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지키겠다”…국힘 당협위원장들 윤석열 방탄 보초 [현장]

영하 12도 한파에도 관저 지킴이 자처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 세워진 경찰 질서유지선 안에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서 있는 모습. 고나린 기자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걱정 마십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10일 아침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세워진 경찰 질서유지선 안으로 심재철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10여명이 들어가 보초를 서기 시작했다. 일렬로 선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지나가는 이들을 향해 “저희가 지키겠다. 걱정말라”고 외쳤고 지지자들은 이에 화답하듯 “파이팅!”을 외치며 박수쳤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관저 앞에 집결했던 것에 이어 원외 인사들도 방탄에 나선 것이다.

이날도 관저 주변은 계속해서 지지자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동이 트기도 전인 아침 7시께 서울 기온은 영하 12도를 기록했지만 밤을 새운 이들은 북을 치며 “윤석열 파이팅”을 외쳤다. ‘순국결사대’라고 쓰여진 옷을 입은 이들은 빨간 경광봉을 들고 집회 안내에 나섰다. 순국결사대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결성돼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라며 “보통 비상상황에 맨 앞에 서거나 집회 때마다 질서를 유지하고, 좌파와 싸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서 진행되는 집회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보통 “민주당 해체”,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규탄하는 대상이 점점 넓어졌다. 루터교회 앞 버스정류장에는 ‘불법 증거채택 이미선 아웃(OUT) 각오하라!’는 문구와 함께 이미선 헌법재판관 얼굴에 훼손한 손팻말이 붙어 있었다. 한 지지자는 무대에 올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곳에 한 번도 안 나와본다. (집회) 쓰레기가 쌓였는데 그대로 들고 가면 되는데 좌파 눈치 보면서 한 번도 안 치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인근 버스정류장에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비판하는 손팻말이 붙어 있다. 고나린 기자

보수 집회의 ‘청년 앞세우기’도 계속됐다. 지지자들은 집회에 온 청년들에게 “올라가서 발언 한 번만 하고 구호 외쳐라”고 거듭 권유했고, 사회자는 “40·50세대도 무대 발언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50대는 좀 그렇고 40대까진 청년이니 40대 청년은 무대 앞으로 나와달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한 중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나라 사랑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아 왔고 항상 집에서 부모님이 유튜브 동영상을 보셔서 어깨너머로 배우다 나라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왔다”면서 “이재명 구속! 윤석열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가짜뉴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날 오후 3시께 집회 사회자가 “지금 민(주)노총이 쳐들어온다고 한다. 한남초 앞으로 1000명 정도 내려가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하자 지지자 수십명이 일제히 한남초 앞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볼보빌딩을 지나던 중 이곳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 중인 시민을 향해 “체포영장이 애초에 불법이다”, “그러니까 계몽령을 한 거다”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3박4일 철야 집회를 마무리하고 철수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가 잠시 소강상태인 가운데 한국노총은 관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체포 영장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천막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내란수괴 윤석열은 법원에서 발부한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막고 있는 경호처의 비호 아래 관저 안 깊숙이 숨어 있는 상황이다.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수괴 윤석열의 즉각 체포·구속과 엄정한 법적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