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최고책임자 임성근, 박정훈 무죄에 "납득하기 어려워"

이재호 기자 2025. 1.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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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가 사령관 승인 없이 장관 명령에 반하는 조치" 주장

채 상병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군사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채 상병 부대의 최고책임자였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10일 임성근 전 1사단장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에 채 상병 사건의 조사 결과에 대한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면서, 이를 어긴 것은 항명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판결문대로라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국방부로부터 군사상 명령인 이첩보류지시를 받고, 이후 박정훈 대령(전 수사단장)을 비롯한 사령부 참모들과 그 지시를 수명할 것인지 및 수명할 경우 어떻게 수명할 것인지에 대해 토의를 한 사실이 있다"며 "그런데 판결문 어디에도 토의 끝에 '해병대는 장관이 귀국할 때까지 이첩을 보류하라는 국방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경찰에 기록을 이첩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결론을 맺었다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알기로도 해병대사령부 내에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무시하기로 결론을 낸 사실은 없다"며 "국방부장관의 명시적 명령의 내용을 사령관과 그 참모가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그 명령의 수명 여부 및 수명 방법에 대해 결론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참모가 사령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장관의 명시적 명령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합법으로서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계환 사령관과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장관의 구체적인 명령 내용을 정확하게 인식한 이상, 박정훈 대령의 입장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국방부장관의 명령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에 대한 명시적 승인을 받지 않은 이상 항명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이러한 이유로 이와 달리 판단한 군판사의 이번 조치는 일반 보병인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9일 이종섭 전 장관 측도 입장문을 통해 군사법원의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이제 대한민국 군대는 상관 명령의 당부를 부하가 따질 수 있고 그 명령의 위헌·위법성을 검토할 의무가 있으므로, 상관의 명령이 자신의 판단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상관 명령의 위헌·위법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행한 부하는 상관과 공범으로 처벌된다. 즉, 당나라 군대가 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 및 임 전 사단장 측의 주장과 관련, 군사법원은 9일 판결에서 이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김계환 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전한 이첩 보류를 두고 "해병대 사령관의 직무관장 및 직무범위는 기록 이첩이 지체되거나 이첩이 중단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지체 없이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감독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고,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다.

군사법원은 이어 "김계환 사령관에게 이 사건 기록의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할 권한은 없으며 피고인에게 이첩 중단을 명령한 것은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국방부와 김계환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개정된 군사법원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법원법 제2조에 따르면 군은 성범죄와 사망사건, 군 신분 취득 전 범죄 등에 대해서는 군이 아닌 민간이 재판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규정' 및 '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 군인 등의 범죄에 대한 수사절차 등에 관한 훈령' 등 세부 규정이 마련돼 있다.

또 군사법원은 김계환 당시 사령관이 박 전 단장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군사법원은 "군검사가 진술한 증거만으로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이첩 보류 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김 전 사령관이 (2023년) 8월 9일 이첩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나, 명확하게 했다기 보다는 토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박 전 단장이 이종섭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기재한 바와 같이 피고인의 발언이 거짓임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국방부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구체적 사실이나 고의가 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혀 명예훼손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수사 중인 본인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지난해 7월 8일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고 사건이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된 지 5개월 가량 지났음에도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조속한 수사 및 결론 도출을 촉구했다.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5월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취재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피의자로 불러 직접 대면 수사한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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