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 폐기”…인권위 직원들 안창호에 요구

고경태 기자 2025. 1. 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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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인권위원·사무총장, 인권위 항의 방문 예정
지난달 5일 열린 인권위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지부가 오늘 13일 열리는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권고 안건이 상정되자 안창호 인권위원장에게 안건 폐기를 요구했다. 전직 인권위원과 사무총장 11명은 10일 오후 인권위를 항의방문하기로 했다.

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는 9일 저녁 성명을 내고 “인권위원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5명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조속한 극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내란 동조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며 “이는 오로지 수사기관의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의 위기에 놓인 윤석열을 구하려는 내란 동조 세력의 정치적 술수이자 획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안창호 위원장은 9일 오후 김용원 상임위원의 주도로 5명이 공동발의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전원위 상정 안에 결재했다. 인권위는 13일 개최 전원위 안건 내용을 알리는 누리집 회의 일정란에 안건 내용을 공지했다. 이 안건에는 △국회의장에게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 △헌법재판소장에게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 △180일간의 심판 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을 권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내란 가담과 동조로 구속된 군사령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석을 허가할 것과 계엄 관련 범죄수사에 있어서 체포·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도록 권고하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인권위 지부는 “인권위는 내란 주동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 함을 권고해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한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12·3 내란으로 겪었던, 그리고 아직 지속되고 있는 전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권위 소속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그리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박경서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 등 전직 인권위원 및 사무총장들(정강자, 문경란, 유시춘, 정인섭, 배복주, 문순회(퇴휴 스님), 석원정, 윤석희, 김수정, 서미화, 조영선, 박진)은 10일 오후 2시 “충격적 안건제출에 분노한다”며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원장 항의방문을 할 예정이다.

다음은 공무원노조 인권위 지부의 성명서 전문.

내란 동조 세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라!

국가인권위원 김용원, 한석훈, 김종민, 이한별, 강정혜 5명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조속한 극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를 내란 동조 기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늦은 밤,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시민들을 일순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를 비롯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무장 군인을 투입하여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포고령을 통해 국회와 정당의 정치활동과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고 영장 없는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가능케 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탈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파괴하여 중대한 헌법 질서를 유린하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고 폭정과 억압이다. 그 결과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되었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법원의 체포 영장도 발부된 상황이다.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은 이미 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국가인권위원 김용원, 한석훈, 김종민, 이한별, 강정혜 5명이 주장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의 조속한 극복 대책’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에도 대한민국헌법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오로지 수사 기관의 체포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의 위기에 놓인 윤석열을 구하려는 내란 동조 세력의 정치적 술수이자 획책일 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내란 주동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야 함을 권고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국가적 위기 상황 극복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12.3. 겪었던 그리고 아직 지속되고 있는 전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소속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그 어떠한 시도에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대한민국헌법과 국제인권규범 그리고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천명한다.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는 전원위원회 안건을 즉각 폐기하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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