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결혼 관심 없었지만 이제는 ‘출산 전도사’ 됐어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本紙 ‘아이가 행복입니다’ 부산 행사 31초 영상제 최우수상 김미영씨
“아이들에게서 얻는 행복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요. 애들아, 너무너무 사랑한다. 진짜!”
지난해 11월 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본지 저출생 극복 캠페인 ‘아이가 행복입니다’ 행사. 주요 이벤트인 ‘31초 우리 가족 행복 담기 영상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김미영(43)씨는 출품 영상의 주인공인 첫째 신예림(10)양과 둘째 신예준(5)군을 향해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다. 김씨는 “영상을 만들면서 말 그대로 ‘아이가 행복이다’라는 것을 느꼈다”며 “원래 결혼 생각이 없었는데, 이젠 주변에 ‘아이가 주는 행복감이 정말 크다’며 ‘전도’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김씨 가족이 만든 영상 제목은 ‘다섯살 차이 예림 예준’. 제목처럼 누나와 동생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집, 공원, 카페, 놀이동산, 식당, 전시회장…. 10여 개의 영상 장면을 이어붙여 만든 작품엔 어디서든 손을 맞잡고 웃고 있는 남매의 모습이 보인다. 동생을 껴안고, 때론 업기도 하며 장난을 치는 누나. 영상은 그런 남매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촬영됐다.
김씨는 지난 3일 전화 인터뷰에서 “제가 가족으로 인해 이렇게 행복함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비혼주의’까지는 아니어도, 20대 때는 ‘꼭 결혼을 해야 하는지’ 시큰둥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혼자 지내는 삶에 만족했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가족관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남편 신상현(46)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김씨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씨의 고객이었다고 한다. 둘은 곧 연인 관계로 이어졌고, 신씨의 다정다감한 모습에 김씨는 ‘결혼을 해도 괜찮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애 기간 동안 신씨는 일주일에 2~3번씩 김씨에게 편지를 써줬다고 한다. 종이, 영수증, 티슈…. 펜과 무언가를 쓸 수 있는 물건만 있으면 미루지 않고 마음을 표현했다. 업무 특성상 외부 고객과 미팅이 잦지만,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는 신씨의 철저한 모습을 보며 김씨는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한다.
김씨 가족에게 더 큰 행복은 결혼 후에 찾아왔다. 결혼 이듬해인 2015년에 첫째 예림양이 태어난 것이다. 김씨는 “남들이 다 힘들다고 하는 육아지만,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육아는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의류 사업을 하는 김씨가 맡았다. 예림양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다섯 살이 되어서야 어린이집에 보냈다. 김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2~3번씩 어린 딸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 전시나 예술 공연을 보러 다닌다고 한다.
예림양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부산 기장군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2022년 개장 이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이곳에 방문해 퍼레이드를 본다. 이제 동선과 안무를 다 외울 정도다. 어려서부터 춤에 관심이 많았던 첫째 딸은 지금은 아역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산에 있는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캠페인 광고에 출연한 것도 이미 수차례다.
김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의 첫째를 보며 “모든 순간을 기록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의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는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이 들어 있는 외장 메모리. 네 가족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게시물만 1만6000개다. 스마트폰은 항상 가장 큰 저장 용량을 가진 모델을 구매하고, 이마저도 부족해 지금까지 구입해 사용한 외장 메모리(2TB)만 5개다.
둘째 예준군을 가졌을 때는 걱정도 있었다. 그만큼 첫째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예림양만큼 동생과 잘 놀아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누나의 일과는 남동생과 놀아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동생과 함께 역할 놀이도 하고, 같이 그림을 그리거나 숨바꼭질도 한다. 남편 신씨는 “남매가 서로 잘 지내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 김씨 가족은 주변 부부들에게 출산을 권하는 ‘전도사’가 됐다. 결혼은 했는데 아이 낳기를 고민하거나, 첫째는 있지만 둘째 갖는 것을 망설이는 부부들에게 “낳았을 때 기쁨이 더 크다”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최근엔 “첫째가 이미 여섯 살이라 둘째 낳기엔 좀 늦지 않았느냐”라는 지인 부부의 고민 상담이 들어왔다. 김씨는 “아이가 주는 행복에 비하면 걱정은 별것 아니다”라며 둘째 예준군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둘째는 말썽을 부려도 귀엽고, 혼자보단 아이 둘이서 놀 때 든든해요. 먼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둘이 의지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김씨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지켜본 지인 부부도 결국 둘째 아이를 갖게 됐다고 한다.
우애 좋은 남매지만, 김씨는 때론 첫째 딸과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규칙을 만들고 꼭 지킨다고 한다. “아이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동생에게 신경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 서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활동적인 모녀와 달리 아빠와 아들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돌이’라고 한다. 그동안 동생 예준군은 아빠와 함께 집에서 휴식을 하거나 인근 공원에서 공놀이와 산책을 즐긴다.
김씨 부부는 “아이들이 잘 지내니 부부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고 했다. 아이들이 있으니 화날 일이 있어도 한 번 더 참게 되고, 부부가 각자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서로 공유하면서 끝없이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씨는 “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순간 행복함을 느낀다”며 “아이 자체가 ‘사랑’이라는 것을 출산을 고민하는 다른 부부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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