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심했다” 지적..‘법꾸라지’ 다저스의 ‘무한 디퍼’ 치트키, 결국 금지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다저스의 '무한 디퍼 전략'이 금지를 당하게 될까.
미국 매체인 스포츠넛(sportsnaut)은 최근 흥미로운 이슈를 다뤘다. 바로 '신생 악의 제국' LA 다저스가 가진 최대의 무기 '디퍼(지연지급)' 규정에 대한 것이었다.
이 매체는 한 전직 메이저리그 구단 수뇌부를 인용해 "메이저리그가 LA 다저스의 꾸준한 '디퍼로 가득한 계약'에 불쾌해하고 있다. 더는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스포츠넛이 인용한 전 구단 수뇌부는 마이애미 말린스 사장을 역임했던 데이비드 샘슨. 샘슨은 지난달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다저스의 '디퍼 계약'을 꼬집었다. 팟캐스트 방송이 나온 당시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넘기기에는 뼈가 있는 말들이었다.
샘슨은 "다저스는 이미 10억 달러 이상의 '디퍼'를 했다. 단지 올겨울 계약한 블레이크 스넬 등의 계약만 그런 것이 아니다.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의 계약부터 시작됐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까지 이어졌다"고 짚었다.
현재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외부영입' 스타 플레이어 대부분은 디퍼 계약을 맺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적한 베츠나 벌써 다저스에서 3년을 보낸 프리먼은 물론 지난겨울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타니의 계약이 정점이었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으며 무려 6억8,000만 달러를 디퍼했다. 7억 달러 중 겨우 2,000만 달러만 실제 계약기간에 지급하고 약 98%의 금액을 추후지급하는 것이다.
이 계약으로 다저스는 연평균 2,000만 달러가 넘은 페이롤 감축 효과를 봤고 오타니는 10년 계약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주를 떠나면 무려 6억8,000만 달러에 대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회계 감사관이 오타니의 계약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하기도 했지만 스타에 목마른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오타니라면 무엇이든 OK!' 기조로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고 결국 '역대급 탈세(혹은 절세)'가 될 수도 있는 계약은 오히려 미담처럼 포장돼 유야무야 넘어갔다.
샘슨은 "스넬과 계약하며 또 거액을 디퍼한 다저스를 보며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들은 '저 선수들과 어떻게 경쟁을 해야하나' 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규정 개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디퍼 규정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이는 원래 사치세와 무관하게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규정이었다. 선수 연봉의 일부분을 추후에 지급하는 것으로 구단은 당장의 지출을 줄여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일반 직장인과 달리 30대 후반, 늦어도 40대 초반이면 은퇴를 해야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유니폼을 벗은 뒤에도 마치 '연금'처럼 소득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정성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꼼수의 달인' 다저스는 이 규정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 이미 거대한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가진 '공룡 구단'이나 마찬가지인 입장에서 다저스는 디퍼 규정을 악용해 마치 '마르지 않는 지갑'을 가진 것처럼 선수를 사들였다.
연간 연봉총액이 1억 달러 전후에 그치는 스몰마켓 구단은 영입을 꿈꾸기도 힘든 베츠, 프리먼, 오타니 등 스타들을 사모은 다저스는 일반적인 계약이라면 거기서 사치세 등 패널티 탓에 영입을 멈춰야했지만 '디퍼'로 사치세를 깎은 뒤 스넬, 에르난데스 등 다른 스타들까지 긁어모은 것이다. 베츠, 프리먼, 오타니, 스넬 등의 계약에 디퍼가 없었다면 다저스의 팀 페이롤은 이미 4억 달러를 훌쩍 넘고도 남았다. 하지만 수많은 디퍼 덕분에 다저스는 '견딜만한' 패널티를 받는데 그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금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편법으로 구단의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키는 효과까지 불러온다. 결국 이는 구단의 재정이 성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돈으로 성적을 전부 살 수는 없도록 시장 규모에 따른 전력 격차를 최대한 줄여 더 경쟁력있는 리그를 만들겠다는 메이저리그 정책의 취지와 완벽하게 배치되는 '리그 교란' 수준의 최악의 꼼수인 셈이다.
다저스에, 정확히는 오타니에게 한없이 호의적인 사무국이지만 더 좌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치세(경쟁균형세)의 취지와 전면으로 배치되는 일이고 다저스의 이런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꼼수를 방치할 경우 안그래도 지갑을 활짝 여는 것을 꺼려하는 구단들에게 적극적으로 선수단에 투자할 것을 장려할 명분도 없어진다. 특정 구단이 규정을 악용해 리그 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계속 묵인할 경우 리그 전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다저스의 행태가 최악인 이유는 이미 다저스는 심각한 '꼼수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지난 2017시즌에 앞서 원래 15일이었던 부상자 명단(IL) 등록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로스터 운영을 더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IL 최소 등록기간이 10일로 단축되자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선발투수들을 온갖 이유로 10일짜리 IL에 올리며 일부 선발 투수들을 '10일 로테이션'으로 기용하는 혁신적인 꼼수 운영을 선보였다. 당시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류현진을 비롯해 로스 스트리플링, 리치 힐, 알렉스 우드, 다르빗슈 유 등 수많은 투수들이 이렇게 부상자 명단을 오르내렸다.
결국 이런 '꼼수 운영'이 리그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자 사무국은 야수의 경우 IL 최소 등록기간을 10일로 유지하되 투수에 한해 IL 최소 등록기간을 예전과 같은 15일로 다시 늘려 편법을 차단하기에 이르렀다.
샘슨은 "다저스는 지금 1년 계약에도 디퍼를 한다. 다저스는 '돈은 나중에 주고 지금 팀을 거대하게 키울 수 있는데 뭐하러 돈을 지금 줘?'라는 생각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 오타니에게 7,000만 달러를 줘야 하지만 200만 달러만 주고 6,800만 달러는 다시 투자하고 있다"며 "다저스는 한마디로 너무 지나쳤다"고 꼬집었다.
스포츠넛은 2026시즌 종료 후 다시 체결해야 하는 CBA(노사협약)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에도 또 한 좋은 취지의 규정이 '법꾸라지' 다저스의 도 넘는 꼼수로 사라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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