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법 복잡해졌나”…지난해 부동산 증여 ‘역대 최저’

지난해 부동산 증여 20만2842건…전년대비 1만건 이상 감소
“증여성 저가 양도,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 등 선택 늘어나”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2025.1.6/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일년 새 부동산 증여 건수가 1만건 이상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 등으로 분석했다. 시장가액 상승에 따라 세 부담이 증가하는 한편, 거래 활성화로 증여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서다. 증여성 부동산 저가 양도나 매도 후 확보한 현금을 직접 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증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20만284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1만5126건) 대비 1만2284건 줄어든 것이자 지난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을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인정액(매매사례가액·감정평가액·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꾸면서 증여 취득세 부담이 커졌다”며 “올해 부동산 시장이 더 안 좋을 수도 있어 (증여 시기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던 지난해 9월 증여 건수는 급감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0.01을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7월 8일(89.28) 이후 상승 전환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18일(89.67) 이후부터 연말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부동산 증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건수는 △7월 1만6898건 △8월 1만5507건 △9월 1만2642건 △10월 1만6755건 △11월 1만5488건 △12월 1만8561건 등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문제가 됐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감소해 이들 입장에서 당장 증여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매매와 증여를 놓고 저울질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는데, 일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이용해 증여 대신 매매를 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집값이 상승하던 시기에는 증여가 급격히 줄었는데, 연평균과도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증여 대신 거랫값을 낮춘 증여성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신고가액이 최근 3개월 내 거래된 실거래가보다 30% 낮은 금액과 3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이론적으로 주택 가격 하락기에 증여하는 게 맞는데 최근에는 증여뿐만 아니라 절세할 수 있는 우회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격을 낮춘 증여성 양도 외에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 등을 이용해 상당액을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hwsh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