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때보다 어렵다”…與, 조기 대선에 ‘적신호’ 켜진 이유는?

구민주 기자 2025. 1.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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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잠룡 합쳐도 이재명 독주 견제 못 해…대구·경북도 빼앗겨
“반기문이 없다”…反明 부동층 흡수 기대하지만 확장성 의문
빠른 당 지지율 회복세에 일단 고무…“설 연휴 ‘부동층’ 이동 지켜봐야”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1월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굳게 닫힌 관저 앞에서 지체된 '수사 시계'와는 달리, 정치권의 '대선 시계'엔 연일 속도가 붙고 있다. 여야 모두 제각기 '역풍'을 우려해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고 있지만 주요 잠룡들을 중심으로 이미 대선 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조기 대선이 더 이상 먼 가능성이 아닌 가까운 현실이 됐다는 걸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받아들인 것이다.

벚꽃대선(3~4월)이냐 장미대선(5~6월)이냐 의견이 갈리지만, 일단 폭염대선(7~8월)까진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거대한 변수가 없는 한,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이듬해 3월10일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을 거쳐 5월9일 대선이 치러졌던 8년 전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속도가 빠를 것이란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박찬대·추미애·박범계·전현희·박지원·김용민 의원(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과 2024년 12월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여권 잠룡 고전…이재명 이길 대항마가 없다 

새해 벽두에 연달아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는 조기 대선 분위기에 한층 불을 지폈다. 정치권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정국이 요동치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리자 "새해에 쏟아질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잇따랐다. 안갯속 민심을 들춰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었다. 또 한 번 대통령 탄핵 위기를 맞닥뜨려 혼란한 여당도, 계엄 직전까지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빠져 있던 야당도 민심 파악이 시급한 차였다.

결과는 예상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로 집계됐다. 경향신문·동아일보·중앙일보가 각각 실시해 발표한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30%대(33%·39.5%·35%)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표1 참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주자가 엎치락뒤치락하며 2~4위를 차지했지만 셋 모두 5~8% 사이에 그쳤다. 세 주자가 얻은 지지율을 합쳐도 이 대표의 지지율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치다.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한때 이재명 대표와 지지율 박빙 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한동훈 전 대표가 계엄 사태로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여권 내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지만 그 누구도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부 지표를 보면 여권에 켜진 적신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전통 보수 지지층인 대구·경북 등 영남은 물론, 이념성향별 중도층에서도 이 대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이 대표는 대구·경북(21%)과 부산·울산·경남(33%)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선두였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유권자에게도 38%의 지지를 얻었다. 다른 두 조사 역시 이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선 본선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이 대표는 여권 후보 누구와 붙어도 두 배 이상 승리한다는 결과를 받아 안았다.

ⓒ서울시제공·시사저널 박은숙

반기문도 이준석도 없다…중도·청년 '비상' 

당내에선 '이재명 대항마'가 도통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 탄핵 정국 때보다도 대선 전망이 어둡다"며 이대로라면 조기 대선은 그야말로 '참패'일 거란 자조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2017년 '반기문' 같은 존재가 지금 여권엔 없다. 중도층을 움직일 신선함을 갖춘 동시에, 이번 계엄과 탄핵의 그늘에서도 완전히 벗어나 있는 인물을 의미한다. 여권 대표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한동훈·홍준표 셋 모두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한복판에 있던 2017년 신년 여론조사에서 보수 주자로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7.2%)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21.6%)과 오차 범위 내 박빙 경쟁을 펼쳤다(표2). 대통령 탄핵의 충격 속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에야 비로소 유력 주자로 굳어졌다. 지금처럼 '이재명 대세론'이 일찍 형성된 것과 분명 다른 분위기였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 내 이른바 '용병 불가론'까지 퍼지면서 '반기문' 같은 인사의 등판은 더욱 요원해졌다. 용병 불가론은 윤석열·한동훈 등 외부에서 인물을 영입해 당의 얼굴로 삼는 일은 다신 반복돼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강조하고 있다. 결국 오랜 기간 동안 당을 지킨 '전통 주자'가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는 게 현재 당내 주류의 시각인데, 이 경우 당장 중도 확장성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8년 전과 달리 여당 내 '탄핵' 반대 기류가 높다는 점도 대선 국면에선 내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당내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던 반면, 지금은 윤 대통령과 쉽게 거리를 두지 못하는 모양새다. 1월6일 44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의 관저 앞에 집결한 모습이 대표적 장면이다. 최근 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당 지도부는 물론 주요 대권주자들까지 전통 지지층을 의식한 언행을 이어가고 있다. 산토끼(외연 확장)보다 집토끼(지지층) 포섭 전략에 몰두할 경우 향후 대선 정국 내내 민심과 당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론 중도층을 끌어올 당 안팎 개혁보수 주자들과의 연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 꼽힌다. 대통령의 계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유로 치러지는 대선이니만큼,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개혁보수 주자들이 국민의힘 주자와 손을 잡기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심리적 장벽이 높을 거란 전망이다. 특히 당 밖의 보수 주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존재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내며 국민의힘 주요 잠룡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기준 여권 유력 주자인 오세훈·한동훈·홍준표 셋 중 한 명이 국민의힘 본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이 의원은 연대나 단일화 없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보수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위해 반드시 끌어와야 할 2030세대의 외면은 더욱 극명해진다.

여러모로 외연 확장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국민의힘은 쇄신 대신 당내 안정, 민심보다 당심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1월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다수의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윤 대통령의 잘못한 부분에 대해 엄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만 보고 정치를 한다면 앞으로 대선, 총선, 지방선거 모두 판판이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준석 의원도 "국민의힘이 계속 국민에게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내란을 옹호한다는 의심을 주면 다음 선거에서 회초리 맞을 걸 곤장으로 크게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지율은 다 반영? 부동층에 주목

국민의힘 내부에선 본격적인 대선 정국이 펼쳐지고 후보가 압축되면 자연히 이 격차가 줄어들 거란 기대감도 없지 않다. 1월 들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정당 지지율도 이러한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 특히 당내에선 현재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하는 20~30%가량의 '부동층' 상당수가 점차 국민의힘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우선 민심에 스며들어 있는 반(反)이재명 정서를 꼽는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는 이미 지금 지지율에 반영될 만큼 반영돼 있다"며 "지금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하는 이들은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우리 당에 실망한 '보수층'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이 대표로 향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2월 중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이 선고되면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힘을 실었던 20대와 70세 이상, 그리고 이념성향상 '보수층'에서 유독 '부동층' 비중이 높다는 점 역시 국민의힘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경향신문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20대의 43%, 70세 이상의 42%가 지지 후보가 없거나 잘 모른다고 답했다. 보수층에서도 33%가 '없음·잘 모름'을 택해 진보층(25%), 중도층(29%)보다도 부동층 비중이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여권에선 향후 이 대표와 보수 후보 간 '양자대결'이 펼쳐질 경우 현재 부동층 상당수가 여권 후보를 지지해 지난 대선과 같은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게 될 거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과 수사에 대한 극한 혼란과 대치가 한 차례 소강을 맞을 설 연휴(1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년 여론조사와 약 3주 간격을 두고 실시되는 이때의 여론조사가 대선 판세를 가늠할 두 번째 바로미터가 될 거란 얘기다. 이 무렵이 되면 조기 대선에 부정적이었던 전통 보수 지지층이 더욱 조사에 참여하고, 의견을 보류했던 부동층 중 일부도 어느 쪽으로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층 가시화될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와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 정국도 판세에 커다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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