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의 탑, 아이 돈 라이크 유[연예기자24시]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5. 1. 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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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연기’는 잘 할 수 있죠?
‘오징어게임2’ 탑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기어이 ‘마약 전과자’ 탑(최승현)의 복귀 판을 깔아준 가운데 마침내 주인공이 직접 나선다.

10일 넷플릭스는 “오는 15일과 16일 양일간 배우 최승현과 제작진(채경선 미술감독·정재일 음악 감독·김지용 촬영 감독)의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최승현 배우의 경우 부득이하게 엠바고를 안내 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알렸다.

앞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 이하 ‘오겜2’)의 배우 인터뷰는 지난 9일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황동혁 감독·이정재를 시작으로 이병헌을 비롯한 임시완 위하준 박규영 양동근 강애심 등 역대급 배우진 인터뷰가 약 2주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 대장정의 끝은 탑이 장식하게 됐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탑’의 이름은 자주 거론됐다. 그를 최종 픽한 황동혁 감독은 물론 시리즈를 이끈 동시에 ‘탑 인맥 캐스팅 논란’에 거론됐던 이정재·이병헌, 시즌2에서 극 중 탑과 대립했던 임시완은 관련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K-콘텐츠의 황금시대를 연 글로벌 콘텐츠의 출발부터 피날레까지, 시즌2는 사실상 ‘탑’ 한 명 때문에 연신 비호감 꼬리표를 단 채로 달려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는 단연 황 감독의 판단 때문. ‘교체’란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황 감독은 작업 기간 쌓인 배우와의 정에 ‘물릴 순 없었다’고 했다. 그가 천재 이야기꾼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글쎄올시다’다.

사진 I 넷플릭스
물론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최승현의 복귀에 많은 이들이 불쾌감을 표한 건 ‘마약 전과’(궐련형 2회·액상형 2회 대마초를 총 네 차례 흡연한 혐의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가 가장 큰 이유지만, 이 외에 그 흔한 사과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것, 스스로 ‘한국에서 컴백은 안 한다. 컴백 자체를 안 하고 싶다’며 은퇴 발언을 서슴지 않은 점, ‘배우’로서의 재능이나 경력도 충분치 않아 여전히 ‘낙하산 캐스팅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등도 상당히 크다.

실제로 작품 공개 직후 그의 연기력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지 않았는가. 쏟아진 폭격이 완충 작용을 한 것인지 이후 ‘호불호가 갈렸다’ 정도까진 양보한다 치더라도, 넘사벽 연기를 펼쳐도 모자를 판에, K콘텐츠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하나라도 더 힘을 보태야 할 마당에, 연일 부정적 이슈만 몰고 오니 어떻게 시선이 고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캐스팅 소식 이후 지금까지도 정작 본인은 단 한 차례도 사과의 뜻을 (글로 조차) 전한 바 없으니, ‘전과’ 뿐만 아니라 ‘재능’의 영역으로나, ‘태도’나 ‘인성’ 면으로도 통상적인 수준을 모두 벗어났다.

그럼에도 황 감독은 “고향(국내)이 더 매섭다. 50% 깎고 들어간다. 어쨌든 이런 글로벌 인기 콘텐츠가 있단 건 자랑스러운 일인데 많이 속상하다. 좀 예쁘게 봐달라”라는 유아적인 호소로 취재진을 당황케했다. K콘텐츠의 비상을 박수치지 않을 한국인이 어디있겠는가. 오히려 이정도 냉담한 반응이면 본인의 판단, 태도, 윤리 의식, 책임감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게 아닌가.

그의 말대로 실제로 ‘마약 전과’ 외에도 여러 부정적인 이력에도 넘사벽 연기, 혹은 비판을 감수하고 복귀해 활동 중인 배우들이 상당수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이를 ‘악습’이라 평한다. 자정작용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황 감독이 탑 선택의 정당성을 이런 ‘악습’에 기댄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는 ‘미투’ 구설수에 올랐던 오달수, 지난 2000년 청소년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두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송영창도 캐스팅했다. 물론 그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있으니 괜찮다’는 소신을 공식적으로 듣기란 참으로 민망스럽다. 그 선택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대중의 권한이다. ‘자국 찬스’(?) 같은 걸 논할 게 아니다.

‘오징어게임2’ 탑 스틸. 사진 I 넷플릭스
황 감독은 그동안 “이 정도로 탑이 대중에게 용서 받지 못한 줄은 몰랐다. 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인데....다른 마약 전과 배우들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엔 다들 활동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캐스팅 공개 후 거센 비판을 보며 당황했지만, 되돌릴 순 없었다”는 말로 일관해왔다.

“작품을 보시면 그의 연기에 납득할 수 있을 것”, “엄청난 용기를 냈다”, “일단 보고 연기로 평가해달라” 등 자신감을 보여왔으나, 막상 작품 공개 후 혹평이 쏟아지자 또다시 “한국에선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를 유독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시즌1에서도 그랬다. 탑의 문제가 아니라 ‘타노스’란 캐릭터의 성격이 국내 시청자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탑은 연기를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국내 시청자의 취향을 탓했다.

탑 자신에겐 자신의 상황과 같은 캐릭터(마약에 중독된 퇴물 래퍼 역)를, 그것도 희화화 된 연기를 펼친다는 게 물론 도전이었을테다. 그러나 그건 그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요, 감독이 실제 전과자를 전과자 역에 캐스팅한 건 일면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요, 기만이다.

황 감독은 또 탑 오디션 경쟁률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 “(탑의 오디션을) 수차례 진행한 결과 픽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디션은 당사자가 스스로 먼저 지원을 해야 그 다음 스텝이 이뤄지는 게 상식이지만, 황 감독은 “많은 응시자들 중에서도 ‘타노스’ 적합자를 찾지 못하던 찰나에 누군가 건내준 리스트에 탑이 있었다. 자신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인물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의향을 전해 물었고, 본인이 고민 끝에 해보겠다고 해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또한 통상의 오디션은 부족한 응시자에게 수차례 기회를 주지 않지만, 황 감독은 “처음엔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여러번 다시 하라고 했다. 수차례 재요청을 하고 피드백을 하며 함께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여러번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게 일반적인 ‘오디션’인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 “처음부터 함께 홍보 활동을 하는 건 어려울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역할인 만큼 대중 앞에 나설 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부정 여론을 의식해 일부로 제외시킨 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탑은 이제 대중 앞에 선다.

내내 황 감독 뒤에 숨어 있던 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조차 감정적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던 그는, 비난의 화살에 화가 나 스스로 은퇴를 말했던 그는, ‘오겜2’라는 기막힌 기회를 잡아, 그들이 깔아준 세상 화려한 복귀 무대에 선다. 그러고는 각종 논란에 대한 해명은 물론 사과 또한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통할 지는 의문이다.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추신, 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 외국에선 타노스 환호? 한국만 매섭다? 감독님, 외국인이세요?

오는 15일 진행되는 탑의 인터뷰는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보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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