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윤석열 자진출석하라

한겨레 2025. 1.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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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박종준 경호처장이 10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와 같은 체포영장 집행 방식 절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 윤석열에게 그대로 돌려줘야 할 말이다. 12·3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군·경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기소된 마당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만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신분에 전혀 맞지 않는 법치 부정 행태다. 대통령 관저에 철조망을 둘러치고 법 집행을 거부하는 현실은 국격을 망가뜨리고 경제와 민생을 멍들게 하고 있다. 나라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려면 이 상황을 끝내고 스스로 걸어 나와 조사를 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실패가 아니라 평화적인 계엄”이라고 말했다. ‘평화적인 계엄’이라니, 제정신인지 의심이 드는 언어도단이다. 계엄은 본래 전시나 사변 등 비상사태에 선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계엄은 그런 요건을 결여하고 오히려 평화 상태를 파괴한 폭동이었다. 그렇기에 위헌·위법적 계엄이고 내란인 것이다. 윤 변호사는 또 “(윤 대통령이) 의도한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까 봐 고심하며, 이것도 하나의 역사로서 대한민국 발전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말문이 막히는 궤변이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도 정당한 계엄이라고 여기고 있다면 수사에 응해 자신의 입장을 진술하는 게 당당한 자세다. 말로는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이 얼마나 큰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기에 처벌받을 게 두려워 숨어 있는 것 아닌가.

군과 경찰은 2차 체포영장 집행 때는 경호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게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윤 대통령 편에 선 것은 경호처뿐인데, 그 안에서도 동요가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종준 경호처장이 이날 경찰에 출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박 처장은 또 이날 경찰에 출석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리했다. 더 이상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실상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한 것이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함께 내란죄 혐의를 받는 박 경호처장을 조사한 뒤 구속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호처 내 이른바 ‘김용현·김건희 라인’ 일부 간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불법적인 ‘윤석열 지키기’에 회의를 품고 있다고 전해진다. 명예와 자부심으로 일해온 경호처 직원들이 한순간에 범법자로 전락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윤 대통령이 이들의 인생을 망치면서까지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건 그동안 대통령 경호에 몸을 던져온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조차 팽개치는 비열하고 구차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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