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새해엔 'RESPECT 골프'를 실천해 보자!

방민준 2025. 1. 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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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로골프 선수가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연습라운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40여 년이 걸렸다. 동반자의 골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기까지. 



자신의 골프 역정을 한번 거슬러 살펴보자. 멋도 모르고 골프의 밀림으로 이끌려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기쁨에 저 멀리서 가물거리는 신기루 같은 세계를 꿈꾸며 열정을 쏟는 시기를 지나 스스로 전도사를 자처하며 주변에 설익은 가르침을 강요하는 시기를 거쳐 자립독행의 깨우침을 얻은 뒤에도 늘 자신이 만든 잣대로 동반자들의 골프를 평가하고 지도하려 드는 습성이 몸에 밴다. 내가 지나온 그 길을 걸으며 나에게 같은 길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만난다.



 



배운 지 6개월쯤 되는 친구가 가장 열심히 가르치러 나서는 것은 사실 건방진 행동이 아니다.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을 바라는 선의의 발로다. 그러나 그런 지적을 받는 사람은 대개는 그 사람보다 구력이 많거나 상당한 단계에 오른 사람이 대부분이다. 굳은 카르마 덕분에 교과서적인 스윙을 못 할 뿐이지 자신의 스윙이 어떻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어릴 때부터 손톱 깨무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에게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필자도 그런 시기를 거쳤다. 구력 30여 년이 지나서 배운 지 얼마 안 된 젊은이로부터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당신 스윙이나 잘 하라고 정색하는 때도 없지 않았다.



구력이 꽤 되면서 자발적으로 누구에게 가르침을 주는 행동을 삼가게 되었다. 일부터 찾아와 조언을 구하면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드시 단서를 단다. '내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지 철칙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 스윙 습관이나 조건이 다르니까요.'



 



30~40년이 지나면 모두들 자기만의 스윙을 갖게 된다. 스스로 터득하고 고치려고 애쓰기는 하지만 틀 자체를 바꾸기란 어렵다. 익숙하게 하기 위한 연습을 계속할 뿐이다.



이제야 비로소 동반자들의 골프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마음도 편안하고 라운드의 즐거움도 배가되는 듯하다. 



 



그동안 동반자의 골프를 내 시각으로만 평가해 온 자신이 그렇게 창피스러울 수가 없다.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구도가 그렇게 기형적이냐, 신체가 왜 그렇게 일그러졌느냐,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보고 왜 얼굴이 턱없이 길고 눈은 하나같이 아몬드를 닮았느냐, 목은 왜 부러질 듯 가느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마도 피카소나 모딜리아니가 이런 지적을 받아들였다면 오늘날의 위대한 예술가로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독창적인 화풍, 그만의 시각, 변주 능력이 그들을 예술가로 만든 것이다. 



 



최근 밀렵이 급증하면서 코뿔소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하자 이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발자국 식별 기법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나 드론으로 찍은 동물의 발자국 흔적을 데이터로 분석해 야생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멸종위기 동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법이다. 



 



현존하는 코뿔소의 종류는 모두 5종으로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 아시아에 서식하는 인도코뿔소와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코뿔소 발자국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코뿔소 종류마다 무리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코뿔소 보호단체는 코뿔소들의 발자국을 분석해 각기 다른 모양을 보며 어떤 무리가 왔었는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어디로 이동했는지 등 전반적인 상태를 살핀다고 한다.



 



인간도 각자의 삶 속에서 자기만의 발자국을 남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가졌는지 등 그 사람이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그의 현재가 만들어지고 미래가 결정된다. 



 



같은 곳에 있더라도 걸어온 발자취가 달라 서로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재의 단편적인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아오면서 남긴 발자취를 통해 이해해야 옳다. 



동반자의 골프를 보는 시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옳고 그름이나 우열은 없다. 있는 그대로 동반자의 골프 발자취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포츠 유니폼에 등장하는 'RESPECT'란 용어에서 동반자의 골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존경, 경외, 존중 등을 뜻하는 이 단어는 각종 스포츠의 유니폼에 자주 등장한다. 상대의 성과나 신념, 업적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선수 개개인의 다양성과 개성, 신념 등을 존중함으로써 스포츠정신을 드높이자는 숭고한 뜻을 품고 있다.



주말골퍼들도 골프백에 'RESPECT'란 로고를 붙이고 라운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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