현 부산 KCC)에서 뛴 바 있는 선수 출신으로 지난 2022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통역을 맡게 됐다.
함승호 통역은 “솔직히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웃음). 모두가 잘해주셔서 잘 적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자 농구는 또 다르더라. 여자 선수들만의 성향이 있다. 통역뿐 아니라 선수 케어까지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가타와는 또 인연이 있다고. “내가 일본에서 지낼 때 나를 많이 도와줬던 지인이 알고 보니 나가타 친구였다(웃음). 여기에 모자라 나가타와 나는 생년월일이 1997년 6월 20일로 똑같다. 둘 다 낯을 가렸는데 이런 인연을 알게 되자 빨리 친해지게 됐다”라는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끝으로 “나에게도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일단 내 역할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거다. 같이 있는 동안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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