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최고 선수를 만들죠"..골프아카데미 패러다임 바꾼 '레슨계의 과학자' 박상훈 원장
첨단 장비를 기반으로 한 선진 레슨으로 선수들 지도
"데이터 활용한 맞춤 레슨으로 실력 향상 기대"
"공부 또 공부, 진심 전해지면 찾아 오겠죠"
(MHN스포츠 하이퐁(베트남), 김인오 기자) 브라이슨 디섐보라는 선수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9승을 거둔 최정상급 골퍼다. 현재는 LIV 골프로 무대를 옮겼다.
디섐보의 별명은 '필드의 과학자'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서던메소디스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했지만 과학도는 과학도였다. 아이언 샤프트 길이를 모두 같게 만드는 등 다소 기이한(?) 행동으로 괴짜라고 불렸다. 그는 지난해 US오픈 우승까지 통산 9승을 차지했다. 상식에 벗어난 신념이었지만 성과를 보여줬기에 주변의 시선은 '의심'에서 '엄지 척'으로 바뀌었다.
10일 베트남 하이퐁에 있는 소노벨 하이퐁 골프리조트에서 '레슨계의 과학자'라 불릴 만한 대단한 교습가를 만났다. 경북 포항과 경주, 그리고 울산 지역까지 아우르는 골프아카데미 'TEAM PSGA'의 박상훈 원장이다. 박 원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프로 자격을 가진 여병규 수석 코치와 함께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고, 16명의 선수들을 지도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키 185cm의 건장한 체격이 왠지 디섐보와 닮아보였다.
박 원장과 여 코치는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났다. 그래서인지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선수들에게 박 원장이 엄한 아버지라면 여 코치는 살뜰한 어머니다. 약 두 달의 짧지 않은 기간을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박 원장의 아카데미에는 눈에 띄는 질서가 있다. 오전에 연습라운드를 마치면 천연잔디연습장에서 샷 연습을 하고, 호출을 받은 선수는 첨단 장비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 훈련을 한다. 여 코치는 연습그린과 드라이빙레인지를 바쁘게 오가며 선수들을 지도한다. 마치 잘 맞춰진 하나의 톱니바퀴를 보는 듯 하다.
1985년생인 박 원장은 KPGA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한 후 1년이 지난 23살에 골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벌써 15년 차 교습가로 경력을 쌓아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는 결과가 필연이 됐다.
박 원장은 "2010년에 소수 인원으로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그런데 2011년과 2012년에 연속으로 3명의 국가대표 상비군을 배출했다. 포항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레슨에 파고들게 됐고, 소문을 듣고 많은 선수들이 찾아오면서 지금의 번듯한 아카데미를 꾸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의 레슨 철학은 명확하다. 바로 '데이터 레슨'이다. 이번 전지훈련에 골프 런치모니터 '트랙맨'과 지면 센서 측정기 '스윙 카탈리스트', 그리고 퍼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캡토' 등 많은 장비를 챙겼다. 너무 장비에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설명을 듣고는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레슨계의 과학자' 타이틀이 절대 과하지 않았다.
"눈은 속일 수 있지만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입을 뗀 박 원장은 "아카데미를 시작하면서 레슨 세미나를 찾아다녔고, 선진 교습법을 익히기 위해 미국 등 여러 나라를 방문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장비를 활용한 레슨에 눈이 떠졌다. 내 몸부터 변화되는 것을 느끼면서 '바로 이거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그 때부터 공부 또 공부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과거의 말로만 전달하는 훈련은 끝났다.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도 줄 수 있다. 그러려면 장비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공부가 끝이 없다"며 "최근에는 아르코스라는 데이터 수집 앱도 사용하고 있다. 14개의 클럽에 센서를 부착해 샷 결과를 확인한다. 부족한 부분이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 레슨이 가능해졌다. 즉, 무의미한 시간이 사라졌다는 뜻이다"고 생생한 교습 방법을 소개했다.
노력의 가치는 결과로 입증된다. 많은 프로 골퍼들이 박 원장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난해에는 소위 '대박'을 친 일도 있었다. 제자 중 한 명인 김지아 선수(경주 나원초등학교 5학년)가 초등연맹 주관 골프대회에서 무려 10승을 거뒀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표다. 소문은 무섭게 퍼졌고, 자연스럽게 'TEAM PSGA' 지역에서 1등 골프아카데미로 성장했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라는 옛말이 있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곳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많은 선수들이 수도권 골프아카데미를 선호한다. '유명 프로님'이라며 모여들고, 연습 환경과 이동의 장점을 이유로 찾아든다.
사실 박 원장도 근거지를 수도권으로 옮길 생각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제자들을 놓을 수 없어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러면서 장비를 활용한 선진 교습법 등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그것은 미래의 목표로 발전했다.
박 원장은 어린 나이에 교습가로 뛰어든 탓에 특별한 취미도 없다.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도 쉽지 않다. 1년 365일을 시간 단위로 쪼개 생활하면서 가정에도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확고한 목표가 있기에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
박 원장은 "지방에 있는 많은 선수들이 수도권으로 아카데미를 옮기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그 편견을 한 번 깨보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많은 것을 갖춰야 한다.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 기대해달라"고 했다.
전지훈련을 잘 마치는 것도 그 여정 안에 포함된다고 했다. 박 원장은 "1년 중 하드웨어를 바꿀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바로 전지훈련이다. 단기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더라도 골프 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곳을 떠날 때 개개인이 모두 좋은 하드웨어를 들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고 말했다.
박 원장과의 대화는 마치 1시간짜리 과학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장비에 대한 소개, 그리고 전문 용어를 막힘 없이 풀어낼 때는 골프 종목만 15년 취재 경력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확고한 레슨 철학이 있었다. 'TEAM PSGA'의 미래는 화창한 하이퐁의 날씨처럼 선명해 보였다.
인터뷰/사진=하이퐁(베트남),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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