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 유튜브 또 봐?"…부모 자식 사이도 '일촉즉발' [이슈+]

이민형, 이슬기 2025. 1. 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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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부모님과 정치색이 다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싸운 적은 없었어요. 요즘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닌 것처럼 감정적이에요."

특정 정당 당원이라는 50대 남성 이 씨는 이날 한경닷컴에 "보통 내가 지지하는 정당 영상을 많이 보니까 알고리즘 때문인지 그런 영상이 많이 보인다"며 "그러면 안 되지만, 자극적인 제목 영상을 보면 사실관계 판단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동요돼서 욕부터 나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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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까지 갈라 놓는 정치 갈등
계엄 사태 이후…정치 갈등, 가족 파고들었다
"내 자식 무지몽매" vs "부모가 싼 X" 감정적 대립
설 명절 앞두고…"정치 얘기하다 싸움날라"
2025년 첫 주말인 4일 오후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 사진=뉴스1

"원래도 부모님과 정치색이 다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싸운 적은 없었어요. 요즘엔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닌 것처럼 감정적이에요."

평소 부모님과 사이가 좋았다는 직장인 A씨는 10일 한경닷컴에 이같이 털어놨다.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님과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토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심화한 정치 갈등이 '가족' 단위까지 파고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을 통합해야 할 정치인들이 되레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 자식이지만 무지몽매" vs "부모가 싼 X 치우러 나왔다"

정치를 주제로 한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은 윤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경쟁 구도로 이어지면서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매일 저녁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취준생 B씨 또한 이러한 고민을 털어놨다. B씨의 부모님은 매일 같은 시각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B씨는 통화에서 "지난 한 달 동안 부모님과 대화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며 "그래도 매일 저녁 식사는 부모님이랑 같이했는데 요즘은 얼굴 보기도 힘들다. 나도 싸우기 싫어서 그냥 몰래 나가고 그러니까 대화가 더 단절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탄핵'을 검색한 모습. 탄핵 찬반 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리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이들은 "내 자식이지만 무지몽매하다", "부모가 싼 X를 내가 치우려고 나왔다" 등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설 명절이 다가오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가족 간 싸움을 우려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는 추세다. '올해 설은 친척들 모이지 말자 해야겠다'는 제목의 게시글 작성자는 "정치 얘기 금지어 설정해서 말할 때마다 벌금 내든지 해야겠다"며 "좋게 모였다가 누구 하나 정치 얘기하고 싸움 나서 가족 간 의 상하는 곳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왜 명절마다 모여서 정치 얘기만 하면 서로 언성 높아지는지 몰랐는데 이제 진심으로 이해가 간다"며 "올해 설에는 무조건 일 있다고 하고 본가 안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좌우 정치 유튜버, 정치 갈등 심화할수록 돈 많이 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립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로 '극단적 정치 유튜브'를 지목했다.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수록 콘텐츠의 조회수가 증가하고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가 자극적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정 정당 당원이라는 50대 남성 이 씨는 이날 한경닷컴에 "보통 내가 지지하는 정당 영상을 많이 보니까 알고리즘 때문인지 그런 영상이 많이 보인다"며 "그러면 안 되지만, 자극적인 제목 영상을 보면 사실관계 판단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동요돼서 욕부터 나간다"고 전했다.

이어 "유튜브 보면 '00 의원 큰일 했다'고 해서 눌러 보면 그냥 평범하게 위원회 활동한 영상인 경우도 많다"며 "관점이 흐트러지기 쉽다"고 전했다.

정치인의 적대적 언행이 세대와 가족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원래도 세대 갈등이나 부모 자녀 간 벽이 있었는데 정치가 불을 지폈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다양한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양당이 양극화를 조장하면서 서로 적대시하니까 고스란히 길거리, 또 가족 내 갈등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단적 정치 유튜버들이 제공하는 정보만 듣는 것, 이른바 프레이밍에 갇히는 것은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위험하다"며 "서로 다른 사람이 공존하는 게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지만 다른 것을 넘어 적대시하는 것으로 비화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민형/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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