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최고법원 "프랑스 철도공사 성별 정보 수집, 법 위배"

▲ 프랑스 고속철도

프랑스 철도공사(SNCF)가 온라인 기차표 구매 시 고객에게 남녀 중 성별을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건 유럽연합(EU) 규정에 위배된다는 EU 최고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현지시간 9일 SNCF의 조치가 EU법에 상충하는지 판단해 달라는 프랑스 최고 행정법원(국가평의회)의 요청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철폐 운동을 벌이는 프랑스 단체 무스(Mousse)는 2021년 SNCF가 온라인에서 기차표를 구매하는 고객의 성별 정보를 수집하는 건 지나치다며 프랑스 데이터 보호 당국인 CNIL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무스는 기차표 구매와 관련된 데이터 처리에서 성별 정보는 필수적이지 않다며, SNCF의 조치가 데이터 최소화 원칙을 규정하는 EU의 일반정보보호법(GDPR)를 위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남성과 여성 중에서만 선택하게 돼 있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CNIL은 SNCF의 성별 요구가 법 위반이 아니라며 단체의 이의제기를 기각했습니다.

단체가 이에 불복해 국가평의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국가평의회는 다시 ECJ에 판단을 요구했습니다.

ECJ는 심리 끝에 SNCF가 고객의 성별을 수집하는 건 기차표 구매 계약 이행에 있어 객관적으로 필수적이지 않다며 데이터 최소화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SNCF가 고객의 성별 정보를 수집하는 목적은 맞춤형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것인데, 이를 통해 SNCF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고객의 자유와 권리, 특히 성적 정체성에 따른 차별 가능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SNCF가 고객의 성별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도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므로, 이러한 데이터 수집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스 측 대리인은 보도자료에서 "성 소수자와 그들의 권리를 인정한 획기적인 결정"이라고 환영했습니다.

프랑스 BFM TV는 이와 관련해 SNCF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논평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