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주의 탑, 아이 돈 라이크 유[연예기자24시]
10일 넷플릭스는 “오는 15일과 16일 양일간 배우 최승현과 제작진(채경선 미술감독·정재일 음악 감독·김지용 촬영 감독)의 추가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최승현 배우의 경우 부득이하게 엠바고를 안내 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린다”고 알렸다.
앞서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오징어 게임2’(감독 황동혁, 이하 ‘오겜2’)의 배우 인터뷰는 지난 9일을 끝으로 마무리 됐다. 황동혁 감독·이정재를 시작으로 이병헌을 비롯한 임시완 위하준 박규영 양동근 강애심 등 역대급 배우진 인터뷰가 약 2주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 대장정의 끝은 탑이 장식하게 됐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탑’의 이름은 자주 거론됐다. 그를 최종 픽한 황동혁 감독은 물론 시리즈를 이끈 동시에 ‘탑 인맥 캐스팅 논란’에 거론됐던 이정재·이병헌, 시즌2에서 극 중 탑과 대립했던 임시완은 관련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K-콘텐츠의 황금시대를 연 글로벌 콘텐츠의 출발부터 피날레까지, 시즌2는 사실상 ‘탑’ 한 명 때문에 연신 비호감 꼬리표를 단 채로 달려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는 단연 황 감독의 판단 때문. ‘교체’란 선택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황 감독은 작업 기간 쌓인 배우와의 정에 ‘물릴 순 없었다’고 했다. 그가 천재 이야기꾼임에는 이견이 없지만, 대형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장으로서는 ‘글쎄올시다’다.
실제로 작품 공개 직후 그의 연기력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지 않았는가. 쏟아진 폭격이 완충 작용을 한 것인지 이후 ‘호불호가 갈렸다’ 정도까진 양보한다 치더라도, 넘사벽 연기를 펼쳐도 모자를 판에, K콘텐츠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하나라도 더 힘을 보태야 할 마당에, 연일 부정적 이슈만 몰고 오니 어떻게 시선이 고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캐스팅 소식 이후 지금까지도 정작 본인은 단 한 차례도 사과의 뜻을 (글로 조차) 전한 바 없으니, ‘전과’ 뿐만 아니라 ‘재능’의 영역으로나, ‘태도’나 ‘인성’ 면으로도 통상적인 수준을 모두 벗어났다.
그럼에도 황 감독은 “고향(국내)이 더 매섭다. 50% 깎고 들어간다. 어쨌든 이런 글로벌 인기 콘텐츠가 있단 건 자랑스러운 일인데 많이 속상하다. 좀 예쁘게 봐달라”라는 유아적인 호소로 취재진을 당황케했다. K콘텐츠의 비상을 박수치지 않을 한국인이 어디있겠는가. 오히려 이정도 냉담한 반응이면 본인의 판단, 태도, 윤리 의식, 책임감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게 아닌가.
그의 말대로 실제로 ‘마약 전과’ 외에도 여러 부정적인 이력에도 넘사벽 연기, 혹은 비판을 감수하고 복귀해 활동 중인 배우들이 상당수있다. 그리고 외부에서는 이를 ‘악습’이라 평한다. 자정작용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황 감독이 탑 선택의 정당성을 이런 ‘악습’에 기댄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는 ‘미투’ 구설수에 올랐던 오달수, 지난 2000년 청소년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두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던 송영창도 캐스팅했다. 물론 그의 권한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도 있으니 괜찮다’는 소신을 공식적으로 듣기란 참으로 민망스럽다. 그 선택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대중의 권한이다. ‘자국 찬스’(?) 같은 걸 논할 게 아니다.
“작품을 보시면 그의 연기에 납득할 수 있을 것”, “엄청난 용기를 냈다”, “일단 보고 연기로 평가해달라” 등 자신감을 보여왔으나, 막상 작품 공개 후 혹평이 쏟아지자 또다시 “한국에선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를 유독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시즌1에서도 그랬다. 탑의 문제가 아니라 ‘타노스’란 캐릭터의 성격이 국내 시청자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탑은 연기를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국내 시청자의 취향을 탓했다.
탑 자신에겐 자신의 상황과 같은 캐릭터(마약에 중독된 퇴물 래퍼 역)를, 그것도 희화화 된 연기를 펼친다는 게 물론 도전이었을테다. 그러나 그건 그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요, 감독이 실제 전과자를 전과자 역에 캐스팅한 건 일면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요, 기만이다.
황 감독은 또 탑 오디션 경쟁률을 묻는 질문에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면서 “(탑의 오디션을) 수차례 진행한 결과 픽한 것”이라고 답했다. 오디션은 당사자가 스스로 먼저 지원을 해야 그 다음 스텝이 이뤄지는 게 상식이지만, 황 감독은 “많은 응시자들 중에서도 ‘타노스’ 적합자를 찾지 못하던 찰나에 누군가 건내준 리스트에 탑이 있었다. 자신의 상황과 너무 비슷한 인물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의향을 전해 물었고, 본인이 고민 끝에 해보겠다고 해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또한 통상의 오디션은 부족한 응시자에게 수차례 기회를 주지 않지만, 황 감독은 “처음엔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여러번 다시 하라고 했다. 수차례 재요청을 하고 피드백을 하며 함께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여러번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게 일반적인 ‘오디션’인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 “처음부터 함께 홍보 활동을 하는 건 어려울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역할인 만큼 대중 앞에 나설 만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부정 여론을 의식해 일부로 제외시킨 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탑은 이제 대중 앞에 선다.
내내 황 감독 뒤에 숨어 있던 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조차 감정적 비아냥을 서슴지 않았던 그는, 비난의 화살에 화가 나 스스로 은퇴를 말했던 그는, ‘오겜2’라는 기막힌 기회를 잡아, 그들이 깔아준 세상 화려한 복귀 무대에 선다. 그러고는 각종 논란에 대한 해명은 물론 사과 또한 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통할 지는 의문이다. 골든 타임은 이미 지났기 때문에. 추신, 외국에선 대마초가 합법? 외국에선 타노스 환호? 한국만 매섭다? 감독님, 외국인이세요?
오는 15일 진행되는 탑의 인터뷰는 다음 날 오전 8시부터 보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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