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아 잘 묻히는 환경범죄… 직접수사권 없어 아쉬워”[M 인터뷰]

이현웅 기자 2025. 1. 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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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국내 유일 ‘환경범죄 중점’ 의정부지검 조철 부장검사
폐기물법 위반 4년간 13.2%↑
적발 어려워 실제론 더 많을 듯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자 없고
장기간 누적 많아 입증 어려워
범죄에 충실히 대응할 수 있게
자체수사 가능하게 제도보완을
국내 유일 환경범죄 중점 검찰청인 의정부지방검찰청의 조철 환경범죄조사부장이 지난해 12월 12일 경기 의정부시 녹양로 의정부지검 사무실에서 국내 환경범죄 실태와 수사 애로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정부 = 글·사진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환경범죄로 인한 즉각적 피해가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경범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행정 규제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한 실정입니다.”

환경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환경범죄’라는 개념은 아직 대중에 생소하다. 국내 유일 환경범죄 중점 검찰청인 의정부지방검찰청의 조철(46·사법연수원 37기) 환경범죄조사부장은 지난해 12월 경기 의정부시 녹양로 의정부지검 청사에서 가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환경범죄 수사와 적발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환경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가 제한되면서 환경중점청으로 직접적이고 가시적인 효과를 내는 데 제한이 있다. 수사전문가로서 환경범죄에 충실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환경범죄조사부 설립 배경은 뭔가.

“환경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제한되기 때문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한 수사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의 관할구역이 서로 다르고 협업체계도 미흡해 통일적이고 체계적인 수사지휘 체계 구축 및 공조강화 방안이 필요했다. 또 환경 관련 법령도 제·개정을 거듭하며 복잡해져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으로 환경범죄 대응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이 설립 배경이다. 2018년 4월 의정부지검이 환경범죄 중점 검찰청으로 지정됐고, 2022년 7월 환경범죄조사부가 설립됐다. 현재 환경범죄조사부는 부장검사 1명, 검사 3명(이승훈(사법연수원 43기)·강기보(〃47기)·오정우(변호사시험 13기)), 수사관 4명, 실무관 4명, 환경 담당 파견 공무원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확히 어떤 범죄가 환경범죄로 분류되나.

“환경범죄란 사람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해양오염 등 환경오염 행위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물환경보전법 위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폐기물관리법 위반, 하수도법 위반,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하천법 위반, 자연공원법 위반 등이 있다. 가장 빈번하게 적발되는 범죄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건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사건은 △무허가(미신고) 대기오염물질배출시설 설치·운영 △대기오염방지시설 미설치 조업 △방지시설 비정상 가동으로 인한 배출허용기준 초과 배출 △자동차배출가스저감장치 미인증 제조·판매 등이 있다.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건의 구체적인 예로는 △폐기물 무단 투기·매립·소각 △무허가 폐기물처리업 등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역시 화학물질 관리법 위반이라 환경범죄의 하나로 볼 여지가 있다.”

―환경범죄의 특성은 뭔가.

“환경범죄는 침해 행위가 복합적이고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장기간이거나 누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당장 가시적인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이와 같은 환경범죄의 특성 때문에 환경범죄로 인한 피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매우 심각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고, 원상회복도 거의 불가능하다.”

―주요 환경범죄 기소 사례가 있는지.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페놀 방출사건이 가장 유명한 환경범죄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 사건을 계기로 중요한 환경법 위반 행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법률로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또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발생한 ‘의성 쓰레기 산’ 사건 역시 유명하다. 폐기물처리업체가 허용보관량의 약 170배에 달하는 17만2000t의 폐기물을 무단방치하여 주민 건강 및 환경을 침해한 사건이다. 또 목재가공업체 폐기물 불법소각 사건도 있다. 검찰은 사업장폐기물을 허가받지 않고 건조시설에서 목재를 불법소각해 기준치 이상의 납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 코스닥 상장사인 목재가공업체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및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했다. 해당 업체는 공장에서 발생한 지정폐기물을 일반폐기물로 불법처리한 혐의도 받는다. 측정 결과 배출된 유해물질에는 기준치보다 납은 10배, 포름알데히드 64배, 니켈 830배 등 중금속이 높게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범죄 수사에 애로사항이 있는지.

“앞서 말했다시피 환경범죄는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자가 없는 경우가 많다. 또 환경범죄를 범죄로 보기보다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비용절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라는 인식이 만연하고,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 규제의 대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아 그대로 묻히는 환경범죄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즉 환경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기업들이 큰 죄의식 없이 환경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모두 적발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범죄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기도 하고, 피해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피해자가 나서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누적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환경범죄로 인한 피해인지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 환경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없는 점도 아쉽다. 현 체계에선 환경부에서 먼저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기록을 검찰에 넘기면 검찰이 다시 검토한 뒤 기소한다. 물론 환경부 조사과정에서 검찰 지원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결국 넘겨받은 모든 기록을 다시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환경부 조사도 진행하고, 검찰도 자체 수사를 동시에 진행할 경우 더 신속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쉽게 묻히는 환경범죄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적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도 하고 있는데 직접수사권이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수사 단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조 부장검사는…

△전북 김제 출생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37기 수료 △서울남부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의혹’ 특별감찰팀 파견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광주지검 장흥지청장 △의정부지검 환경범죄조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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